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우리는 여행에서 ‘현지의 특이한 음식’을 찾을 때, 종종 호기심과 재미를 앞세운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는 먹는다는 행위가 곧 생존의 최소 조건이 되는 곳이 있다. 카리브해의 낙원이라 불리는 아이티. 아름다운 리조트 사진 뒤에는, 극심한 빈곤에 맞서야 하는 사람들의 현실이 숨어 있다. 그들이 선택한 마지막 음식. 그것은 배고픔을 잠시 속이기 위한 진흙 한입이다.
이름은 머드쿠키(Mud Cookies) 혹은 현지어로 ‘Bonbon Tè’. 구멍 난 위장을 달래기 위해 만든, 영양 없는 쿠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간식은 이렇게 태어났다. 한입도 쉽지 않은 도전 음식이 아니라, 한입이라도 있어야 하는 절박한 음식. 여행자가 호기심으로 접근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티 머드쿠키는 고운 카올린 점토, 식용유, 소금, 물을 섞어 햇볕 아래 바짝 말려 만든다. 카메라에 담기는 모습만 보면 쿠키, 혹은 빵처럼 보인다. 색깔은 흙빛이지만 표면이 매끈해 얼핏 건강식 과자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입에 넣는 순간 이 음식이 가진 목적이 전혀 다름을 깨닫는다. 고소함이라곤 찾아보기 힘들고, 들큰하면서도 모래알 씹히듯 입안이 거칠어진다. 영양가 역시 거의 없다. 위산을 흡수해 일시적인 포만감을 주는 것이 머드쿠키의 유일한 기능이다. “먹기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니다.” 현지인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아이티에서 진흙 쿠키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배경에는 역사와 국제정치가 얼룩져 있다. 아이티는 세계 최초의 흑인 노예 반란 성공 국가이지만, 그 영광 이후 경제적 착취와 국제적 고립이 이어졌다. 허리케인, 지진, 정치 부패까지 겹치며 식량 자급은 더욱 어려워졌다. 특히 2008년 글로벌 식량가격 폭등 시기에 머드쿠키는 전 세계 언론에 비로소 크게 등장했다. 하지만 화제가 된 후에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가뭄, 인플레이션, 임금 정체는 사람들을 진흙 쿠키 앞으로 밀어낸다.
현지에서는 주로 여자들과 아이들이 만들고, 흔한 장터 식품처럼 팔리기도 한다. 관광객에게는 충격의 대상이 되지만, 당사자들에게 그것은 오늘 하루를 버티기 위한 가장 값싼 대책이다. 인간의 기본 욕구인 ‘먹는 것’이 더 이상 풍미나 즐거움의 영역이 아닌 장소. 아이티 머드쿠키는 음식 문화의 이면에서 우리가 종종 잊는 질문을 던진다. “음식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그렇다고 이 음식이 아이티인의 자부심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아이티에는 스튜, 볶음 요리, 피클리와 같은 맛있고 고유한 요리들이 존재한다. 머드쿠키는 맛의 문화가 아니라 고난의 산물이다. 아이티인들 스스로가 이 음식이 사라지길 바란다는 점은 중요하다. 진정한 여행의 자세란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데 있을 것이다.
머드쿠키는 ‘이상한 음식 리스트’에 올릴 만한 호기심 대상이 아니다. 아이티 사람들이 스스로 원해 만든 음식이 아니라, 선택지가 없을 때 만들어진 최후의 방어선이다. 이 한입에는 아이티 사회가 겪는 가난, 식량 불평등, 국제 지원의 한계가 그대로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음식은 먹는 행위 그 자체보다 묻는 질문이 더 크다. “우리는 여행의 즐거움 뒤에 숨은 삶의 무게를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한입의 세계를 탐험하는 이 기획의 끝자락에서, 머드쿠키는 중요한 의미를 남긴다. 음식은 즐거움일 수 있지만, 동시에 삶을 버티게 하는 마지막 끈이 될 수 있다는 진실. 우리는 먹는다는 행위가 지닌 무게를 잊어서는 안 된다. 세계의 맛을 탐험한다는 것은 결국, 세계의 삶을 이해하는 일이다. 이 쿠키가 언젠가 필요 없는 과거의 잔재로 남기를 바란다. 여행자의 소망을 담아, 다음 한입을 준비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