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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일본, 벚꽃보다 먼저 봐야 할 장면들

겨울의 끝에서 시작되는 가장 일본다운 시간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일본 여행을 떠올리면 많은 이들이 벚꽃 만개한 4월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계절이 가장 섬세하게 움직이는 시기는 오히려 3월이다. 겨울의 찬 공기가 완전히 걷히지 않은 거리 위로 봄빛이 얹히고, 북쪽 산지에는 눈이 남아 있는 반면 남쪽 도시에는 이른 꽃이 핀다. 하나의 나라 안에서 두 계절이 동시에 존재하는 시간, 그것이 3월의 일본이다.

 

일본정부관광국이 소개하는 3월 여행의 핵심은 ‘전환’이다. 학년과 회계연도가 바뀌고, 졸업식이 이어지며, 거리의 표정이 달라진다. 여행자는 단지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일본 사회가 계절을 맞이하는 방식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전통이 봄을 여는 날

 

3월 3일, 일본 전역에서는 히나마쓰리가 열린다. 궁중 복식을 입은 인형을 층층이 장식하고 여자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날이다. 가정집 거실과 상점 진열대, 지역 전시관까지 화려한 인형이 놓이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계절 장식처럼 변한다. 이 절기는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봄을 맞는 일본식 의례에 가깝다.

 

도쿄 서쪽의 진다이지에서는 다루마 시장이 열려 붉은 소망 인형이 길게 늘어선다. 사람들은 한쪽 눈을 먼저 그려 넣으며 소원을 빈다. 또 다른 봄맞이 의식은 다카오산에서 열린다. 승려들이 불길 위를 건너며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장면은 겨울을 태워 보내는 상징처럼 보인다. 3월의 일본은 축제가 아니라 ‘의식’으로 계절을 연다.

 

벚꽃은 아직 절정이 아니다

 

3월의 매력은 만개가 아니라 ‘예고’에 있다. 이즈반도의 가와즈에서는 이른 벚꽃이 2월 말부터 피어 3월 초까지 이어진다. 짙은 분홍빛의 가와즈자쿠라는 봄의 신호처럼 먼저 등장한다. 관광객이 폭증하기 전의 여유가 남아 있어 사진과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하순으로 갈수록 도쿄와 교토, 오사카 등 대도시에서도 개화 소식이 들린다. 특히 나라현의 요시노산은 산 전체가 벚꽃으로 층을 이루는 명소로 꼽힌다. 절정은 4월에 가까울 수 있지만, 꽃망울이 열리는 순간의 긴장감은 3월이 더 선명하다.

 

 

밤이 되면 봄은 빛으로 완성된다

 

교토에서는 매년 3월 초 히가시야마 하나토로가 열려 사찰과 골목길을 수천 개의 등불로 밝힌다. 낮의 고즈넉함과 달리 밤의 교토는 부드러운 빛으로 윤곽이 살아난다. 벚꽃이 만개하지 않아도 봄은 이미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돌계단과 전통 가옥, 사찰 지붕이 은은한 조명 아래 드러나는 장면은 3월에만 가능한 풍경이다.

 

이 시기의 장점은 균형에 있다. 본격적인 벚꽃 절정기 직전이라 항공권과 숙박 요금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동시에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지역도 남아 있어, 한 번의 일정 안에 두 계절을 경험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행자는 ‘가장 붐비는 순간’이 아니라 ‘가장 섬세한 순간’을 선택하게 된다.

 

계절이 바뀌는 소리를 듣는 여행

 

3월의 일본은 화려한 장관보다 변화의 미세한 결을 보여준다. 졸업식 꽃다발을 든 학생들, 벚꽃 한정 상품이 등장한 편의점 진열대, 코트와 가벼운 재킷이 함께 보이는 거리 풍경. 그 사소한 장면들이야말로 여행자에게 가장 낯선 일본이다.

 

벚꽃을 보기 위해서라면 4월이 더 확실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나라가 계절을 어떻게 통과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3월이 더 깊다. 겨울의 끝을 지나 봄의 문턱에 서는 시간. 3월의 일본은 목적지가 아니라, 변화를 체험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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