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도시의 이름은 단순한 명칭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의 이상과 가치, 그리고 인간이 꿈꾸는 미래를 담은 상징이다. 샌프란시스코와 코펜하겐, 두 도시는 서로 다른 대륙에 자리하고 있지만, 기술과 자연, 창조와 지속가능성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인의 상상 속에 살아 있다. 여행자가 그 이름의 기원을 알고 도시를 걷는다면, 금문교의 철골과 니하운의 물결 속에서, 미래와 일상이 교차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샌프란시스코는 서부 개척의 끝에서 혁신의 출발점으로, 코펜하겐은 북유럽의 항구에서 삶의 철학을 품은 도시로 변모했다. 두 도시의 이름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시대의 이상을 반영한 정체성의 진화다. 오늘 우리는 그 이름의 흔적을 따라, 샌프란시스코와 코펜하겐으로 향한다.
샌프란시스코. /픽사베이
◇ 샌프란시스코, ‘성 프란체스코’에서 ‘아이디어의 수도’로…창조의 이름을 품다
태평양을 마주한 언덕 위 도시를 바라보면, ‘성 프란체스코’를 기리는 종교적 이름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1776년, 스페인 선교사들이 이곳에 미션을 세우며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골드러시와 철도 개통, 지진과 재건을 거치며, 이 도시는 미국 서부의 관문이자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20세기 후반, 샌프란시스코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실리콘밸리의 창조적 열기가 도시를 감싸며, 사람들은 이곳을 ‘아이디어의 수도’라 불렀다. 금문교는 단순한 교량이 아니라 세계를 잇는 상징이 됐고, 언덕 위를 오르는 케이블카와 빅토리아풍 주택은 다양성과 포용의 도시가 된 샌프란시스코의 일상이 됐다.
오늘날 여행자가 샌프란시스코의 언덕을 오르거나 스타트업의 사무실을 지나칠 때, 그 풍경은 단순한 도시의 모습이 아니다. 그것은 종교적 기원과 기술적 혁신, 그리고 인간의 창조성이 겹쳐진 도시의 이름이 품은 이야기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제 미래를 설계하는 도시로, 세계인의 상상력을 이끌고 있다.
코펜하겐. /픽사베이
◇ 코펜하겐, ‘상인의 항구’에서 ‘지속가능한 삶의 도시’로…철학의 이름을 품다
발트해의 운하를 따라 걷다 보면, ‘상인의 항구’라 불리던 과거의 흔적은 이제 도시의 품격 속에 녹아 있다. 12세기, 덴마크의 상인들이 이곳에 항구를 세우며 ‘코펜하겐(Copenhagen)’이라는 이름을 남겼다. 이후 북유럽의 수도로 성장한 이 도시는, 절제된 아름다움과 질서 속에서 삶의 철학을 키워왔다.
21세기 들어, 코펜하겐은 또 다른 이름을 얻는다.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많은 거리, 풍력발전으로 돌아가는 도시, 그리고 사람 중심의 도시 설계는 ‘지속가능한 삶의 도시’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덴마크 정부가 내건 탄소중립 목표는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도시의 이름에 담긴 철학의 실현이었다.
오늘날 여행자가 니하운 거리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자전거 행렬을 바라볼 때, 그 풍경은 단순한 북유럽의 일상이 아니다. 그것은 무역의 흔적과 환경의 이상, 그리고 인간 중심의 도시 설계가 겹쳐진 이름의 이야기다. 코펜하겐은 이제 조용한 혁신의 도시로, 세계인의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이름은 시대의 이상, 미래는 그 이상을 실현한다
샌프란시스코와 코펜하겐. 아메리카와 유럽의 양 끝에 자리한 두 도시는 서로 다른 출발점을 가졌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지닌다. 이름이 시대의 이상을 반영한다는 것. 샌프란시스코는 창조의 에너지를, 코펜하겐은 지속가능한 삶의 철학을 품고 있다. 그리고 두 이름은 이제 미래를 향한 도시의 상징으로 살아남았다.
오늘날 여행자는 스마트폰 하나로 두 도시를 누빌 수 있지만, 이름의 기원을 아는 순간, 도시의 거리와 언덕, 운하와 광장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증거로 다가온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철골과 코펜하겐의 풍력 터빈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가 남긴 이상이다.
이름으로 읽는 도시, 그 일곱 번째 이야기는 그렇게 ‘미래’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여행자는 그 길 위에서 다음 도시의 이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