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도시의 이름은 늘 과거의 이야기만을 담지 않는다. 어떤 이름은 신화의 전설을 품고, 또 어떤 이름은 정복자의 발자취를 남긴다. 하지만 두바이와 싱가포르의 이름은 다르다. 이 두 도시는 고대의 전설을 계승하기보다는 근대와 현대가 직접 만들어낸 이름을 통해 오늘의 의미를 얻었다. ‘사막의 기적’을 상징하는 두바이와 ‘사자의 도시’에서 글로벌 허브로 변신한 싱가포르는, 이름 그 자체가 곧 현대 문명의 성취와 미래 지향성을 말해준다.
여행자가 이곳의 이름을 들으면 떠올리는 것은 더 이상 지도 속 작은 지명이 아니다. 초고층 빌딩과 인공섬, 세계의 중심을 오가는 항공 네트워크, 그리고 글로벌 금융의 심장 같은 이미지가 함께 따라온다. 두바이와 싱가포르는 도시의 이름을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정의하며, 그 과정을 여행자에게 직접 보여준다. 이름을 따라 걷는 여정은 곧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가 미래를 창조하는 현장에 들어서는 경험이 된다.

◆ 두바이, 사막 위에 세운 기적의 이름
두바이(Dubai)라는 이름의 기원은 아랍어 ‘도유브’에서 찾을 수 있다. ‘작은 메뚜기 무리’라는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원래 작은 어촌의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초고층 건축물과 사막의 기적을 상징한다.
오늘날 두바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부르즈 할리파, 인공 섬 팜 주메이라, 사막 위의 쇼핑몰과 리조트로 도시의 이미지를 다시 쓰고 있다. 두바이라는 이름은 더 이상 작은 마을이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와 관광의 중심을 뜻한다.
여행자가 두바이를 걸을 때 느끼는 것은 신화의 향기가 아니라, 현대 문명이 극한을 시험하며 만든 인공적이지만 압도적인 풍경이다. 초고층 빌딩 사이의 분수 쇼, 황금빛 사막을 질주하는 사파리 체험, 그리고 세계 각국의 문화가 교차하는 시장과 항구가 도시의 이름을 끊임없이 확장시킨다. ‘두바이’라는 이름은 곧 가능성의 다른 이름으로, 도시 자체가 하나의 미래형 이야기로 다가온다.

◆ 싱가포르, 사자의 도시에서 글로벌 허브로
싱가포르(Singapore)는 산스크리트어 ‘싱가푸라(Singapura)’에서 유래한다. ‘사자의 도시’라는 의미를 가진 이 이름은 전설에 따르면 한 왕자가 섬에서 사자를 보고 붙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오늘날 싱가포르의 이름은 단순한 전설을 넘어 세계 무역과 금융, 항공의 허브로 확장됐다.
창이공항에서 내려 활기찬 오차드로드를 거닐고, 클라키(Clarke Quay)의 강변을 따라 걸으며, 마리나 베이 샌즈 전망대에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내려다보면, ‘싱가포르’라는 이름이 곧 현대적 질서와 효율, 그리고 국제성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싱가포르의 이름 속에는 도시국가로서 생존해온 저력과 철저한 기획이 함께 담겨 있다. 작은 섬에서 출발해 글로벌 무대의 중심이 된 여정은, 도시의 이름을 단순한 지리적 표기가 아니라 성공 신화의 상징으로 바꿔놓았다.
◆ 현대가 부여한 이름, 여행자가 만나는 미래
두바이와 싱가포르의 이름은 고대의 신화 대신 현대가 만든 새로운 신화를 담고 있다. 두바이는 사막 위에서 가능성을 현실로 바꾼 기적의 이름이며, 싱가포르는 효율과 질서 속에서 국제성을 구현한 글로벌 허브의 이름이다.
여행자가 이 도시들을 마주할 때 느끼는 것은 과거의 전설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가 현재에 펼쳐지는 감각이다. 두바이의 초고층 빌딩 사이에서, 싱가포르의 정돈된 거리와 강변에서, 도시의 이름은 여전히 변하고 성장하며 스스로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신화의 땅 로마와 카이로가 과거를 증언한다면, 두바이와 싱가포르는 미래를 선포한다. 도시의 이름은 결국 시간 속에서 새로 쓰이는 이야기이며, 여행자는 그 이름이 펼쳐내는 새로운 신화의 목격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