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편집국] 1883년 8월, 인도네시아 순다 해협에 있던 섬 하나가 사라졌다. 정확히는, 섬의 대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크라카타우(Krakatau). 당시 이 섬은 사람이 살던 곳은 아니었지만, 주변 해안에는 수십 개의 항구와 마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그중 상당수는 지도에서 사라졌다.
크라카타우의 분화는 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화산 폭발 중 하나로 기록된다. 폭발음은 4800km 떨어진 인도양 건너편에서도 들렸고, 화산재는 성층권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은 화산 그 자체가 아니라, 섬이 붕괴되며 발생한 연쇄적 파괴였다.
섬이 무너질 때, 바다가 움직였다
1883년 8월 26일부터 27일까지 이어진 대폭발은 크라카타우 화산체의 약 3분의 2를 붕괴시켰다. 그 결과 바다로 떨어진 거대한 암반과 화산 물질은 즉각적인 해저 변위를 일으켰고, 이는 초대형 쓰나미로 이어졌다.
기록에 따르면 최대 40미터에 달하는 파도가 자바와 수마트라 해안을 덮쳤다. 항구는 사라졌고, 해안 마을은 흔적 없이 쓸려갔다. 당시 사망자는 약 3만 6천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이 화산이 아닌, 바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 파괴는 선택적이지 않았다. 방파제도, 고지대도, 인간의 대비도 의미를 갖지 못했다. 바다는 한 번의 움직임으로 생활권을 삭제했다.
도시가 아닌, 공백이 남은 자리
크라카타우 인근에서 사라진 것은 건물만이 아니다. 기록 자체가 끊긴 지역도 많다. 행정 문서가 남지 않았고, 생존자의 증언도 제한적이다. 일부 마을은 이름만 남았고, 위치조차 정확히 특정되지 않는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이 지역은 ‘비어 있는 해안’으로 남았다. 사람들이 돌아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돌아온 뒤에도 과거의 도시 구조는 재현되지 않았다. 항로는 바뀌었고, 항구의 중심은 이동했다. 자연은 공간을 재편했고, 인간은 그 결과에 적응했다.
다시 솟아오른 섬, 그러나 같은 장소는 아니다
1927년, 크라카타우 인근 해저에서 새로운 화산 활동이 시작됐다. 바다 위로 작은 섬이 떠올랐고, 이는 ‘아낙 크라카타우(Anak Krakatau)’, 즉 ‘크라카타우의 아이’로 불렸다. 사라진 섬의 잔해 위에 새로 형성된 화산체였다.
그러나 이 섬은 복원이 아니다. 이전의 크라카타우와는 위치도, 규모도, 안정성도 다르다. 현재까지도 활동을 이어가며, 2018년에는 부분 붕괴로 다시 쓰나미를 일으켰다. 이 지역에서 ‘정착’은 여전히 임시적 개념에 가깝다.
금단의 기록으로 남은 이유
크라카타우는 출입이 금지된 섬이 아니다. 관광 보트가 접근하고, 관측 장비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이곳이 금단의 여행지로 분류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연이 인간의 존재를 전제로 하지 않았음을 증명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폐허도, 유령 도시도 없다. 대신 공백이 있다. 한때 사람이 살았고, 생활권이 이어졌다는 사실만 기록으로 남아 있다. 풍경은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 아름다움은 파괴 이후에 형성된 것이다.
크라카타우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다만 보여준다. 도시는 하루 만에 사라질 수 있고, 지도는 다시 그려질 수 있으며, 자연은 설명 없이 공간을 재편한다는 사실을.
그래서 이곳은 여행지라기보다 사건의 잔존물이다. 인간의 시간과 무관하게, 자연이 한 번 움직였던 자리. 크라카타우는 그 흔적을 아직도 바다 위에 남겨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