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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기획] 지역 인바운드의 미래④…일본 가고시마는 어떻게 지역관광을 살렸나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일본 가고시마현은 일본 남단에 위치한 인구 160만 명의 지방 도시다. 규모만 보면 한국의 광역시급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인바운드 유치 성과만큼은 일본 지방 중에서도 상위권을 꾸준히 기록해 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최근 보고서는 “가고시마의 경쟁력은 콘텐츠보다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 핵심을 해부했다.

 

가고시마 모델의 중심에는 ‘지역한정여행업(地域限定旅行業)’ 제도가 있다. 지역 단위의 여행사가 해당 지역을 대상으로 독립적인 기획·운영 권한을 갖는 제도로, 일본 관광청이 지방 인바운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한 특별 규격이다. 보고서는 “이 제도가 지역 인바운드 운영의 공공성과 민간 역량을 동시에 끌어올린 제도적 기반”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공공·민간의 역할 분담이다. 가고시마현 관광연맹과 지역 DMO는 체험 공급자 교육, 품질 기준 설정, 안전관리, 번역·다국어 정보 제공, 홍보를 담당한다. 민간 여행사는 이를 바탕으로 체험·투어를 실제 상품으로 묶는 기획자·운영자의 역할을 맡는다. 공방 클래스, 화산 지형 체험, 전통 식문화 프로그램, 농가 체험 등 지역 생활문화 전반이 상품 단위로 체계화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고시마는 지역 인바운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연간 40억 엔 수준의 예산을 투입해 왔다. 이 예산은 단발성 홍보나 이벤트가 아닌, 체험 발굴–교육–상품화–유통–평가로 이어지는 전 과정에 사용된다. 지역한정여행업자가 단독으로는 수행하기 어려운 운영·품질관리 영역을 공공이 보조하며, 민간이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인바운드 시장에 접근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 구조는 지역경제의 소비 구조까지 바꾸어 놓았다. 방문객의 소비가 체험 제공자·공방·소규모 식당·농가 등 지역 곳곳으로 분산되면서, 인바운드의 경제 효과가 대형시설 중심이 아닌 지역 전체로 확산되는 방식이 정착했다. 체험형 관광의 확장은 지역 주민이 관광 운영의 주체로 자연스럽게 편입되는 결과를 만들었고, 이는 지역 인구 감소·소멸 위험 지역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과의 차이는 더 뚜렷하다. 보고서는 “한국 지방 관광은 체험 자원은 풍부해도 이를 묶어 해외 시장에 연결할 조직이 부재하다”고 지적한다. 지방에 지역 인바운드 전문여행사가 거의 없고, 체험 공급자의 발굴·교육·상품화를 수행할 중간지원조직이 부족해 사업자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이는 체험형 상품이 해외 유통망에 오르기 어려운 근본적 제약이 된다.

 

가고시마 모델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면서도 무겁다. 지역 인바운드를 좌우하는 것은 특정 콘텐츠의 매력이 아니라 그 콘텐츠를 묶고 운영하는 체계라는 점이다. 가고시마는 지역 단위 여행사에 역할과 권한을 부여하고, 공공기관이 품질과 안전, 정보와 유통을 폭넓게 지원하며, 지역 곳곳의 체험 공급자를 지속적으로 발굴·육성하는 구조를 갖췄다.

 

여기에 해마다 안정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장기적으로 운영 기반을 다졌고, 방문객의 소비가 지역 내부에서 순환될 수 있도록 경제 구조를 조정했다. 이 일련의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비로소 지역 인바운드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러한 기반이 갖춰지지 않는 한 지방 인바운드가 규모를 키우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다음 편에서는 국가 단위 관광의 관문 역할이 서울에 집중된 한국에서, 어떻게 이 흐름을 지방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지 서울 기반 연계 전략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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