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새벽 3시 50분. 어둠은 여전히 무겁게 깔려 있었지만, 눈은 이미 깨어 있었다. 네 시간 남짓한 짧은 잠이었건만, 피곤함보다 긴장감이 앞섰다. 여행의 마지막 날. 어쩌면 이 하루가 전체 여정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일지도 모른다. ◇ 깟바섬의 아침, 빛을 향한 발걸음오토바이를 몰아 캐논 포트로 향했다. 어제 놓친 일출이 마음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고, 간신히 오른 정상에서는 젊은 병사의 단호한 손짓이 기다리고 있었다. 군사보호구역이라 출입은 불가능하단다. 아쉬움을 안고 발길을 돌려 깟꼬 비치로 내려갔다. 이른 아침의 해변은 이미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산책로 위로 번져오는 햇살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물결 위에서 반짝였다. 조금만 더 일찍 왔다면 장엄한 순간을 붙잡을 수 있었을까. 그러나 아쉬움조차도 아침의 바람과 뒤섞여 묘한 위안을 남겼다. 다시 오른 캐논 포트는 이번에는 문이 열려 있었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탁 트였으나, 빛바랜 벙커와 흩어진 쓰레기들이 그 세월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었다. 기대했던 화려함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 황량함이 깊은 여운을 남겼다. ◇ 시장에서 만난 소란의 풍경아침
(베트남=뉴스트래블) 박민영 기자 = 새벽 5시 10분. 알람보다 먼저 눈을 떴다. 고작 다섯 시간 남짓한 잠이었지만, 머리는 뜻밖에 맑았다. 서둘러 아침 준비를 마친 뒤, 어제 사둔 반미와 과일로 간단히 속을 채웠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란하베이에서의 선상 투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에 오르자 열 명 남짓의 외국인 여행객들이 서로 다른 언어와 표정을 안고 자리를 채웠다. 국적도, 나이도 제각각이었지만, 배가 선착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 모든 차이는 바다 앞에서 무의미해졌다. 흐리던 하늘은 어느새 맑게 개었고, 유람선과 카르스트 지형이 눈앞에 펼쳐졌다. “와…” 감탄이 절로 나왔다. 바다와 섬이 빚어낸 장대한 풍광 앞에서는 누구나 그저 순수한 관찰자가 될 뿐이었다. ◇ 배 위에서 만난 자연의 위대함 배가 출발하자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감탄을 표현했다. 누군가는 혼잣말로 감정을 흘렸고, 또 다른 이는 일행과 감탄사를 주고받으며 풍경을 나눴다. 대부분은 카메라를 들었지만, 나는 그 순간을 내 눈에 온전히 담기로 했다.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배는 마치 탐험선을 떠올리게 했고, 오랜 기다림은 어느새 벅찬 충만함으로 바뀌었다. 베트남 북부, 하롱베
(중국=뉴스트래블) 박성은 기자 = 중국 동북부의 해안 도시 대련은 산업과 자연, 역사와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도시다. 그 중심에는 대련의 정체성과 품격을 상징하는 두 공간이 있다. 바로 성해광장과 동강 음악분수광장이다. 이 두 명소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도시의 이야기를 품은 살아있는 무대이자 여행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감성적 공간이다. ◇ 성해광장 – 도시의 심장, 기억과 미래가 교차하는 공간 1997년, 대련시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조성된 성해광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원형 도시 광장으로, 도시의 중심이자 상징적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광장 중앙에는 ‘열린 책’ 형태의 조형물과 ‘100인의 발자국’이 설치돼 있어, 대련의 역사와 시민들의 삶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이곳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도시의 기억을 기록하고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 구조물이다. 광장을 둘러싼 넓은 잔디밭과 꽃 정원, 음악 분수는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하며, 바다와 맞닿은 해안선은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허문다. 특히 해질 무렵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조명 쇼와 분수의 조화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연인과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 있는 산책 코스로
(라오스=뉴스트래블) 박주연 기자 =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는 두 개의 상징적인 건축물이 서로 다른 언어로 역사를 말한다. 하나는 독립의 염원을 담은 기념비, 다른 하나는 침묵 속 신념을 지켜온 사찰. 도심 중심에 자리한 빠뚜싸이(Patuxai)는 1957년부터 1968년까지 건립된 ‘승리의 문’으로, 프랑스 식민지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한다. 외형은 파리의 개선문을 닮았지만, 라오스 전통 문양과 신화적 상징이 더해져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탑 꼭대기 전망대에 오르면 비엔티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주변의 분수와 정원은 시민과 여행자 모두에게 휴식처가 된다. 그와 대조적으로, 왓 씨사켓(Wat Sisaket)은 1818년 아누봉 왕에 의해 건립된 라오스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태국식 건축 양식으로 지어져 1828년 시암군의 침략에서도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았다. 회랑을 따라 2000개 이상의 불상이 정렬돼 있으며, 벽면의 작은 불상들이 반복적으로 배치돼 고요한 명상 공간을 형성한다. 내부에는 자타카 벽화와 불교 고서들이 보관돼 있어 라오스 불교의 정신적 깊이를 보여준다. 빠뚜싸이는 하늘을 향한 외침이고, 왓 씨사켓은 땅에 뿌리내린 침묵이다. 두
(필리핀=뉴스트래블) 박주성 기자 =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옛 성곽 도시 인트라무로스(Intramuros)가 오늘날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16세기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건설된 이 성벽 도시는 ‘벽 안의 도시’라는 이름처럼 두꺼운 석벽과 해자에 둘러싸여 있다. 이곳은 당시 정치·군사·종교의 중심지였으며, 스페인 통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역사적 공간이다. 인트라무로스에는 산티아고 요새, 마닐라 대성당, 성 어거스틴 성당 등 유서 깊은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어, 방문객들은 도시를 거닐며 필리핀의 격동의 역사와 정체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산티아고 요새는 국민 영웅 호세 리살이 수감됐던 장소로, 그의 마지막 흔적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의미 깊은 명소다. 오늘날 인트라무로스는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복원된 거리와 전통 마차, 박물관과 갤러리들이 어우러져,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역사적 울림과 함께 현대적 감성을 동시에 선사한다.
(필리핀=뉴스트래블) 박주성 기자 = 필리핀 루손섬 바탕가스 주에 자리한 따알 화산(Taal Volcano) 은 한적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지만, 언제든 깨어날 수 있는 활화산이다. 따알 화산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활화산 중 하나로, 화산섬을 둘러싼 따알 호수와 그 안에 또 다른 분화구 호수가 존재하는 독특한 지형으로 유명하다. 이로 인해 '호수 속의 섬, 섬 속의 호수'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으며, 관광객들에게는 빼어난 풍광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 속에는 늘 긴장이 공존한다. 따알 화산은 최근 수십 년간 여러 차례 분화를 일으켰으며, 2020년에는 거대한 화산재와 용암 분출로 마닐라 인근까지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현재 따알 화산은 활발한 화산 활동 지대로 분류되며, 필리핀 지진화산연구소(PHIVOLCS)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 아름다움과 위협이 공존하는 따알 화산은 자연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베트남=뉴스트래블) 박민영 기자 = 30년 만에 떠난 혼자만의 여행. 이번 여정의 목적지는 베트남 북부의 항구도시 하이퐁과 하롱만과 맞닿은 깟바섬이었다. 4월 16일 새벽, 인천공항에서 비엣젯 항공에 몸을 실었다. 수많은 나라를 다녔지만, 온전히 혼자 떠나는 건 이번이 처음. 마음속 설렘과 긴장이 교차했다. 이제 누군가의 발걸음이 아닌, 오직 내 걸음으로 새로운 세상을 마주할 순간이었다. ◇ 공항에서 시작된 첫 번째 변수 깟비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작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환전소가 없었다. 준비한 달러는 무용지물. 공항 한쪽 식당에서 쌀국수와 코코넛 커피로 허기를 달래며, 달러로 지불하고 동(VND)을 손에 쥐었다. 바로 이런 돌발 상황이 혼자 여행의 묘미다. 계획은 흔들렸지만, 그 자체가 새로운 모험이었다. 첫날 목표는 깟바섬. 가장 빠른 방법을 찾아 그랩 바이크를 불러 벤파갓으로 향했다. 퀴퀴한 매연 냄새가 가득한 도심을 벗어나자 도로는 한산했고, 오토바이 운전수는 묵묵히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케이블카는 운행하지 않았다. 스피드보트를 타려 했지만 예상치 못한 전화가 걸려왔다. 급한 기사 요청. 통화하며 눈에 뛴 매표
(태국=뉴스트래블) 박주성 기자 = 태국 중서부 깐짜나부리(Kanchanaburi)는 방콕에서 불과 두 시간 거리에 있지만, 전혀 다른 시간과 풍경을 품은 도시다. 한쪽에서는 옥빛 폭포가 장대한 물줄기를 쏟아내며 자연의 청량함을 선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철교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이곳은 태국 여행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특별한 목적지로 손꼽힌다. 깐짜나부리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것은 단연 ‘콰이강의 다리’다. 전쟁 포로 수만 명이 희생된 ‘죽음의 철도’의 상징으로, 오늘날에도 실제 열차가 다리를 건너며 당시의 이야기를 전한다. 강물은 여전히 유유히 흐르지만, 다리 위를 걷는 순간 무겁게 내려앉는 역사적 울림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주변의 전쟁묘지와 제스 전쟁박물관, 태국-버마 철도센터는 그날의 참혹한 기록을 차분히 보여주며, 관광지를 넘어 평화 교육의 현장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깐짜나부리가 주는 인상은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은 자연이 그려낸 푸른 낙원이다. 대표적인 곳이 에라완 국립공원이다. 7단으로 흘러내리는 폭포는 햇살을 받아 옥빛으로 빛나며, 각기
(베트남=뉴스트래블) 박주연 기자 = 동남아시아의 매혹적인 나라, 베트남이 전 세계 여행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노이, 호이안, 다낭, 후에, 호치민시 등 지역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이 나라는, 역사와 문화, 자연, 음식,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까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최근 관광 산업이 급성장하며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북부 하노이는 베트남의 정치와 문화 중심지로 천 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하노이 구시가의 좁은 골목길과 프랑스 식민지 시대 건축물, 전통 시장은 여행자에게 옛 베트남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문묘, 호안끼엠 호수, 일월사 등은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명소다. 특히 하노이의 구시가에서는 전통 공예품과 길거리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여행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하롱베이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의 절경이 압권이다. 수많은 암벽 섬들이 물 위에 불쑥 솟아 있는 장관을 배로 유람하며 감상할 수 있다. 과거 하노이에서 차로만 이동해야 했던 이곳은 항공 접근성이
[호주 특집-프롤로그] 호주 10대 명소, 바다·도시·자연을 만나다 [호주 특집①] 케언즈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바닷속 천국을 만나다 [호주 특집②] 시드니,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호주의 심장 [호주 특집③] 울루루와 멜버른, 붉은 사막과 도시 감성의 만남 [호주 특집④] 골드코스트와 타즈매니아, 해변과 청정 자연의 매력 [호주 특집⑤] 퀸즐랜드 섬과 다윈, 자연과 원주민 문화가 살아있는 호주 (호주=뉴스트래블) 권태민 기자 = 호주는 단일 대륙이지만, 한 나라 안에서 전혀 다른 풍경과 문화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여행지다. 북부의 케언즈 열대우림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시드니의 현대적 도시 풍경과 해안, 멜버른과 골드코스트, 타즈매니아와 퀸즐랜드 섬, 남부 다윈과 카카두 국립공원까지, 호주는 광활한 자연과 문화, 역사가 공존한다. 이번 연재에서는 호주 관광청(australia.com)이 선정한 ‘호주에서 꼭 가봐야 할 10대 명소’를 중심으로 여행자에게 실질적인 정보와 체험 팁을 제공한다. 각 연재편은 두 곳의 명소를 집중 소개하며, 현지 체험, 계절별 여행 시기, 숙소와 투어 선택 등 실용 정보를 담는다. 첫 연재는 북부 케언즈와 세계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