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기후위기의 시대, 여행은 이제 환경의 문제와 분리될 수 없는 선택이 됐다. 관광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8%를 차지하며,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교통에서 비롯된다. 여행의 발자국이 곧 탄소의 발자국이 되는 셈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최근 보고서 ‘데이터 기반 기후변화에 따른 관광 대응 방안’은 여행의 이동 방식이 배출량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한다. 자료에 따르면, 교통수단별 이산화탄소 발생량(1인당 이동거리 1km 기준)은 단거리 항공편이 가장 높고, 이어 중형차·버스·페리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차와 전기차는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보고서에 인용된 자료를 보면, 단거리 항공의 탄소 배출은 약 255g, 중형차 171g, 전기차 53g, 기차 41g 수준이다. 항공기와 내연기관 차량이 여전히 여행 탄소발자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특히 비행은 거리와 무관하게 높은 배출량을 기록하며, 짧은 구간일수록 효율이 더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저탄소 여행’이 새로운 관광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기차·기차 이용이 늘고, 단거리 항공 이동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국내 관광객의 전기차 이동 비중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친환경 교통 연계망이 관광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부터 주요 관광지 중심으로 ‘지속가능 관광 시범지’를 지정해 운영 중이다. 전남 순천만, 강원 인제, 제주 조천읍 등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들은 대중교통 접근성과 생태 보전, 지역 자원 순환을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 순천만은 전기 셔틀버스 운행과 일회용품 없는 관광지 조성을 병행하고, 인제는 ‘탄소 저감형 로컬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여행자 참여형 환경 캠페인을 운영한다.
한편, 공사는 관광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한국형 지속가능관광 인증제’(K-SDGs Tourism Index)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제 지속가능관광위원회(GSTC)의 기준을 준용해 숙박·교통·체험 부문의 탄소저감 실천 정도를 평가하는 제도로, 올해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확대될 예정이다.
관광업계에서는 이러한 정책 변화가 단순한 환경운동을 넘어 새로운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지속가능관광은 환경을 위한 선택이자 지역경제를 위한 투자”라며 “친환경 이동수단과 저탄소 여행이 앞으로 관광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된 지금, 여행의 가치 또한 ‘이동’에서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탄소를 덜 내는 여행, 불편하지만 지속 가능한 여행이 이제는 새로운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