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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현장] 괌 남부 여행에서 만난 해적들의 아지트…제프 파이러츠 코브

태평양을 마당으로 둔 로컬 미식의 성지, 남부 투어의 새로운 이정표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괌 여행에서 남부는 늘 ‘한 번쯤 들러보는 코스’로 분류된다. 하지만 투몬(Tumon)의 네온사인이 멀어질수록, 여행자는 점점 다른 속도의 괌을 만나게 된다. 리조트와 쇼핑몰이 사라지고, 섬을 관통하는 4번 국도를 따라 남동쪽 해안을 달리다 보면 바람의 결이 달라지고, 창밖으로 보이는 태평양의 색도 한층 짙어진다.

 

그 길 위에서 자연스럽게 시선을 붙드는 곳이 있다. 붉은 해적 깃발이 펄럭이는 제프 파이러츠 코브(Jeff’s Pirates Cove)다. 남부 투어를 다녀온 여행자들 사이에서 이곳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이유는, 단순히 ‘유명한 식당’이어서라기보다 이곳이 여행의 리듬을 한 박자 늦추는 지점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남부 투어의 출발선이 되는 풍경
제프 파이러츠 코브의 첫인상은 식당 안이 아니라 바깥에서 완성된다. 식당에 들어서기 전 앞뜰에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돌고래 조형물과 푸른색 부표가 자리하고 있다. 태평양의 햇빛과 바닷바람에 색이 바랜 표면은 이곳이 수십 년간 같은 자리를 지켜왔음을 말해준다. 이 조형물 앞에서 여행자들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늦추며, 본격적인 남부 여정을 앞두고 잠시 숨을 고른다.

 

바람이 드나드는 식당, 실내 같지 않은 실내
식당 안으로 들어서면 ‘실내’라는 경계가 흐릿해진다. 사방이 트인 오픈 에어 구조 덕분에 에어컨 대신 바람이 공간을 채운다. 천장의 실링팬이 느릿하게 공기를 돌리고,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공기가 테이블 사이를 지난다. 천장에 매달린 구명부환과 벽면을 채운 세계 각국 여행자들의 메모는 이곳이 오랜 시간 수많은 이들의 동선 위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음식은 공간을 방해하지 않는다

이곳의 메뉴는 단순하다. 대표 메뉴인 치즈버거는 두툼한 패티와 번 위에 찍힌 해적 로고로 이곳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그리스계 미국인 주인의 배경이 묻어나는 기로스(Gyros) 역시 오래전부터 사랑받아온 메뉴다. 화려한 플레이팅이나 유행을 좇는 변주는 없다. 대신 공간과 어울리는 담백한 맛이 중심을 이룬다. 음식은 이곳의 주인공이라기보다, 머무는 시간을 완성하는 요소에 가깝다.

 

식당 뒤편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장면
제프 파이러츠 코브를 다녀온 이들이 가장 강하게 기억하는 장면은 식탁 위가 아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뒤편으로 나서면, 전혀 다른 스케일의 풍경이 펼쳐진다. 넓게 트인 잔디 공간 너머로 태평양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바다를 향해 설치된 ‘GUAM USA’ 대형 글자 조형물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투몬의 정제된 해변과 달리, 이곳의 바다는 거칠고 솔직하다. 파도 소리와 바람이 그대로 전해지며 자연 앞에 서 있다는 감각이 분명해진다.

 

 

여행의 기억을 물건으로 남기는 방식
여정의 끝에는 기념품 숍 ‘파이러츠 부티(Pirate’s Booty)’가 있다. 해적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각종 굿즈는 세련되기보다는 개성이 뚜렷하다. 투박하지만 힙한 감성의 디자인은 이곳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이 굿즈는 괌 남동쪽 해안의 태양과 바다, 느린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가 된다.

 

제프 파이러츠 코브는 누군가 계획해 만든 관광지가 아니다. 대신 길 위에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고, 그 시간만큼의 이야기를 쌓아왔다. 그래서 이곳은 ‘어디를 다녀왔는지’를 설명하는 장소라기보다, ‘괌을 어떤 감각으로 기억하게 되는지’를 결정짓는 지점에 가깝다. 남부 투어에서 이곳이 빠지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여행자 가이드]

위치: 111 Route 4, Ipan, Talofofo, Guam
이동: 투몬에서 차량으로 약 40분
참고: 오픈 에어 구조 특성상 자외선 차단과 소지품 관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식사 후에는 식당 뒤편 산책로와 주변 공간을 함께 둘러보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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