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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이 있는 간월도…바다가 허락할 때만 닿는 곳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서해는 늘 변한다. 하루에도 두 번, 바다는 길을 열었다가 닫는다. 충남 서산 간월도와 간월암은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놓인 여행지다. 썰물에는 걸어서 들어가고, 밀물에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암자가 된다. 같은 장소지만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이곳은 서해가 가진 ‘리듬’을 가장 직관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간월도는 본래 작은 섬이었다. 천수만 간척사업 이후 육지와 연결되며 섬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바다와 함께 살아온 마을의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바닷길과 갯벌, 방조제 너머로 펼쳐진 수평선은 간척 이전과 이후의 시간이 겹쳐 보이는 장면을 만든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단순한 해안 풍경이 아니라, 서해안 개발사와 어촌의 삶이 켜켜이 쌓인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간월도의 중심에는 간월암이 있다. 조선 초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을 보며 수행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달을 본 암자’라는 이름도 여기서 비롯됐다. 간월암은 규모가 크지 않다. 화려한 전각도 없다. 대신 바다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다. 썰물 때 드러나는 모래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암자는 어느새 바다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이 암자의 진짜 매력은 풍경이 아니라 시간이다.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돌아오는 길을 자연스럽게 재촉받고, 물이 빠질 때는 다시 길이 열린다. 이 반복은 간월암을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때를 읽는 장소’로 만든다. 서해 여행의 본질이 기다림과 관찰에 있다는 사실을, 이곳은 말없이 보여준다.

 

 

일몰 무렵의 간월암은 서산을 대표하는 장면 중 하나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암자는 실루엣만 남고, 바다는 거울처럼 빛을 반사한다. 사진 명소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카메라보다 눈으로 보는 시간이 더 오래 남는다. 소음이 적고 시야가 열려 있어, 해가 지는 과정을 온전히 따라가기 좋다.

 

간월도 여행은 암자에서 끝나지 않는다. 천수만 일대는 철새 도래지로도 유명해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겨울이면 바다 위로 날아오르는 새들의 군무가 펼쳐지고, 마을에서는 어리굴젓 등 서산 지역 특유의 해산물 문화가 일상처럼 이어진다. 음력 정월 보름에 열리는 굴부르기 군왕제는 이곳이 여전히 ‘살아 있는 마을’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간월도와 간월암은 화려한 관광지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서해가 가진 시간의 흐름, 간척이 남긴 풍경, 신앙과 삶이 겹쳐진 자리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물때를 확인하고 들어가야 하는 번거로움조차 이곳에서는 여행의 일부가 된다. 서해를 단순히 ‘바다’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공간’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간월도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목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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