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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기획] 5천 년 역사의 숨결, 세계를 매료시키다…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탐방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대한민국의 유네스코 유산이 ‘보존의 대상’을 넘어 ‘여행의 목적지’로 재조명되고 있다. 수천 년의 시간을 품은 문화유산과 세계적 희귀성을 인정받은 자연유산, 그리고 기록과 공동체의 정신을 간직한 무형유산까지, 한국의 유산은 그 스펙트럼과 밀도에서 독보적이다. 유네스코 등재는 단순한 타이틀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서 국제적 가치를 공인받았다는 의미다. 오늘날 한국의 세계유산은 과거를 증명하는 공간이자, 미래 세대와 연결되는 문화 관광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문화·자연·복합) 16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기록유산과 인류무형문화유산까지 포함하면 그 외연은 더욱 넓어진다. 1995년 첫 등재 이후 30년 가까이 축적된 성과는 한국 문화의 깊이와 다양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최근 고대 문명 유적의 연이은 등재는 한반도 역사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세계유산은 이제 ‘명소’가 아니라 한국 여행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

 

 

■ 천년의 건축과 기록, 왕조의 시간을 걷다

 

대한민국의 세계유산 여정은 1995년 세 건의 동시 등재로 시작됐다. 경주의 불교 예술을 대표하는 석굴암과 불국사,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해인사 장경판전, 그리고 조선 왕실 제례 공간인 종묘가 그 출발점이다. 이들 유산은 각각 불교 조형미, 기록 보존 과학, 유교 제례 전통이라는 상징성을 통해 한국 정신문화의 축을 형성한다.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사상과 제도의 집약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조선 왕조의 건축과 도시 설계도 세계가 인정했다. 자연 지형과의 조화를 극대화한 궁궐인 창덕궁과, 계획도시 개념이 반영된 성곽인 수원 화성은 18세기 동아시아 건축·공학 수준을 보여준다. 특히 수원 화성은 거중기 등 과학기술 활용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밖에도 조선왕릉, 남한산성, 산사(한국의 산지승원) 등은 왕조 국가의 통치 철학과 종교 문화를 입체적으로 전한다.

 

고대사 영역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 이어졌다. 2023년 등재된 가야고분군은 삼국시대와 병존했던 가야 문명의 실체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다. 김해·고령·함안 등지에 분포한 고분군은 철기문화와 해상 교류의 흔적을 담고 있다. 이는 한반도 고대사가 단선적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자료로 평가된다.

 

■ 화산과 갯벌, 생명의 지도를 만나다

 

자연유산 분야에서는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한국 최초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와 성산일출봉, 한라산 일대는 화산 활동이 빚어낸 독특한 지질 구조를 보여준다. 특히 만장굴을 비롯한 용암동굴은 학술적 가치가 높다. 제주는 이제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라 ‘지질학 교과서’로 불린다.

 

2021년에는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일대 갯벌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의 핵심 기착지다. 저서생물과 희귀 조류가 공존하는 생태계 보고로,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국제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보전과 체험을 결합한 생태관광 프로그램이 확대되며 ‘느린 여행’의 대표 코스로 부상하고 있다.

 

■ 기록과 공동체, 무형의 유산을 잇다

 

한국은 유형유산뿐 아니라 기록과 정신문화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훈민정음 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 등은 체계적 기록 전통을 상징한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방대한 국가 기록물 체계를 보여준다. 한국이 ‘기록의 나라’로 불리는 배경이다.

 

인류무형문화유산 역시 활발하다. 판소리, 아리랑, 강강술래, 김장 문화 등은 공동체적 삶과 정서를 담고 있다. 2024년에는 ‘장 담그기 문화’가 새롭게 등재되며 발효 음식 전통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2025년 ‘한국의 산림녹화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에 포함되면서, 전후 황폐화를 극복한 국가적 경험 또한 국제사회와 공유하게 됐다.

 

■ 세계유산, 한국 여행의 방향을 바꾸다

 

관광 현장에서는 세계유산이 체류형 여행을 이끄는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각 지자체는 세계유산 축전과 야간 개방, 해설 프로그램 등을 통해 방문객 경험을 확장하고 있다. 단순 관람을 넘어 ‘이해하는 여행’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시간이 켜켜이 쌓인 사찰의 고요, 왕릉 숲길의 정적, 갯벌 위를 스치는 철새의 날갯짓까지. 대한민국의 유네스코 유산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다.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보석이자, 여행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교과서. 한국의 세계유산은 오늘도 그 가치를 확장하며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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