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편집국] 지구 곳곳을 여행해본 사람이라도, 이곳만큼은 감히 ‘목적지’라 부르기 어렵다. 태평양의 심해에 길게 패인 상처, 인간 문명이 끝나는 지점의 문턱. 마리아나 해구는 지도에도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이름만 남은 금단의 장소다. 아무리 위험한 여행지라도 ‘발을 딛을 수 있는 땅’이 존재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마리아나 해구는 존재 자체가 인간 접근을 거부하는 공간이다.
수심 1만m의 압력, 인간을 산산조각 낼 깊이
지구에서 가장 깊은 지점으로 알려진 ‘챌린저 딥(Challenger Deep)’은 수심 약 10,920m. 이 깊이에서 가해지는 압력은 1㎡당 약 1,100톤에 달한다. 강철 선체는 찌그러지고, 인간의 신체는 구조를 유지할 수 없다. 체온은 유지되지 않으며, 호흡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여행의 조건은 단 하나다. “생존이 가능한가.”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부정이다. 마리아나 해구는 인간의 용기나 기술로 극복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이 심연은 인간보다 훨씬 오래된 자연의 규칙으로 작동하며, 그 규칙은 타협하지 않는다.
달 표면보다 덜 탐사된 곳
인류는 달에 여섯 차례 착륙했다. 그러나 챌린저 딥 바닥에 도달한 탐사 기록은 손에 꼽을 정도다. 심해의 구조는 너무 깊고 복잡해 음파 탐지로도 완전한 지형도가 그려지지 않는다. 절벽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마리아나 해구는 지구 내부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미지 세계다. 과학의 사각지대이자, 지도의 공백. 인간은 지표를 정복했지만, 지구의 가장 깊은 부분 앞에서는 여전히 관찰자에 머문다.
빛이 없는 세계, 그러나 살아 있는 생명
수직으로 낙하하는 잠수정의 창밖은 영원한 밤이다. 빛은 수심 1km 아래에서 이미 사라지고, 3km 이후부터는 인간의 감각 자체가 무력해진다. 방향, 거리, 색채의 개념이 붕괴된다.
그러나 이 절대적인 어둠 속에서도 생명은 존재한다. 투명한 갑각류, 유령처럼 흐르는 어류, 아직 이름조차 붙지 않은 미생물 군집들. 마리아나 해구는 생명이 유지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상실한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생명을 품고 있다. 이 사실 앞에서 탐험가들조차 말을 잃는다.
인간은 닿지 못했지만, 흔적은 남겼다
가장 아이러니한 장면은 심해 바닥에서 발견된다. 플라스틱 봉지, 포장재 조각, 합성섬유 잔해들. 인간은 발로는 도달하지 못한 장소에, 쓰레기로 먼저 도달했다.
지구의 가장 깊은 곳마저 오염됐다는 사실은 ‘금단의 공간’이 더 이상 인간과 분리돼 있지 않다는 냉혹한 현실을 드러낸다. 마리아나 해구는 인간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최후의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책임이 가장 늦게 도착한 장소일지도 모른다.
여행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질문
마리아나 해구는 실제로 갈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니다. 국가 단위의 탐사선, 극소수의 심해 잠수정만이 접근을 시도할 수 있으며, 실패의 대가는 즉각적이다. 이곳은 육체로 이동하는 여행지가 아니라, 인식으로만 도달 가능한 공간에 가깝다.
그래서 이 심연은 묻는다. 인간은 지구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리는 어디까지 개입해도 되는가. 그리고 어떤 공간은 끝내 ‘가지 않는 선택’으로 남겨야 하는 것은 아닌가.
금단의 여행지 시리즈의 마지막은 땅이 아니다. 바다도 아니다. 그보다 아래, 인간의 영향이 끝나야 할 것 같지만 오히려 시작돼버린 깊이다. 이 수직 낙하는 여행의 종착점이자,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다시 묻는 가장 깊은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