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김응대 칼럼니스트] 코로나 이후 세계 관광 시장은 분명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항공편은 늘고, 도시들은 다시 관광객으로 붐빈다. 그러나 최근 각국의 관광 정책과 콘텐츠를 들여다보면, 예전과는 다른 공통된 방향성이 읽힌다. 더 많이 받는 관광이 아니라, 어떻게 받고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에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은 타오위안 국제공항 환승객에게 바우처를 제공하며 ‘머무를 가능성이 있는 여행자’를 적극적으로 유인한다. 단순 환승을 체류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싱가포르는 관광객 증가세 속에서도 2026년부터 입국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여행객의 항공기 탑승 자체를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관광 회복과 국경 관리를 동시에 추진하는, 이중적인 접근이다.
영국 런던의 사례도 흥미롭다. 아스날 FC는 기존의 경기장 견학을 넘어 구단의 역사를 직접 걷는 ‘히스토리 워킹 투어’를 선보였다. 축구 클럽 하나가 스포츠 시설을 넘어 도시 문화 자산으로 기능하는 방식이다. 런던 사우스뱅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세계 인기 순위 상위권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려한 신규 시설보다, 도시가 가진 이야기와 계절성을 정교하게 설계한 콘텐츠가 관광 수요를 끌어당기고 있다.
이와 동시에 런던은 2026년부터 지하철 요금을 평균 5% 이상 인상한다. 관광객 역시 예외가 아니다. 관광은 환영하지만, 그 비용과 질서에 대한 부담은 분명히 공유하겠다는 메시지다. 저가·대량 이동보다는, 도시가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관광을 선택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 사례들이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관광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개방 산업이 아니다. 각국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동시에, 선별하고 관리하며, 체류 경험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관광은 마케팅의 영역을 넘어 정책과 도시 운영의 문제로 진입했다.
여행자에게도 변화가 요구된다. 싸고 쉽게 갈 수 있는 목적지보다, 왜 이 도시가 나를 부르는지, 어떤 경험을 제공하려 하는지를 읽어야 하는 시대다. 축구 투어 하나, 크리스마스 마켓 하나에도 도시의 전략과 방향성이 녹아 있다.
관광의 회복은 숫자로만 판단할 수 없다. 이제 경쟁력의 핵심은 방문객 수가 아니라, 얼마나 잘 설계된 여행 경험을 제공하느냐에 있다. 관광은 다시 붐비고 있지만, 그 문을 여는 방식은 이전보다 훨씬 정교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