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한국을 찾는 외래객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그 흐름이 지방으로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인바운드 시장이 회복 국면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관광 소비와 체류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를 위한 지역특화 여행산업 육성 방안’ 보고서도 같은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다. 연구진은 “지역 분산이 인바운드의 가장 큰 과제”라고 규정하며 구조적 원인을 짚었다.
보고서는 외래객의 여행 방식이 이미 FIT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분석한다. 여행자가 스스로 일정을 짜고, 현지 체험 중심의 소비를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지역 기반의 체험형 관광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체험 관광 시장은 이미 3조 달러 규모로 평가되며, 현지 음식·생활문화·로컬 브랜드 소비가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한국의 지방 관광지는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해 외래객의 실제 이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지역 인바운드 생태계의 기반이 약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보고서는 지역 기반 여행업의 역량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고, 지역 인바운드를 전담하는 전문여행사나 중간지원조직도 부재하다고 지적한다. 관광 콘텐츠가 있어도 이를 상품화하고 해외 수요와 연결하는 구조가 취약한 것이다. 연구진은 “지역 인바운드 전담조직과 여행업 생태계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일본 사례는 이런 구조적 차이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가고시마현은 지역한정여행업 제도를 기반으로 공공·민간의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작은 체험사업자까지 지원하는 운영 시스템을 갖췄다. 이를 통해 지역 단위의 인바운드 분산이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반면 한국은 수도권 중심의 관광 구조가 고착화돼 지방이 해외 수요에 접근할 통로가 사실상 막힌 상태다.
보고서는 지역 인바운드를 다시 설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홍보 강화’가 아니라 여행사·플랫폼·DMO·체험 공급자까지 이어지는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결론 짓는다. 또한 서울을 허브로 삼아 지방으로 확산시키는 연결 전략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한국을 찾는 여행자는 빠르게 돌아오고 있지만, 그들이 향하는 곳은 여전히 서울과 몇몇 대형 관광지에만 몰려 있다. 수요는 변했는데 공급 구조가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지역 인바운드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불균형의 근원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떠오르는 ‘착지형 관광’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