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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분석] 밤이 열리자, 여행의 시간이 늘어났다

야간관광이 바꾸는 한국 여행의 다음 장면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해가 지면 하루가 끝나던 여행의 공식이 바뀌고 있다. 저녁 식사 이후 숙소로 돌아가던 동선 대신, 공연과 산책, 야시장과 야경을 따라 하루가 한 번 더 이어지는 여행이 늘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제시한 ‘야간관광 활성화 중장기 정책지원 전략’은 이 변화를 하나의 국가 관광 흐름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밤은 더 이상 보조 시간이 아니라, 체류와 소비를 늘리는 핵심 관광 시간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야간관광은 단순히 늦게까지 놀 수 있는 관광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몰 이후의 시간대에 관광명소, 문화행사, 축제, 편의시설을 연결해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여행 방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야간관광은 주간 관광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체류 시간을 확장하며 지역 소비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야간관광 활동이 포함될 경우 여행객의 평균 체재일수는 늘어나고, 숙박과 식음, 이동 소비가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밤이 살아난 도시는 경제 구조부터 달라진다. 관광 수입이 1% 증가할 때 지역 고용률과 지역내총생산이 동시에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야간관광은 단순한 이벤트성 정책이 아닌 지역 경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 중심의 야간 상권, 지역 예술가와 공연 인력, 야간 운영 인프라가 함께 움직이며 일자리와 소비가 동시에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크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정부는 ‘야간관광 특화도시’라는 실험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정 규모의 야간 콘텐츠와 이동·치안·숙박 여건을 갖춘 도시를 선정해 4년간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도시와 성장 잠재력이 있는 중소도시를 구분해 맞춤형 전략을 적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단순히 불을 밝히는 사업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밤의 여행 동선으로 재설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책의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는 체류형 관광이다. 낮에 보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밤까지 머물며 지역의 생활과 문화를 경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는 안전과 편의다. 스마트 조명, 실시간 안내, 야간 안전 관리 시스템을 통해 늦은 시간에도 안심하고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셋째는 지속가능성이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야간 관광의 특성을 고려해 친환경 조명과 절전형 운영 모델을 도입하고, 과도한 빛 공해를 줄이는 방향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해외 주요 도시들은 이미 밤을 관광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뉴욕은 야간경제 전담 조직을 두고 문화·관광·안전을 통합 관리하고 있으며, 일본과 싱가포르는 야간 개장 문화시설과 축제를 통해 체류형 관광을 확대해 왔다. 이번 전략은 이러한 흐름을 참고하되, 한국형 도시 구조와 여행 패턴에 맞춘 모델을 만들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고서는 야간관광의 성패를 ‘콘텐츠의 화려함’이 아니라 ‘도시의 완성도’에서 찾는다. 이동이 불편하거나, 늦은 시간 식당과 상점이 닫히는 도시에서는 야간관광이 이어질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숙박·야식·교통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패키지,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 데이터 기반 맞춤형 안내 서비스 등이 중장기 과제로 제시됐다.

 

여행의 밤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경쟁력이 되고 있다. 낮에 비슷비슷한 풍경을 보여주는 도시보다, 밤에 고유한 장면을 남기는 도시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야간관광 활성화 전략은 한국 관광이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는 시도로 읽힌다. 앞으로의 여행에서 밤은 쉬어가는 공백이 아니라, 그 도시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시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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