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사막은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도시를 떠나 산을 넘고, 계곡을 지나고, 오래된 마을들을 지나야 비로소 모래의 세계가 나타난다. 그래서 사하라로 가는 여행은 목적지보다 길 자체가 하나의 여정이 된다.
마라케시에서 출발해 메르주가로 향하는 길은 그런 여행의 대표적인 장면이다. 붉은 성벽과 시장의 소음이 가득한 도시를 떠나면 풍경은 서서히 변한다. 아틀라스 산맥을 넘고, 사막의 오아시스를 지나고, 오래된 카스바 마을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모래가 하늘과 맞닿는 사하라가 나타난다.
붉은 도시를 떠나 사막으로
마라케시는 흔히 ‘붉은 도시’라고 불린다. 붉은 흙으로 지은 건물과 성벽, 시장의 향신료 냄새, 그리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도시를 채운다. 그러나 이곳에서 남동쪽으로 길을 잡으면 풍경은 빠르게 바뀌기 시작한다.
차는 아틀라스 산맥을 향해 올라간다. 산맥을 넘는 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은 티지 은 티슈카 고개다. 해발 2200m 가까이 올라가는 이 길은 모로코에서 가장 높은 산길 가운데 하나다. 굽이치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붉은 흙빛 산과 깊은 계곡, 그리고 작은 베르베르 마을들이 이어진다.
산맥을 넘는 순간 풍경이 달라진다. 숲이 사라지고 대지는 점점 건조해진다. 돌과 모래가 섞인 황갈색 땅이 이어지며 사막의 기운이 서서히 가까워진다.
카스바와 협곡의 길
사하라로 가는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길 위에는 모로코의 오래된 역사와 풍경이 함께 이어진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장소는 아이트 벤 하두다. 진흙으로 지은 성벽과 탑이 이어진 이 마을은 사막의 요새처럼 보인다. 수백 년 동안 카라반 무역의 중간 기착지였던 곳으로,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보호되고 있다.
이 길은 흔히 ‘카스바의 길’이라고 불린다. 사막 지역 곳곳에 진흙으로 지은 요새 마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길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장미 계곡과 오아시스 마을, 그리고 깊은 협곡들이 이어진다.
특히 토드라 협곡은 거대한 절벽이 수직으로 솟아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협곡 사이를 흐르는 작은 강과 붉은 절벽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사막 여행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극적인 장면이다.
이 길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풍경은 점점 더 건조해진다. 야자수가 줄어들고 땅의 색은 더욱 옅어지며, 여행자는 사막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모래의 바다가 시작되는 곳
마침내 도착하는 곳이 바로 메르주가다. 모로코 남동부에 자리한 이 작은 마을은 사하라 사막을 경험하기 위한 관문으로 알려져 있다. 메르주가는 거대한 모래 언덕이 펼쳐진 에르그 셰비 사구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에르그 셰비의 모래언덕은 높이가 약 150m에 이르며, 북쪽에서 남쪽으로 20km 이상 이어진다. 황금빛 모래가 바람에 의해 끊임없이 모양을 바꾸며 거대한 사막의 풍경을 만든다.
해 질 무렵이 되면 여행자들은 낙타를 타고 사막 안쪽으로 들어간다. 모래 위에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천천히 늘어나고, 붉은 태양이 사구 뒤로 떨어진다. 도시의 소음은 사라지고 바람 소리만이 남는다.
밤이 되면 사막의 또 다른 풍경이 나타난다. 불빛이 거의 없는 사막에서는 별이 유난히 또렷하게 보인다. 여행자들은 베르베르 음악이 울려 퍼지는 모닥불 옆에 앉아 사막의 밤을 보낸다.
길 끝에서 시작되는 여행
마라케시에서 메르주가까지의 거리는 약 560km에 이른다. 자동차로만 이동해도 9~10시간이 걸리는 긴 여정이다.
그러나 이 여행의 의미는 거리보다 풍경의 변화에 있다. 붉은 도시에서 시작된 길은 산맥을 넘고 협곡을 지나며 점점 건조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래의 바다가 나타난다.
그래서 이 여행의 목적지는 사실 메르주가가 아니다. 진짜 여행은 그곳에 도착하기 전, 길 위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라케시에서 사하라까지 이어지는 길. 그 길은 도시에서 사막으로, 그리고 일상의 시간에서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여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