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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심층] 미래여행 대전환④…소비의 전환

경험 중심 지출이 관광을 다시 쓰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여행은 소비의 집합체다. 숙박과 항공, 교통, 음식, 쇼핑이 모여 산업을 이루고, 그 선택의 결과가 지역 경제를 움직인다. 그런데 지금 여행객의 소비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물건보다 경험, 소유보다 순간을 선택하는 가치관의 전환이 전 세계 관광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여행 소비의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글로벌 컨설팅사 딜로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여행 지출 중 체험 관련 항목 비중은 팬데믹 이전보다 평균 15~20% 증가했다. 반대로 전통적 쇼핑 지출은 정체 또는 감소세를 보인다. 관광의 핵심 상품이 기념품에서 체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MZ세대와 알파세대가 소비 주체로 부상하면서 변화는 더 가속화된다. Z세대의 65% 이상이 여행 선택 기준 중 1순위로 ‘특별한 경험’을 꼽았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음식 문화 탐방, 지역 삶을 경험하는 체류형 여행, 자연 속 여행 프로그램이 주목받는 이유다.

 

플랫폼 산업은 이 흐름을 즉각적으로 반영했다. 항공권과 숙박 예약 중심이던 글로벌 OTA(온라인 여행 플랫폼)는 활동 예약 카테고리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트립어드바이저의 자회사 비아토르는 팬데믹 이후 투어·액티비티 매출이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에어비앤비의 체험 서비스도 도시별 필수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여행 준비의 출발점이 항공권이 아니라 체험 리스트인 시대가 된 것이다.

 

이 흐름은 관광산업의 수익 구조를 바꿔놓는다. 전통적으로 목적지 경제는 대형 쇼핑센터, 면세점, 브랜드 매장이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경험 중심 여행에서는 오히려 동네 카페, 작은 갤러리, 로컬 투어 업체 같은 소규모 사업자가 성장의 중심에 선다. 한 도시의 매력이 ‘대형 소비’에서 ‘지역 감도 높은 경험’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이 변화는 도시 관광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 많은 도시가 체험형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로컬 영역에서의 과잉 소비를 분산시키기 위해 동네 주민과 함께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일본 도쿄는 골목 기반 관광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수원 화성의 역사 체험형 야간 프로그램이 대표적 성공 사례로 언급된다.

 

그러나 경험 중심 소비가 모든 목적지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SNS를 통해 갑자기 유명해진 소도시는 관광객 급증으로 거주 비용 상승, 쓰레기 처리 문제, 전통 문화 훼손 등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자연 관광지에서는 생태 교란과 과밀 문제도 우려된다. 적절한 관리와 정책이 없다면 여행의 본질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그럼에도 이 흐름은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다. 관광 연구자들은 이를 여행경제의 질적 전환이라고 정의한다. 과거의 여행이 휴식과 소비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의미와 정체성 탐색이 중심이 된다. 여행이 새로운 ‘자기 서사’의 도구가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궁극적으로 이 변화는 관광 메커니즘 전체에 파문을 일으킨다. 무엇을 팔 것인가, 누구에게 다가갈 것인가, 어떻게 체험을 설계할 것인가. 각국의 관광산업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체험의 품질, 문화적 진정성, 지속가능성은 앞으로 관광 성공의 핵심 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여행의 방향은 한 층 더 복잡해지고 있다. 과시 소비에서 탈피해 나만의 이야기와 감정을 중심으로 여행이 재구성되는 시대. 산업과 도시가 이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포착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관광의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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