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전 세계 관광산업이 다시 성장 궤도에 올랐지만, 인력이 사라지고 있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가 최근 발표한 ‘Future of Work in Travel & Tourism’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까지 전 세계 관광산업에서 약 4310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술은 발전하지만 사람은 줄어드는, 역설적인 인력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WTTC는 팬데믹 이후 급반등한 여행 수요에 비해 노동력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숙박·운송·요식업 전반에서 구조적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2035년 전까지 필요한 인력의 16%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며 저숙련직 2010만 명, 서비스·호스피털리티 직군 860만 명, 관리·기획직 420만 명이 심각한 인력 부족 상태에 놓일 것으로 내다봤다.
WTTC는 이번 인력 위기의 근본 원인을 단순한 ‘인구감소’로 보지 않는다. 보고서는 “관광업이 더 이상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일자리로 인식되지 않고 있으며, AI·플랫폼 산업에 인재가 몰리는 구조적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일자리의 수가 아니라 ‘선택받지 못하는 산업’이 된 것이 문제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과 일본, 태국 등은 숙박·서비스업 종사자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고,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아 인력 공급망이 불안정하다. WTTC는 아시아가 향후 10년간 전 세계 관광 일자리 부족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희망의 단서도 있다. AI와 자동화 기술이 단순 노동을 대체하면서, 관광 일자리의 질(quality)이 향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AI는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인력을 재교육(upskill)시켜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유럽 주요 호텔 체인은 ‘AI 컨시어지’를 도입하면서 직원 교육을 병행해 고객 만족도와 생산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WTTC는 향후 10년간 관광산업이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첫 번째 전략은 청년층의 적극적인 유입 확대다. WTTC는 관광업을 단순 서비스업이 아닌 기술과 창의성이 결합된 산업으로 재정의함으로써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근로환경 개선이다. 유연근무제 도입과 복지 제도 강화 등 근무 조건을 개선해 관광업 종사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장기 근속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WTTC는 산학협력 확대를 통해 실무 중심의 관광 교육을 강화하고, 숙련된 인력을 빠르게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산업 전반의 전문성을 높이고,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를 “관광산업의 구조적 경고음”으로 평가한다. AI가 서비스를 혁신해도, 결국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것은 사람이다. 기계가 예약을 처리해도, 여행의 온기를 전달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관광의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지키는 일이, 앞으로 10년 관광산업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