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흰 털 위에 선명한 점무늬.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TV 화면에서 만났던 ‘101마리 달마시안’의 주인공은 단순한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아니다. 그 이름의 뿌리는 실제 지명, 크로아티아 남부 해안 ‘달마시아(Dalmatia)’에 닿아 있다. 강인한 체력과 우아한 실루엣을 지닌 달마시안이 태어난 곳. 그리고 아드리아해의 쪽빛 바다와 붉은 지붕 도시들이 이어지는 유럽의 숨은 휴양지. 달마시아는 이제 ‘견종의 고향’을 넘어 여행자들의 새로운 목적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 지역을 걷다 보면 왜 이곳에서 그런 개가 태어났는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햇살이 길고, 바람은 상쾌하며, 해안선을 따라 걷기만 해도 몸이 저절로 가벼워진다. 장거리를 달리는 데 특화된 달마시안처럼, 여행자 역시 도시와 섬, 바다와 골목을 끝없이 오가게 된다. 달마시아는 ‘관광지’라기보다 ‘살아 있는 풍경’에 가깝다.
고대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스플리트
여행의 출발점은 달마시아 최대 도시 스플리트다. 이곳의 상징은 1700년 전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은퇴 후 거처로 지은 궁전이다. 놀라운 점은 이 거대한 유적이 박물관처럼 보존된 공간이 아니라 지금도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생활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궁전 내부에는 카페와 상점, 주택이 자연스럽게 들어서 있고, 골목을 걷다 보면 로마 시대 돌벽 옆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상이 펼쳐진다. 고대와 현재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맞닿은 도시는 유럽에서도 드물다.
시간이 멈춘 중세, 트로기르
스플리트에서 차로 30분 남짓 달리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트로기르다. 돌로 쌓은 성벽과 골목,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 로렌스 대성당은 중세 도시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베네치아 지배의 흔적 덕분에 이탈리아 소도시 같은 낭만도 느껴진다. 해 질 무렵 항구 산책로를 걷다 보면 ‘시간 여행’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바다 위 보석 같은 섬 여행
달마시아의 진짜 매력은 섬에서 완성된다. 흐바르 섬은 연중 일조량이 많아 ‘크로아티아의 지중해식 휴양지’로 불린다. 라벤더 향이 가득한 들판과 요트가 가득한 항구, 세련된 바와 레스토랑이 어우러져 유럽 휴양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브라치 섬의 즐라트니 라트 해변은 바람과 조류에 따라 모양이 바뀌는 독특한 해변으로 유명하다. 바다로 뾰족하게 뻗은 황금빛 모래사장은 항공 사진에서 특히 압도적인 풍경을 만든다.
식탁 위에 펼쳐진 지중해
여행의 마지막 퍼즐은 음식이다. 달마시아의 식탁은 단순하지만 깊다. 쇠고기나 문어, 감자를 넣고 숯불 아래에서 천천히 익히는 전통 요리 ‘페카’는 재료 본연의 풍미가 응축된 맛을 낸다. 와인 식초와 말린 과일, 디저트 와인을 넣어 끓인 스튜 ‘파스티차다’는 달콤하고 새콤한 풍미가 어우러져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여기에 현지 품종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을 곁들이면 아드리아해의 저녁이 완성된다.
달마시아는 화려한 대도시도, 거대한 테마파크도 없다. 대신 천천히 걷는 골목, 투명한 바다, 오래된 돌벽, 그리고 햇살이 있다.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우리가 사랑했던 점박이 개가 보여준 활기와 자유로움도 이 풍경에서 시작됐을지 모른다. 올여름, 지도에서 이름만 보던 ‘달마시아’로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애니메이션 속 추억이 현실의 여행으로 이어지는 순간, 아드리아해의 바람이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