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1 (토)

  • 맑음동두천 0.6℃
  • 구름많음강릉 7.7℃
  • 맑음서울 4.4℃
  • 연무대전 1.3℃
  • 맑음대구 1.0℃
  • 연무울산 4.3℃
  • 연무광주 3.6℃
  • 연무부산 7.9℃
  • 맑음고창 6.9℃
  • 맑음제주 7.4℃
  • 맑음강화 4.0℃
  • 맑음보은 -3.6℃
  • 맑음금산 -1.9℃
  • 맑음강진군 -0.4℃
  • 맑음경주시 -1.8℃
  • 맑음거제 6.7℃
기상청 제공

[NT 월드 스케치|시즌 2] 한 나라, 한 장면⑯ 캐나다 오타와 의회 의사당

강 위에 세운 연방의 집
타협으로 유지된 북쪽의 국가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오타와강 절벽 위에 고딕 양식의 건물이 길게 늘어서 있다. 첨탑과 시계탑이 하늘을 찌르듯 솟아 있고, 잔디 광장은 완만하게 강으로 내려간다. 수도라고 하기엔 조용하지만, 구조는 단단하다. 캐나다라는 국가는 이 언덕 위에서 형태를 갖췄다.

 

캐나다는 단일 민족 국가가 아니다. 영국계와 프랑스계의 역사, 원주민의 존재, 그리고 대규모 이민이 겹쳐 있다. 분열의 가능성을 안고 출발했다. 의회 의사당은 그 복잡한 구성을 제도 안에 묶어 둔 상징이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의회 의사당은 캐나다 연방 정치의 중심이다. 상원과 하원이 같은 단지 안에 있다. 연방주의 구조가 공간으로 구현됐다. 권력은 분산돼 있지만 한 지붕 아래 모인다.

 

건물은 19세기 후반 완공됐다. 당시 캐나다는 영국 자치령이었다. 제국의 영향을 받은 고딕 리바이벌 양식이 채택됐다. 식민의 흔적이 국가 상징으로 전환됐다.

 

이곳은 정치적 갈등의 무대이기도 하다. 퀘벡 분리 독립 논쟁, 다문화 정책, 원주민 권리 문제가 모두 이 안에서 논의됐다. 총성보다 토론이 먼저다. 캐나다식 타협이 반복됐다.

 

그래서 이 언덕은 단순한 행정 공간이 아니다. 서로 다른 정체성을 제도 안에 담는 장치다. 국가는 여기서 균형을 잡는다. 캐나다의 얼굴이 된다.

 

이 장소가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

 

1867년 캐나다 연방이 출범했다. 영국 식민지 여러 지역이 하나로 묶였다. 문제는 언어와 문화 차이였다. 통합이 쉽지 않았다.

 

수도 선정도 정치적 계산의 결과였다. 오타와는 영국계와 프랑스계 지역의 경계에 가까웠다.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위치였다. 절충의 도시가 됐다.

 

의회 건물은 강을 내려다보는 절벽 위에 세워졌다. 방어와 상징성을 동시에 고려했다. 신생 국가의 안정감을 보여주려 했다. 건축은 메시지였다.

 

1916년 화재로 중앙 건물이 소실됐다. 전쟁 중이었지만 곧 재건이 시작됐다. 국가는 상징을 포기하지 않았다. 연속성이 중요했다.

 

이 장소가 겪은 변화와 그 결과

 

20세기 후반 캐나다는 다문화주의를 공식 정책으로 채택했다. 이민을 국가 성장 전략으로 삼았다. 사회 구성은 더욱 복잡해졌다. 의회는 그 다양성을 제도화해야 했다.

 

퀘벡 분리 독립 국민투표는 국가를 흔들었다. 찬반이 팽팽하게 갈렸다. 그러나 결과는 연방 유지였다. 분열은 토론으로 봉합됐다.

 

원주민 권리 회복 문제도 이곳에서 다뤄졌다. 과거 기숙학교 정책의 잘못이 공식 인정됐다. 사과와 보상 논의가 이어졌다. 의회는 과거를 수정하는 공간이 됐다.

 

그 결과 캐나다는 급진적 붕괴 대신 점진적 조정을 택했다. 갈등은 존재하지만 제도 안에서 해결을 시도한다. 정치적 안정이 유지됐다. 연방 구조가 작동했다.

 

 

오늘, 이 장소가 갖는 의미

 

오늘의 의회 의사당은 시민에게 열려 있다. 잔디 광장은 집회와 축제의 장소로 사용된다. 캐나다 데이 행사도 이곳에서 열린다. 정치와 일상이 겹친다.

 

건물은 대규모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다. 구조를 강화하고 안전 기준을 높이고 있다. 전통과 현대가 함께 유지된다. 상징은 계속 관리된다.

 

최근 국제 정세 변화 속에서 캐나다의 외교·안보 전략도 조정되고 있다. 북미와 유럽, 아시아를 잇는 중간 국가로서 역할을 모색한다. 그 방향은 이 의회 안에서 결정된다. 공간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이곳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오늘의 선택이 축적되는 장소다. 연방은 매번 재확인된다. 의사당은 그 과정의 무대다.

 

이 공간이 남긴 국가의 얼굴

 

오타와 의회 의사당이 보여주는 캐나다의 얼굴은 ‘타협’이다. 강한 단일 권력 대신 분산된 권한을 택했다. 다양한 정체성을 억누르지 않았다. 제도 안에 담았다.

 

이 나라는 혁명보다 협상을 선호했다. 총격보다 토론을 택했다. 갈등을 공개적으로 다룬다. 그래서 느리지만 안정적이다.

 

건물의 고딕 첨탑은 위로 뻗지만, 구조는 수평적이다. 상징은 웅장하지만 운영은 실용적이다. 외형과 내용이 균형을 이룬다.

 

이 장소를 이해하면 캐나다가 보인다. 광활한 영토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사는 방법을 고민해 온 나라다. 의회 의사당은 그 고민이 가장 또렷하게 남은 캐나다의 얼굴이다.

포토·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