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미식이 산업이 되면 접시는 점점 화려해진다. 그러나 크로아티아 이스트라 남단의 작은 어촌 반욜레에는 다른 선택을 한 집이 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생선을 살만 쓰지 않고, 간과 내장까지 요리로 완성하는 식당. 4대째 어부 집안이 운영하는 코노바 바텔리나다.
이곳의 식탁은 트렌드가 아니라 생업에서 출발했다. 새벽 바다에 나가 그날 잡은 해산물로 메뉴를 정하고, 남김없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다에 대한 예의를 지킨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태도다. 이스트라 미식의 철학은 이 작은 항구 마을에서 가장 또렷하게 드러난다.
어부의 집에서 시작된 레스토랑
코노바 바텔리나는 2000년 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 뿌리는 훨씬 깊다. 스코코 가문은 4대째 이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왔다. 아버지는 어부였고, 아들은 그 생선을 요리하는 셰프가 됐다. 식당은 바다와 식탁을 직접 연결하는 통로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그날의 메뉴’다. 고정된 코스가 아니라, 아침 조업 결과에 따라 요리가 달라진다. 제철과 어획량이 곧 레시피다. 이는 화려한 기교 대신 재료의 신선함과 이해를 전제로 한다.
남김없는 미식
코노바 바텔리나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생선의 모든 부분을 사용하는 철학이다. 간은 파테가 되고, 내장은 소스가 되며, 작은 어종도 버려지지 않는다. 한때 시장에서 값이 낮게 평가되던 재료들이 이곳에서는 새로운 미식 경험으로 재탄생한다.
이러한 접근은 미슐랭 가이드의 비브 구르망 선정으로 이어졌다. 고급 레스토랑의 화려함과는 다른 방향이지만, 합리적인 가격과 진정성 있는 요리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집의 요리는 ‘지속가능성’을 설명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사례다.
세계가 주목한 작은 항구
반욜레는 관광지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마을이다. 그럼에도 세계 각지의 미식가들이 이곳을 찾는다. 유명 셰프와 음식 평론가들이 방문했고, 국제 미디어가 이 식당을 소개했다. 작은 공간이지만, 지역 식재료와 전통을 존중하는 태도가 세계적 관심을 불러왔다.
예약은 필수이고, 운영 방식도 단순하다. 대형 체인 확장이나 과도한 브랜딩은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 가족이 직접 운영하며 품질을 지킨다. 규모보다 방향을 택한 선택이다.
이스트라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
코노바 바텔리나의 접시에는 이스트라의 풍경이 담겨 있다. 바다에서 온 해산물, 언덕에서 자란 올리브 오일, 토착 품종 말바지아 와인이 한 식탁 위에 놓인다. 농가와 어부, 와이너리가 하나의 생태계처럼 연결된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맛집 방문’이 아니다. 반도가 어떻게 자연과 관계 맺고, 어떻게 시간을 이어왔는지를 체험하는 과정이다. 제국의 시간과 땅의 시간이 한 접시 위에서 만나는 순간이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시간을 직접 걷는 일이다. 남쪽의 성벽 도시에서 출발해 황제의 궁전을 지나, 트러플 향이 감도는 북쪽 반도로 이어지는 여정. 마지막 편에서는 크로아티아를 하나의 서사로 묶는 10일 루트를 제안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