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베트남이 시티투어를 중심으로 도시관광과 연계관광을 동시에 키워가면서, 이 같은 모델이 한국 관광에도 적용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노이와 호치민을 중심으로 한 베트남의 시티투어 전략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도시관광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관광공사 하노이지사가 분석한 베트남 시티투어 모델의 핵심은 공공 개입과 표준화다. 베트남 주요 도시는 시티투어 버스를 공공 관광 인프라로 인식하고, 무료 탑승이나 할인 정책을 통해 관광객의 첫 도시 경험을 열어주는 데 집중해 왔다. 이를 통해 도시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자연스럽게 근교 연계 투어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하노이의 경우 시티투어 버스가 호안끼엠 호수와 구시가지, 주요 박물관과 시장을 연결하며 도시 동선을 정리해준다. 관광객은 도착 첫날 시티투어로 도시 전반을 파악한 뒤, 다음 날 닌빈이나 하롱베이로 이동하는 일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시티투어가 연계관광의 출발점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호치민 역시 시티투어 버스를 중심으로 낮과 밤 코스를 나누고, 전망대나 야경 투어, 쇼핑과 결합한 상품을 운영하며 도시 체험의 밀도를 높이고 있다. 이후 붕따우 해변이나 쿠치터널, 메콩델타로 이어지는 근교 투어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시티투어와 연계관광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한국의 시티투어는 여전히 교통 수단 또는 개별 관광 상품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서울과 부산 등 주요 도시에 시티투어 버스가 운영되고 있지만, 무료 체험이나 공공 지원을 통한 적극적인 관광 유입 전략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근교 관광지와의 연계 역시 관광객의 자율 선택에 맡겨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관광공사 하노이지사는 “베트남 시티투어 모델의 핵심은 관광객에게 선택지를 늘리기 전에 먼저 ‘공식’을 제시했다는 점”이라며 “도시 하루, 근교 하루라는 구조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상품과 마케팅에 일관되게 반영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도 서울과 수도권, 부산과 해양 관광지를 묶은 연계 모델을 국가 차원에서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모델을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시티투어를 도시관광의 출발점으로 재정의하는 발상이 중요하다고 본다. 무료 또는 체험형 시티투어를 통해 관광 진입 장벽을 낮추고, 쇼핑·야간 관광·근교 투어로 이어지는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은 한국 관광에도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는 평가다.

도시를 단순한 경유지가 아닌 관광 허브로 만들 수 있느냐가 향후 한국 연계관광의 성패를 가를 기준이 될 전망이다. 베트남이 먼저 실험한 시티투어 중심 전략이 한국 관광 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