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어둠이 내린 마닐라의 거리, 노란 가로등 아래에서 삶은 오리알 한 알이 손바닥에 올려진다. 필리핀의 밤을 상징하는 음식, 발룻이다. 껍질을 살짝 깨면 따뜻한 김이 오르고, 그 안엔 부리를 틔우기 직전의 오리 새끼가 누워 있다. 낯선 여행자는 두려움과 호기심 사이에서 침을 삼킨다. 반면 현지인들은 망설임 없이 소금을 톡 뿌리고 한입에 넣는다. 그들에게 발룻은 도전이 아니라 일상, 공포가 아니라 추억이다. 사람마다 익숙함의 기준이 다르듯, 음식에도 국경이 없다. 그리고 그 경계를 넘는 순간, 여행은 비로소 시작된다. 발룻은 부화 직전의 오리알을 삶아 먹는 필리핀의 전통 간식이다. 수정 후 약 17~21일 된 알을 삶아 껍질째 내놓는다. 껍질을 살짝 깨면 육수처럼 진한 국물이 흐르고, 노른자와 희미한 깃털이 섞인 오리 새끼가 드러난다. 식감은 부드럽지만 진한 풍미가 있고, 고소하면서도 철분이 가득한 맛이 혀에 남는다. 현지에서는 먼저 국물을 마시고, 노른자와 새끼를 함께 먹는 것이 ‘정석’이다. 생김새를 보는 순간 고개를 돌리는 외국인도 많지만, 필리핀 사람들은 “그게 바로 삶의 맛”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발룻의 유래는 중국의 ‘마오단(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1일, 일본 오비히로·이바라키 노선 신규 취항을 발표하며 인천공항의 일본행 정기노선이 총 31개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는 도쿄 나리타공항(18개), 오사카 이타미공항(26개)을 넘어서는 수치다. 신규 노선은 에어로케이항공이 운항하며, 인천-오비히로 노선은 11일부터 주 2회, 인천-이바라키 노선은 12일부터 주 3회 운항된다. 오비히로는 홋카이도 동남부 여행의 요충지로, 이바라키는 도쿄 인근의 자연·문화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성과는 인천공항공사의 지역 맞춤형 마케팅 프로그램 ‘비욘드 아이씨엔(Beyond ICN)’의 일환으로, 일본 지방자치단체 및 공항과의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공사는 2017년부터 해당 프로그램을 추진해왔으며, 올해만 5개 일본 노선을 신규 유치했다.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크로아티아가 2025 트래비 어워즈에서 ‘지중해 최고 여행지’, ‘유럽 최고 크루즈 여행지’, ‘유럽 최고 여행지’ 등 3개 부문 동메달을 수상하며 관광업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이 시상식에서 2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246개의 섬을 ‘기항지가 아닌 목적지’로 만든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아드리아해 동쪽 해안에 위치한 크로아티아는 1,777km의 해안선과 천연 항구 조건을 갖춘 두브로브니크, 스플리트, 자다르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크루즈 관광을 발전시켜왔다. 특히 달마티아 해안은 온화한 기후와 중세 도시 유산이 어우러져 유럽 크루즈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크루즈 일정의 중심지인 흐바르 섬은 연간 2,800시간 이상의 일조량과 라벤더 밭, 블루 케이브 등 독특한 자연경관으로 톰 크루즈, 비욘세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찾는 휴양지로 유명하다. 섬마다 다른 문화와 식문화를 갖춘 크로아티아는 자연과 문화 탐방을 선호하는 유럽·미주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지속가능한 관광 정책을 법제화하고, 호텔 등급 심사에 환경 기준을 도입하는 등 체계적인 인프라를 구축했다. ‘포말로(pomalo)’ 철학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한국 전남의 바닷가, 작은 포구에는 하루가 밝기 전부터 홍어 특유의 향이 스며든다. 발효가 깊어질수록 코끝을 찌르는 톡 쏘는 냄새, 하지만 한입 베어 물면 구수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냄새 때문에 기피되기도 하지만, 그 강렬함 속에는 한국 발효 문화의 정점과 지역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홍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남도의 바다와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발효의 예술’이다. 홍어는 상어과 어류로, 특히 ‘홍어 삼중지느러미상어’가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살아 있을 때는 평범한 흰살 생선이지만, 전통 방식으로 발효시키면 그 맛과 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발효 과정에서는 상어 살을 소금에 절이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어 아미노산과 유기산이 생성된다. 이 과정에서 특유의 코를 찌르는 냄새가 생기는데, 이를 ‘톡 쏘는 냄새’라고 부른다. 초보자라면 한숨부터 나오지만, 오래 익은 홍어를 입에 넣으면 쫄깃한 살과 고소한 맛이 입안에서 폭발한다. 역사적으로 홍어는 남도 지역에서 중요한 발효 음식이었다. 조선시대 문헌에도 이미 ‘홍어 발효 후 보관해 먹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전남, 특히 목포와 여수의 어민들은 겨울철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하노이의 아침 공기를 가르며 들려오는 철판의 ‘탁탁’ 소리. 버터가 녹아내리는 향이 좁은 골목을 채운다. 반쯤 열린 포장마차 안, 바게트가 노릇하게 구워지며 빵 껍질이 살짝 갈라진다. 노점상 주인은 손끝으로 고수를 찢고, 단무지를 건져 올린다. 몇 초 사이에 만들어진 반미 하나가 종이봉투에 싸여 손님에게 건네진다. 그 짧은 순간, 베트남의 역사와 일상이 한입 크기로 포장된다. 반미는 단순한 샌드위치가 아니라, 한 나라의 근현대사를 압축한 ‘먹는 기억’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바게트는 지배의 상징이었다. 밀가루는 귀했고, 쌀이 주식인 베트남인에게 빵은 낯선 서양의 음식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곧 그것을 자기 방식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쌀가루를 섞어 더 가볍고 바삭하게 굽고, 비싼 햄 대신 저렴한 돼지고기, 닭고기, 간 레버페이스트를 넣었다. 절인 무와 당근, 신선한 고수, 매운 칠리소스를 곁들이며 입맛에 맞게 변주했다. 그렇게 프랑스의 빵은 베트남의 거리에서 다시 태어났다. 오늘날 하노이와 호치민의 아침은 반미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다. 포장마차마다 빵 굽는 냄새가 가득하고, 도시의 스쿠터 행렬은 반미를 한 손에 든 채 흐른다. 석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외국인 관광객의 미식 동선이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전주 한옥마을, 남산타워, 인사동 같은 전통 관광지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성수동, 가회동, 명동의 골목길과 동네 카페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들이 찾는 목적지는 ‘명소’가 아니라 ‘일상’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외국인 카드결제 데이터는 이런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 2025년 기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소비한 업종은 편의점, 카페, 햄버거, 베이커리 순이었다. 그중에서도 로컬 카페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외국인의 로컬 카페 이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1.5% 증가했고, 특히 대만(58.5%), 일본(30.0%), 중국(32.0%)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성수동이 전체 외국인 카페 결제의 18.8%를 차지하며 단연 1위였다. 명동(11.2%), 서교동·압구정동(각 8.8%), 가회동(6.3%), 한남동(5.0%) 순으로 뒤를 이었다. 성수동은 한때 공장지대였지만, 카페와 베이커리, 디자인 편집숍이 들어서며 이제는 ‘로컬 감성의 성지’로 불린다.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도시 문화와 미식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 동네로 자리 잡았다. 이 변화의 핵심은 ‘일상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멕시코의 아침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타말레 냄새로 시작된다. 옥수수잎에 싸인 뜨거운 반죽은 도시의 공기를 달콤하고 고소하게 적신다. 출근길 사람들은 한 손에 커피, 다른 손에는 타말레를 쥔 채 분주히 걸음을 옮긴다. 겉보기엔 단순한 옥수수 찜빵 같지만, 그 속에는 수천 년의 신앙과 제의, 그리고 일상의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신에게 바치는 제물에서 길거리 간식으로 변모한 타말레는, 멕시코인의 삶 그 자체다. 한입 베어 물면 옥수수의 구수함과 매운 칠리의 향, 그리고 오랜 문화의 숨결이 함께 피어난다. 타말레(Tamale)의 기원은 멕시코 고대 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즈텍과 마야인들에게 옥수수는 단순한 식량이 아니라 ‘신이 만든 생명의 원료’였다. 전설에 따르면, 신 케찰코아틀이 진흙으로 만든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옥수수를 먹였다고 한다. 그래서 옥수수는 곧 인간의 몸이자 영혼이었다. 타말레는 이런 믿음에서 태어난 제사음식이었다. 전사들이 출정을 앞두고 먹었고, 신에게 감사의 의미로 바쳤다. 타말레의 기본은 ‘마사(Masa)’라 불리는 옥수수 반죽이다. 삶은 옥수수를 빻아 물과 섞고, ‘니스타말(nistamal)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델타항공이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국제공항(SLC) B 콩코스에 신규 델타 스카이 클럽을 개장하며 프리미엄 라운지 서비스를 강화했다. 이번 신규 라운지는 델타항공의 솔트레이크시티 허브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일환으로, 총 955평(3만4,000제곱피트) 규모에 최대 600명이 이용 가능하다. 유타주의 자연 경관에서 영감을 받은 인테리어와 활주로를 조망할 수 있는 파노라믹 뷰, 프리미엄 원형 바, 방음 전화 부스 9개, 뷔페 및 음료 스테이션 2곳, 지역 특색을 반영한 ‘더티 소다 바’ 등이 마련됐다. 라운지 디자인은 유타의 자연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으며, 지역 예술가의 작품과 델타 최초의 ‘디지털 이머전스 월’을 통해 몰입형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개장은 ‘뉴 SLC’ 재개발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10개 게이트 추가와 B 콩코스 확장을 통해 공항 운영 효율성과 고객 편의를 높일 예정이다. 델타항공은 SLC를 중심으로 하루 최대 255편을 운항하며 글로벌 허브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인천-솔트레이크시티 직항 노선을 개설했으며, 연내 페루 리마 노선도 추가된다. 지역사회 연계도 확대 중이다. 델타는 유타 푸드뱅크, YMCA, 적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026년 1월 14일부터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을 기존 제1터미널에서 제2터미널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번 변경은 2026년 1월 14일 0시 이후 출발하는 모든 아시아나항공 운항편에 적용되며, 1월 13일 23시 59분 이전 도착편까지는 기존대로 제1터미널을 이용한다. 대상은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전 항공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출발 및 도착 터미널이 다를 수 있으므로, 여정 전 터미널 정보를 반드시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서울 성수동의 한 감자탕집 앞에는 요즘 주말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선다. 그중엔 대만과 홍콩에서 온 단체 여행객도, 일본에서 온 혼행족도 있다. 한때 ‘현지인 맛집’이었던 이곳이 외국인 필수 코스가 된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이 찾는 것은 화려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한국인의 일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외국인 카드결제 데이터를 보면, 2025년 7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높은 성장률을 보인 메뉴는 국수·만두(55.2%↑), 감자탕(44.0%↑)이었다. 이들은 특별한 한식당보다는 ‘일상 속 식사’로 분류되지만, 외국인에게는 오히려 가장 한국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인에게 평범한 점심 한 끼가 외국인에게는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이유다. 특히 대만과 홍콩에서 감자탕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대만 관광객의 감자탕 소비는 전년 대비 159%, 홍콩은 119%나 늘었다. 대만은 단체 관광 비중이 40% 이상으로 높아, 여러 명이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대형 메뉴의 선호가 두드러진다. 뚝배기에 담긴 국물요리와 함께 나누는 식사는 ‘함께 먹는 문화’라는 한국의 정서를 직관적으로 체험하게 해준다. 현지 음식에서는 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