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안산시 시화호 상류에 자리한 안산갈대습지공원은 축구장 145개 규모, 약 103만㎡에 달하는 국내 최초의 대규모 인공습지다. 이곳의 역사는 단순한 공원 조성을 넘어, 1990년대 '죽음의 호수'로 불리며 국가적 재앙이었던 시화호의 처참한 비극과, 이를 되살리기 위한 인간의 필사적인 노력이 빚어낸 K-환경 복원 미스터리의 핵심이다. 시화호로 유입되던 오염된 하천수(반월천, 동화천, 삼화천)를 오직 갈대와 수생 식물의 힘으로만 정화해낸 이 거대한 자연 청소부의 비밀은 무엇일까? 삵, 수달 등 멸종위기종이 다시 찾아와 생명을 잉태하는 기적의 습지, 그 탄생과 시련, 그리고 희망의 비화를 들여다본다. 프롤로그: '죽음의 호수'를 삼킨 거대한 갈대밭의 미스터리 안산갈대습지공원은 1994년 시화방조제 건설 이후, 지천에서 유입된 공장 폐수와 생활 하수로 인해 평균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가 농업용수 기준을 훨씬 초과했던 '시화호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악취가 진동했던 이 폐허 같은 공간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시화호 상류에 인공 습지를 조성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1997년에 착공해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도시는 사라지지 않는 기억이다. 바다 위를 떠도는 베네치아와 음악 속에 숨 쉬는 하바나는 서로 다른 대륙에 있지만, 같은 시간 위를 산다. 한 도시는 물 위에서, 또 한 도시는 리듬 속에서 과거를 품고 현재를 살아낸다. 이름은 그 자체로 시간의 언어다. 바다와 바람, 노래와 골목이 켜켜이 쌓여 도시의 얼굴을 만들고, 사람들의 기억은 그 이름 위에서 흐른다. 베네치아와 하바나는 멈춘 듯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사라짐과 존재의 경계를 증언한다. ◇ 물 위에 세운 문명, 베네치아의 시간 베네치아는 ‘베네티족의 땅(Venetia)’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기원전 5세기, 북이탈리아의 늪지대에 정착한 이들은 침략을 피해 바다로 나갔다. 육지를 버리고 물 위에 세운 도시, 그것이 곧 베네치아였다. 이름은 생존의 흔적이자 인간이 자연에 남긴 최초의 흔적이었다. 수백 개의 섬과 다리를 잇는 구조는 단순한 건축이 아니라 생존의 방식이었다. 이후 베네치아는 지중해 무역의 중심이 되며 ‘아드리아 해의 여왕’이라 불렸다. 상인과 예술가, 정치가들이 이곳으로 모였고, 그들의 교류가 르네상스의 빛을 퍼뜨렸다. 하지만 번영의 그림자 속에서 바다는 늘 침묵의 경고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이제는 ‘김치’보다 ‘라면’을 먼저 찾는다. 불고기나 비빔밥 같은 전통 한식이 대표하던 시절을 지나, 지금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음식은 편의점 간식, 카페 디저트, 라면 같은 생활형 메뉴다. 음식의 무게 중심이 ‘전통’에서 ‘일상’으로 옮겨가며, K-푸드는 새로운 미식 지도를 그리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공개한 2024년 외국인 잠재 방한 여행객 조사에 따르면, 한국 방문 시 가장 하고 싶은 활동으로 ‘맛집 투어(15.7%)’가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들이 찾는 ‘맛집’의 의미는 과거와 다르다. 이제 외국인에게 한식은 고급 한정식이나 전통주점이 아니라, 드라마 속 회식 장면이나 아이돌이 즐겨 먹는 음식처럼 일상적인 풍경으로 인식된다. 한 나라의 음식을 통해 문화를 이해하는 시대에서, 한 나라의 일상을 체험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데이터도 이 변화를 뒷받침한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외국인의 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연평균 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품목은 아이스크림(35%), 편의점 음식(34%), 와플·크로플(25.5%) 순이었다. 불고기나 전통 한식당보다 일
[뉴스트래블=편집국] 서해의 끝자락, 인천항에서 220km를 달려 도착한 섬. 백령도는 대한민국의 서북단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 두무진은 그중에서도 가장 북쪽 끝, 눈앞에는 북한 장산곶이 지척이다. 관광객은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군인들은 늘 조용히 하라고 말한다. 두무진은 절벽이자 경계이며, 관광지이자 금단의 공간이다. 두무진은 백령도의 대표적 관광 명소다.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릴 만큼 자연경관이 독특하다. 화강암과 퇴적암이 수천만 년 동안 바람과 파도에 깎여 수십 미터 높이의 절벽과 바위섬을 만들었다. 바다 위로 솟은 선대암, 코끼리바위, 형제바위가 그 예다. 하지만 관광버스에서 내린 이들이 느끼는 평화는 군 초소의 철제 망루와 CCTV, 경고 표지판에서 금세 깨진다.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4km, 두무진은 ‘가장 가까운 최전방 관광지’다. 백령도는 지리적으로 한반도 서해의 전략 요충지다.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에도, 이곳은 한 치의 땅도 양보할 수 없는 요새였다. 지질학적으로는 5억 년 전 캄브리아기의 퇴적층이 그대로 남아 있어 학술적으로도 보존 가치가 높다. 이 때문에 2012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그 ‘보존’은 곧 ‘통제’의 다
[뉴스트래블=편집국] 중국이 ‘무비자 개방’과 관광 인프라 확충을 앞세워 본격적인 ‘관광 대반격’을 시작했다. 국경절·중추절 연휴(10월 1~8일) 기간 동안 중국의 출입국 인원은 1634만 명, 그중 무비자 입국 외국인만 53만5천 명(전년 대비 46.8%↑). ‘관광 대국’ 복귀를 위한 전략이 성과를 내면서, 한국 관광업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관광정책, ‘양적 회복’에서 ‘질적 경쟁’으로 중국 국무원은 최근 ‘제14차 5개년 계획’ 성과를 통해 관광 분야에서 공공 도서관 3248개, 대중문화시설 4만3천 개, 신규 문화공간 4만 개, 관광지 화장실 15만 개 확충 등 ‘하드 인프라’ 중심의 개선 성과를 대거 공개했다. 또한 스마트 관광 서비스센터 구축, 도시별 교통·숙박·예약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확대해 ‘여행 편의성’이라는 소프트 인프라까지 보강했다. 이 같은 투자는 단순한 관광객 유치가 아닌, ‘국가 이미지 개선’과 ‘해외 소비 회복’이라는 복합적 목표를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평가다. “한국이 빼앗긴 관광객, 중국으로 간다” 중국 주요 OTA(온라인 여행사)들이 공개한 데이터도 눈에 띈다. 씨트립·취날 등 대형 플랫폼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울산은 흔히 ‘산업의 도시’로 불린다. 조선과 석유화학의 이미지가 강해 여행지로서의 인상은 다소 거칠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도심을 벗어나 해안선을 따라가면 생각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태화강의 물결이 흐르고, 대왕암의 절벽이 바다와 맞닿는 풍경 속에서 울산은 산업의 도시가 아닌 ‘해안 도시’로서의 얼굴을 드러낸다. 이곳의 바다는 미국 서부의 해안 도시 샌디에이고를 떠올리게 한다. 태평양의 푸른 바다와 온화한 기후, 바다와 도시가 나란히 이어진 풍경이 놀라울 만큼 닮았다. 항구와 선박, 절벽과 해변,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일상의 속도까지 - 두 도시는 전혀 다른 대륙에 있지만, 같은 파도의 언어를 공유한다. 바다와 절벽, 그리고 도시의 온도울산 동쪽 끝 대왕암공원에 서면 바다가 길게 펼쳐진다. 파도가 검은 바위에 부딪히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절벽 위에는 소나무 숲이 바람에 흔들린다. 이곳의 풍경은 샌디에이고 라호야 해변을 떠올리게 한다. 바다 위로 굽이진 절벽과 바람, 그 위에서 바라보는 일몰의 붉은 빛이 묘하게 닮았다. 라호야가 여유로운 휴양의 도시라면, 대왕암의 해안선은 더 조용하고 단단하다. 주전바위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29일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관세 조정에 합의했다. 이 중 2000억 달러는 현금 투자로 구성되며, 연간 상한은 200억 달러로 설정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외환시장 안정성과 산업별 수익성 확보를 전제로 한 구조적 합의로 평가되며, 관광·여행업계에도 중장기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항공기 부품 무관세…운항 비용 절감 기대미국 내 생산되지 않는 항공기 부품에 대해 무관세가 적용되면서, 한국 항공사들의 유지보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이는 장거리 노선 확대와 항공료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저비용항공사(LCC)의 미주 노선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운항 비용 절감은 곧 서비스 개선과 노선 다양화로 연결될 수 있어, 미국을 포함한 장거리 여행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제네릭 의약품 무관세…의료관광 수요 확대 가능성복제약에 대한 무관세 조치는 미국 내 치료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한국인의 미국
[뉴스트래블=김응대 칼럼니스트] 10월 초, 중국의 국경절과 중추절이 겹친 8일간의 연휴 동안 8억 명이 넘는 중국인이 여행길에 올랐다. 이 거대한 이동은 단순한 휴가가 아니었다. 그것은 중국 관광산업의 회복을 넘어, 소비력과 인프라,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대이동 경제’의 실체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한국은 이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다시 중국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중국 여행객의 절반 이상이 4시간 이내 비행거리를 선호하면서, 한국은 일본·태국과 함께 ‘근거리 여행 3대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씨트립과 페이주 등 주요 OTA가 발표한 인기 여행지 순위에서도 한국은 상위권에 올랐다. 이는 분명한 기회다. 상하이–제주, 베이징–부산 노선은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탑승률을 회복했다. 그러나 단순한 거리의 이점만으로는 부족하다. 항공 노선 확충과 지방 관광자원의 다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은 ‘가까운 나라’에서 ‘가고 싶은 나라’로 다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번 연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Z세대의 부상이다. 20~30대 청년층이 여행 소비를 주도했고, 대학생 항공권 예약은 전년 대비 63%, 국제선 예약은 110% 증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10월 초 중국의 국경절과 중추절이 겹친 8일간의 연휴는 그야말로 거대한 이동이었다. 중국 문화여유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8억 8800만 명이 여행을 떠났고, 관광 소비액은 약 8천억 위안(한화 약 1조 6천억 원)에 달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중국 관광업계 동향(2025년 10월 1차)’은 이번 연휴를 “관광과 소비가 동시에 폭발한 시기”로 평가했다. ‘스마트 인프라’로 움직인 8억 명연휴 첫날인 10월 1일, 전국 철도 이용객이 2313만 명을 기록하며 하루 최대치를 세웠다. 중국철도그룹은 연휴 기간 전체 수송 인원이 2억 13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교통 인프라의 탄탄한 운영은 최근 중국 정부의 ‘스마트 관광’ 정책과 맞물려 있다. 문화여유부는 제14차 5개년 계획에 따라 전국 공공문화시설 3천여 개, 관광 서비스센터와 공공 화장실 15만 개를 확충하며 관광 편의 인프라를 대폭 개선했다. 관광 공공서비스의 디지털화도 가속화됐다. 모바일 예약, QR 기반 입장, AI 안내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스마트 관광지’의 개념이 도시를 넘어 전국 단위로 확장되고 있다. 소비 중심은 Z세대와 가족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영국이 지역 전통문화와 관광을 결합한 새로운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영국관광공사와 함께 전통 체험 콘텐츠를 지원하는 ‘Best of British’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동부 노퍽(Norfolk) 주의 도시 노리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도시 캠페인 ‘Old City, New Attitude’를 통해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 두 사례는 한국관광데이터랩이 29일 공개한 해외 관광 동향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전통을 체험으로…에어비앤비의 ‘Best of British’ 에어비앤비는 지난 13일, 영국 전역의 지역 커뮤니티와 비즈니스가 전통문화를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Best of British’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총 100만 파운드(약 19억 원) 규모의 지원금은 자연·음식·예술·문화유산 등 4개 분야에서 최대 10만 파운드까지 신청 가능하며, 마감은 11월 23일이다. 에어비앤비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인 절반 이상은 아직 자국의 전통문화를 경험해본 적이 없으며, 특히 25~34세의 약 20%는 600년 전통의 ‘모리스 댄스’를 틱톡 유행으로 착각하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