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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위에 시간이 흐르는 도시, 오타루

가스등이 켜지면 시작되는 홋카이도의 가장 낭만적인 밤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해가 기울면 물빛이 먼저 변한다. 잔잔한 운하 위로 오래된 석조 창고들이 하나둘 불빛을 켠다. 그리고 가스등이 켜지는 순간, 도시는 갑자기 다른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일본의 어느 항구 도시보다 조용하고, 어느 관광지보다 오래된 공기가 남아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오타루다.

 

홋카이도 서부에 자리한 이 도시는 한때 북일본 최대의 무역항이었다. 메이지와 다이쇼 시대, 홋카이도에서 잡힌 청어와 각종 물자가 이 항구를 통해 일본 전역으로 실려 나갔다. 당시 세워진 은행과 상사, 창고 건물들이 지금도 남아 있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역사 풍경처럼 보인다. 이 건물들은 오늘날 카페와 레스토랑, 상점으로 바뀌며 오타루 특유의 낭만적인 거리 풍경을 만들고 있다.

 


물류의 길에서 낭만의 운하로

 

오타루를 상징하는 풍경은 단연 오타루 운하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약 1.1km 이어지는 이 운하는 1923년에 완성된 항만 시설이었다. 큰 화물선이 바다에 정박하면 작은 배가 화물을 운하로 옮겨 창고로 운반하는 방식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항만 시설이 현대화되면서 운하는 점차 역할을 잃었다. 1960년대에는 도로를 만들기 위해 운하를 매립하려는 계획도 있었지만 시민들의 보존 운동으로 철거되지 않았다. 이후 산책로와 공원으로 정비되며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오늘날 운하를 따라 걷는 길은 오타루 여행의 중심이 된다. 낮에는 천천히 산책하기 좋은 풍경이 이어지고, 밤이 되면 가스등이 켜지며 도시 전체가 부드러운 빛으로 물든다.

 

유리와 오르골이 만드는 거리 풍경

 

운하에서 조금 걸으면 오타루의 또 다른 상징적인 거리가 나타난다. 바로 유리 공예와 오르골 상점이 모여 있는 거리다.

 

이곳에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Kitaichi Glass의 공방과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오타루는 과거 석유 램프와 유리 제품을 생산하던 도시였고,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다양한 유리 공예품을 만들어 낸다.

 

또 하나의 명소는 오타루 오르골당이다. 1902년에 지어진 건물을 활용한 이 박물관에는 수만 개의 음악 상자가 전시돼 있다. 작은 오르골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은 오타루의 느린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린다.

 

유리의 빛과 오르골의 소리, 그리고 석조 건물의 그림자가 겹치며 이 거리는 오타루에서 가장 인상적인 풍경 중 하나를 만든다.

 

 

바다의 도시가 만든 미식

 

오타루는 풍경만으로 유명한 도시가 아니다. 이곳은 홋카이도에서도 손꼽히는 해산물 도시다.

 

항구와 가까운 산카쿠 시장에서는 게와 성게, 연어알, 가리비 같은 홋카이도의 신선한 해산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좁은 골목 안에 작은 식당과 상점들이 모여 있어 현지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이 때문에 오타루에는 오래된 스시 가게들이 많다. 항구에서 들어오는 신선한 생선을 바로 사용하는 덕분에 홋카이도에서도 특히 맛있는 스시를 먹을 수 있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눈과 빛이 만드는 겨울의 도시

 

겨울이 되면 오타루의 분위기는 또 한 번 바뀐다. 눈이 내린 운하와 석조 창고, 그리고 가스등의 불빛이 어우러지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풍경이 된다.

 

특히 매년 열리는 오타루 스노우 라이트 패스 페스티벌 기간에는 운하 주변에 수많은 눈등과 촛불이 켜진다. 작은 불빛들이 운하를 따라 이어지며 도시 전체가 따뜻한 빛으로 물든다.

 

그래서 오타루 여행은 특별한 일정이 필요 없다. 운하를 따라 걷고, 오래된 카페에 들어가고, 바다에서 막 들어온 해산물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항구 도시에서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지 않는다. 대신 운하 위에서 오래된 시간이 천천히 이어진다. 오타루는 바로 그런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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