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타이베이 MRT에서 내려 계단을 오르는 순간, 풍경이 달라진다. 빌딩 사이로 김이 피어오르고, 유황 냄새가 공기를 채운다. 베이터우의 온천 여행은 이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내리는 그 자리에서 이미 시작된다. 도시 한복판에서 온천이 일상이 되는 공간, 베이터우는 타이베이가 가진 가장 독특한 표정이다.
베이터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도시형 온천 지구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온천과 달리, 이곳의 온천은 생활권 안에 있다. 주거지와 공원, 박물관과 시장 사이로 온천 시설이 이어진다. 여행자는 특별한 준비 없이도 도시의 리듬 속에서 온천 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 지역의 온천 역사는 타이완 근대사와 맞물려 있다. 일제강점기, 베이터우는 본격적인 온천 휴양지로 개발됐다. 신베이터우 기차역과 온천 박물관은 그 시기의 흔적을 전한다. 당시의 공중목욕탕과 철도 문화는 사라지지 않고, 오늘날 박물관과 복원된 건축물로 남아 관광의 일부가 됐다. 베이터우의 온천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도시의 기억이 축적된 장소다.
베이터우 온천 지구의 중심에는 자연 지형이 있다. 지열곡과 유황곡에서는 지금도 땅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온다. 인위적으로 꾸민 시설이 아니라, 지형 자체가 관광지가 된다. 도시 개발 속에서도 이 공간이 보존된 것은 베이터우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요소다. 자연과 도시가 분리되지 않고 겹쳐진 장면이 이곳의 풍경을 만든다.
온천 지구를 따라 걷다 보면 베이터우 중계시장과 주변 골목이 이어진다. 이곳은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의 생활 공간이기도 하다. 루로우판과 간단한 국수, 반찬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여행자는 자연스럽게 도시의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 온천 뒤에 시장을 걷는 동선은 베이터우 여행의 일부다. 이곳에서 여행과 생활의 경계는 느슨하다.
베이터우의 온천 숙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도시형 온천의 해석을 보여준다. 역사적 건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호텔, 문화 공간과 결합된 숙소, 조용한 휴식을 강조한 리조트까지 선택지는 다양하다.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하지만, 하룻밤을 머무르면 베이터우의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난다. 밤이 되면 관광객의 발길이 줄고, 온천 지구는 다시 일상의 공간으로 돌아간다.
베이터우의 온천은 자연 속 휴식과는 다른 종류의 쉼을 제공한다. 이곳에서의 온천은 도시를 벗어나는 탈출이 아니라, 도시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역사와 생활, 자연 현상이 겹쳐진 공간에서 여행자는 타이베이라는 도시의 층위를 몸으로 느끼게 된다.
베이터우는 타이완이 자연 자원을 어떻게 도시 문화로 받아들였는지를 보여준다. 지열은 관광 자원이 됐고, 온천은 일상이 됐다. 김이 오르는 풍경은 지금도 도시 한가운데서 계속된다. 베이터우의 온천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말한다. 이 도시는 쉼마저도 도시의 일부로 품고 있다고.
※ 본 기사는 대만관광협회 발행 관광 격월간지(2025년 11–12월호)를 참고해 재구성했으며, 각 시설 정보는 공식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