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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문명 기획①] 인류는 왜 ‘불가사의’를 만드는가

거대한 건축은 어떻게 시대의 권력이 되었나
고대의 기록에서 21세기 관광 브랜드까지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인류는 오래전부터 스스로를 놀라게 하는 구조물을 세워 왔다. 거대한 돌을 쌓고, 절벽을 깎고, 하늘을 향해 탑을 올렸다. 그것은 단순한 건축 행위가 아니었다. “여기까지 왔다”는 선언이었고, “우리는 이런 문명이다”라는 자기 증명이었다. 불가사의는 감탄의 대상이기 전에, 시대의 권력이 남긴 문장이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개념은 고대 그리스 여행자들의 기록에서 비롯됐다. 그들은 지중해 세계를 오가며 눈에 담은 장엄한 건축물을 목록으로 정리했다. 오늘날 그중 대부분은 사라졌지만, 이집트 사막 위에 남은 기자의 피라미드는 여전히 침묵 속에서 그 시대를 증언한다. 흥미로운 것은 피라미드가 단지 무덤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통치의 기술, 노동의 조직, 신성의 연출이 결합된 총체적 국가 프로젝트였다. 불가사의는 언제나 개인의 작품이 아니라 체제의 산물이었다.

 

 

고대 세계에서 거대한 건축은 통치의 장치였다. 압도적인 규모는 곧 질서를 의미했고, 높이와 두께는 권위를 시각화했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국가를 ‘느꼈다’. 문자보다 빠르게 이해되는 메시지, 그것이 불가사의의 힘이었다. 눈으로 보는 순간 설명이 필요 없는 설득, 그것이 거대 건축의 정치학이었다.

 

21세기에 들어 불가사의는 다시 정의됐다. 2007년, 스위스에 본부를 둔 New7Wonders Foundation은 전 세계적 투표를 통해 ‘신 세계 7대 불가사의’를 선정했다. 이번에는 황제가 아니라 대중이 선택했다. 온라인과 전화 투표가 동원됐고, 각국은 국가 차원의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고대의 목록이 여행자의 기록이었다면, 현대의 목록은 미디어와 여론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불가사의는 더 이상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선정되는’ 것이 됐다.

 

선정 결과는 상징적이었다. 중국의 만리장성은 영토와 통합의 기억을, 요르단의 페트라는 사막 문명의 생존 전략을 드러낸다. 이탈리아의 콜로세움은 제국의 오락 정치와 군중 통치를, 멕시코의 치첸이트사는 천문 지식과 제의 권력을 상징한다. 페루의 마추픽추는 사라진 제국의 기억을 복원했고, 인도의 타지마할는 사랑이라는 개인적 감정을 제국의 미학으로 확장했다. 브라질의 구세주 그리스도상은 종교적 상징을 도시 브랜드로 전환시킨 사례다.

 

이 일곱 곳은 서로 다른 문명권에 속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국가 정체성의 핵심 이미지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공항 포스터와 교과서, 관광 브로슈어와 외교 홍보 영상에서 반복적으로 호출된다. 불가사의는 과거의 유산이면서 동시에 현재의 경제 자산이다. 그것은 역사이면서 산업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불가사의는 정말 ‘위대하기 때문에’ 선정된 것일까, 아니면 ‘위대하다고 합의했기 때문에’ 위대해진 것일까. 고대의 목록도, 현대의 목록도 결국 누군가의 선택이었다. 차이는 권력의 위치다. 고대에는 제국과 기록자가 권위를 부여했다면, 오늘날에는 글로벌 여론과 미디어가 권위를 만든다. 불가사의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시대적 합의의 결과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 장소를 찾는다. 장성 위를 걷고, 사막의 협곡을 통과하고, 고산 도시를 올려다본다. 거대한 구조물 앞에 서는 순간, 개인은 시간의 두께를 체감한다. 불가사의는 인간이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선 기록이라는 점에서 매혹적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수백 년 전의 돌과 돌이 만들어낸 압도감은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에도 우리는 ‘새로운 불가사의’를 찾는다. 초고층 빌딩, 해저 터널, 우주 탐사 프로젝트까지, 인류는 여전히 거대한 것을 통해 자신을 설명하려 한다. 규모는 변했지만 욕망은 달라지지 않았다. 인간은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증명의 가장 직관적인 방식이 거대한 구조물이다.

 

불가사의는 결국 질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대하다고 부르는가. 그리고 왜 그것을 국가의 얼굴로 세우는가. 다음 편부터 우리는 일곱 개의 장소를 하나씩 따라가 본다. 그 공간이 탄생한 배경과 권력의 계산, 종교와 기술의 결합, 그리고 오늘날 관광 산업 속에서 재해석되는 과정을 들여다볼 것이다. 불가사의는 돌로 만든 건축물이 아니라, 시대가 스스로에게 남긴 가장 큰 문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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