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0 (화)

  • 맑음동두천 4.4℃
  • 맑음강릉 6.3℃
  • 맑음서울 5.5℃
  • 맑음대전 7.1℃
  • 맑음대구 8.8℃
  • 맑음울산 7.7℃
  • 맑음광주 5.8℃
  • 맑음부산 7.9℃
  • 맑음고창 3.6℃
  • 맑음제주 7.0℃
  • 맑음강화 2.2℃
  • 맑음보은 4.9℃
  • 맑음금산 5.6℃
  • 맑음강진군 6.1℃
  • 맑음경주시 6.8℃
  • 맑음거제 7.0℃
기상청 제공

미주·대양주

태평양에서 화산 호수까지, 오리건이라는 거대한 풍경 지도

바다·폭포·설산·용암 대지…미국 서부에서 가장 다채로운 로드트립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태평양 절벽 위에서 여행은 시작된다. 거친 파도가 검은 바위에 부딪히고, 안개가 바다와 숲 사이를 천천히 흐른다. 도로는 해안을 따라 이어지고, 어느 순간 숲과 폭포가 나타난다. 다시 차를 달리면 만년설을 이고 선 화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믿기 어려울 만큼 푸른 호수가 여행자를 기다린다.

 

미국 북서부에 자리한 오리건은 이런 풍경들이 한 주 안에서 이어지는 곳이다. 태평양 해안과 원시림, 화산 산맥, 깊은 호수, 그리고 고원 지형까지 서로 다른 자연이 짧은 거리 안에서 연결된다. 그래서 이곳의 여행은 특정 도시보다 풍경을 따라 이동하는 로드트립으로 기억된다. 오리건에서는 목적지보다 그 사이의 길이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태평양 절벽이 이어지는 거대한 해안선

 

오리건 여행의 첫 장면은 바다다. 태평양을 따라 약 580킬로미터 이어지는 오리건 해안선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으로 유명하다. 해안 절벽 아래로는 거친 파도가 부서지고, 바다 위에는 기묘한 바위섬들이 솟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구간은 Samuel H. Boardman State Scenic Corridor다. 해안 절벽과 숲 사이로 트레일이 이어지며, 곳곳에 전망 포인트가 숨어 있다.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면 태평양의 짙은 푸른색과 바위섬이 만들어내는 극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이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오리건의 자연이 가진 특징을 금세 알게 된다. 관광지로 개발된 해변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거친 풍경이 더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넓은 모래 해변, 안개 낀 숲,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가 여행자의 시야를 채운다.

 

폭포가 이어지는 협곡의 길

 

바다를 뒤로하고 내륙으로 향하면 풍경은 다시 변한다. 숲은 더욱 울창해지고, 협곡 사이로 거대한 강이 흐른다. 바로 콜롬비아 강 협곡이다.

 

이 협곡은 수십 개의 폭포가 이어지는 오리건의 대표적인 자연 명소다. 절벽 사이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길을 따라 달리는 동안 폭포 풍경이 계속 이어진다.

 

가장 유명한 폭포는 멀트노마 폭포다. 약 189미터 높이에서 두 단으로 떨어지는 이 폭포는 오리건에서 가장 상징적인 풍경 중 하나다. 폭포 앞에 서면 협곡을 따라 흐르는 바람과 물소리가 여행자의 감각을 압도한다.

 

이 협곡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는 역사적인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굽이치는 길 위에서 바라보는 강과 절벽의 풍경은 미국 서부에서도 손꼽히는 드라이브 경험으로 평가받는다.

 

만년설 화산이 지배하는 산맥

 

협곡을 지나면 시야의 중심에 거대한 산이 등장한다. 바로 마운트 후드다. 해발 약 3400미터에 이르는 이 화산은 오리건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정상에는 일 년 내내 눈이 남아 있다.

 

이 산은 오리건 사람들에게 단순한 자연 풍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겨울에는 스키와 스노보드, 여름에는 하이킹과 산악자전거가 이어지는 대표적인 아웃도어 지역이기 때문이다. 설산을 배경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숲길은 북서부 특유의 장대한 자연을 보여준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운트 후드는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울창한 숲 위로 하얀 화산 정상만이 하늘에 떠 있는 모습이다.

 

화산이 남긴 깊은 푸른 호수

 

오리건 남부로 내려가면 이 여행의 가장 인상적인 풍경이 나타난다. 바로 크레이터 호 국립공원이다.

 

이 공원 중심에는 크레이터 호가 자리 잡고 있다. 약 7700년 전 거대한 화산 폭발로 산 정상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형성된 칼데라에 물이 채워져 만들어진 호수다. 깊이는 약 594미터로 미국에서 가장 깊은 호수로 알려져 있다.

 

이 호수의 가장 큰 특징은 색이다. 바람이 잔잔한 날이면 호수는 믿기 어려울 만큼 짙은 파란색을 띤다. 주변에는 강이 유입되지 않아 물이 매우 맑기 때문이다.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림 드라이브는 이곳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약 50킬로미터에 이르는 도로를 따라 달리면 호수와 화산 지형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전망대에 멈춰 서면 거대한 칼데라와 푸른 물빛이 한눈에 들어온다.

 

 

용암 대지 위를 달리는 도로

 

오리건의 자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중부 지역으로 이동하면 또 다른 세계가 나타난다. 바로 화산 활동이 남긴 용암 지형이다.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는 McKenzie Pass–Santiam Pass Scenic Byway다. 울창한 숲 사이로 이어지던 길은 어느 순간 검은 용암 대지로 변한다.

 

이 길에서 가장 독특한 장소는 Dee Wright Observatory다. 화산암으로 만든 작은 전망대 주변에는 끝없이 펼쳐진 용암 지형이 이어진다. 검게 굳은 용암 사이로 멀리 화산 산맥이 보이는 풍경은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는 하이킹과 사이클링, 자연 관찰 같은 다양한 야외 활동도 가능하다. 용암이 식으며 만들어진 독특한 지형은 오리건의 지질학적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도시와 숲이 공존하는 여행의 시작점

 

이 모든 여정의 출발점은 대개 포틀랜드이다. 오리건 최대 도시인 포틀랜드는 자연과 도시가 함께 살아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도심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숲 공원인 포레스트 파크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는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트레일이 이어져 있어 도시 안에서도 숲 속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또한 포틀랜드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미식 도시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레스토랑과 개성적인 브루어리 문화 덕분에 여행자들은 자연뿐 아니라 음식과 문화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오리건 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풍경의 다양성 때문이다. 태평양 절벽에서 시작된 여행은 협곡의 폭포를 지나 화산 산맥을 넘고, 마침내 깊은 호수와 용암 대지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곳을 여행한 사람들은 특정 도시보다 하나의 긴 풍경의 흐름을 기억한다. 바다에서 화산까지 이어지는 그 길 위에서, 오리건은 미국 서부의 또 다른 자연 이야기를 조용히 펼쳐 보인다.

포토·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