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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기획] 비싸도 가는 호주, 매년 가는 싱가포르…한국은 왜 아직 선택지일까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인도네시아 학교들의 해외 교육여행 목적지는 점점 고정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자카르타지사가 2025년 4분기 진행한 ‘인도네시아 방한교육여행 심층조사’에 따르면, 싱가포르·말레이시아와 호주, 일본, 중국이 인도네시아 교육여행 시장의 주요 목적지로 꼽혔다.

 

싱가포르는 매년 반복되는 안전한 선택지로, 호주는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이유로 선택된다. 일본 역시 비자와 행정 편의성을 앞세워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높은 K-콘텐츠 선호도에도 불구하고 최종 선택 단계에서 자주 밀려난다. 인도네시아 교육여행 시장에서 한국은 왜 아직 ‘후보’에 머물러 있을까.

 

 

왜 싱가포르는 ‘매년 가는 나라’가 됐을까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학교들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반복적으로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과 비용, 행정 편의성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비행시간이 2시간 내외로 짧고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준비 부담이 적다. 여기에 현지 명문 대학과 연계한 캠퍼스 투어, 워크숍, 토론 프로그램 등 교육여행 전용 콘텐츠가 이미 상품화돼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구조 덕분에 많게는 수백 명 규모의 대형 수학여행단도 전세기 형태로 운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학교 입장에서는 실패 위험이 거의 없는 ‘검증된 목적지’인 셈이다.

 

왜 호주는 비싸도 선택되는가
호주는 인도네시아 교육여행 시장에서 가장 비용 부담이 큰 목적지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선택되는 이유에 대해, 보고서는 ‘교육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를 비롯한 각 주는 교육청과 협업해 학교 방문, 홈스테이, 과학·예술·리더십 집중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단순 관광 일정이 아니라 정규 교육과 연계된 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호주는 교육여행의 목적 자체가 되는 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왜 일본은 행정 장벽이 낮은가
일본의 강점은 행정과 제도에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지방 교육청과 연계해 방문 학교와 교육 프로그램을 연결하고, 전자여권 소지자에 대해 비자 면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와 학부모가 느끼는 행정적 부담이 크게 낮아진다. 여기에 일본 문화에 대한 인도네시아 청소년들의 친숙함이 더해지며, 일본은 ‘처음 선택하기 쉬운 중·장거리 교육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이 부족한가
보고서는 한국이 인도네시아 교육여행 시장에서 밀리는 이유를 관광 매력 부족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K-콘텐츠에 대한 높은 선호도와 한국에 대한 긍정 인식은 이미 충분한 강점으로 평가됐다. 문제는 교육여행 전용 구조다. 학교 방문, 커리큘럼 연계 체험, 학부모를 설득할 수 있는 교육적 명분이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관광 자원은 풍부하지만, 이를 교육 현장과 연결하는 설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선택받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직 설계되지 않았다
한국관광공사 자카르타지사는 이번 조사에서 인도네시아 교육여행 시장의 핵심 조건으로 교육 프로그램의 다양성, 비용과 행정 편의성을 꼽았다. 싱가포르·호주·일본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 조건을 충족시켜 왔다. 반면 한국은 관광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교육여행을 위한 구조적 연결을 충분히 만들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 교육여행 시장에서 한국의 과제는 인지도나 호감도의 문제가 아니다. 아직 ‘선택할 이유’를 완성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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