[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스위스는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정치적 혼란이나 내전, 대규모 테러 위험은 극히 낮고, 사회 전반의 질서와 행정 신뢰도는 유럽에서도 최상위권이다. 그러나 이 ‘안정’이라는 이미지가 여행자에게는 때때로 경계심을 낮추는 함정이 된다. 스위스는 안전한 나라지만, 결코 무방비로 여행해도 되는 곳은 아니다.
치안과 안전 상황
전반적인 치안은 인접 유럽 국가들에 비해 양호하다. 다만 취리히 공항, 중앙역, 대형 기차역과 같은 교통 요충지에서는 관광객을 노린 소매치기와 절도 사건이 꾸준히 발생한다. 최근에는 동유럽 및 인접 국가에서 유입된 원정 범죄가 보고되며, 특히 여성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사례가 문제로 지적돼 왔다. 늦은 밤 공항이나 역을 이용하는 일정, 특히 여성 단독 혹은 여성끼리의 이동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자연환경이 주는 또 다른 위험
스위스의 위험은 도시보다 자연에서 더 자주 드러난다. 융프라우를 비롯한 고산지대는 여름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수 있을 만큼 기후 변화가 급격하다. 알프스 산악 지역은 바위가 습하고 이끼가 많아 미끄럽고, 외부에서 식별하기 어려운 동굴과 급경사가 곳곳에 존재한다.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난 개인 행동은 실제로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빙하수가 흐르는 강과 호수 역시 수온이 매우 낮고 유속이 빨라, 현지 지식 없이 수영에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의료 체계와 응급 대응
스위스의 의료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에 속한다. 공공·민간 병원 모두 시설과 인력이 잘 갖춰져 있으며, 응급 상황 시 144번을 통해 의료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의료비가 매우 높은 국가인 만큼, 여행자보험 가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경미한 응급 상황이라도 병원 이용 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대중교통과 이동의 질서
스위스의 대중교통은 정확성과 효율성의 상징이다. 트램, 버스, 기차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시간표는 거의 오차 없이 운영된다. 승차권은 반드시 사전에 구입해야 하며, 무임승차 적발 시 벌금이 즉시 부과된다. 운전 문화 역시 엄격하다. 속도위반, 신호위반, 주차 위반 단속이 촘촘하게 이뤄지며, 보행자 우선 원칙은 예외 없이 지켜진다. ‘질서에 대한 존중’이 곧 안전의 기본 규칙이다.
여행자 행동 지침 — 자연과 도시 모두를 존중하라
스위스를 여행할 때는 도시의 질서와 자연의 위험을 동시에 인식해야 한다. 도심에서는 가방과 귀중품 관리에 주의하고, 기차역과 공항에서는 주변을 한 번 더 살피는 습관이 필요하다. 산악 지역에서는 자신의 체력과 경험을 과신하지 말고, 현지 안내와 기상 정보를 철저히 따르는 것이 안전의 출발점이다. 강과 호수에서의 수영, 비공식 등산로 진입은 ‘괜찮아 보인다’는 감각만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스위스는 치밀하게 설계된 국가다. 질서가 안전을 만들고, 규칙이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그 완성도 높은 시스템은 여행자가 스스로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온전히 작동한다. 준비된 여행자에게 스위스는 가장 안정적인 여행지 중 하나다. 반대로 방심한 여행자에게는, 이 나라조차 예외가 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