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도시의 이름은 시대의 기억을 품은 문장이다. 어떤 이름은 제국의 흔적을, 또 어떤 이름은 독립의 꿈을 말한다. 시간이 흐르며 도시가 팽창하고, 이름은 그 변화의 기록으로 남는다. 하노이와 자카르타, 두 도시는 식민의 상처를 지나 스스로의 이름을 되찾은 뒤, 새로운 성장의 시대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제 도시의 확장은 단순한 규모의 팽창이 아니라 정체성의 확장이다. 이름은 더 이상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비전으로 다시 읽힌다. 여행자가 하노이의 골목을 거닐고 자카르타의 해안을 마주할 때, 그 발걸음은 변화를 증명하는 기록이 된다. 오늘 우리는 ‘확장’이라는 이름을 따라, 두 도시의 길 위에 선다.

◇ 하노이, 기억 위에 쌓은 성장의 이름
홍강(紅江) 유역의 도시 하노이는 천 년의 역사를 품은 베트남의 심장이다. 이름은 ‘강 안쪽의 도시’를 뜻하며, 리 왕조가 수도를 세운 11세기부터 베트남의 정치와 문화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프랑스 식민 통치가 시작되면서, 도시의 이름은 제국의 질서 아래 새롭게 불렸다. 거리에는 유럽식 건물과 관청이 들어섰고, 베트남의 전통은 서양식 근대와 겹쳐졌다.
전쟁과 독립, 사회주의 건설의 격동기를 거쳐 오늘의 하노이는 과거의 기억을 품은 채 성장의 도시로 변모했다. 호안끼엠 호수 주변의 구시가에서는 프랑스풍 발코니와 베트남식 지붕이 한 골목 안에 공존한다. 젊은 세대의 카페 문화와 전통시장, 오토바이 행렬이 뒤섞인 풍경은 도시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노이의 이름은 여전히 ‘기억’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그 기억은 멈춘 흔적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을 이끄는 뿌리다. 강 안에서 태어난 도시가 이제는 세계로 흘러나가며, 과거의 상처 위에 미래의 도시를 세우고 있다.

◇ 자카르타, 제국의 그림자를 넘어 미래로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는 이름부터 ‘승리’를 뜻한다. 14세기, ‘자야카르타(Jayakarta)’라 불리던 이 도시는 네덜란드의 침입 이후 ‘바타비아(Batavia)’로 바뀌며 식민 지배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1945년 독립 이후, 인도네시아는 본래의 이름을 되찾으며 새로운 시대를 선언했다.
오늘의 자카르타는 동남아 최대의 대도시로 성장했다. 3천만 명에 이르는 인구와 복잡한 도시 구조는 성장의 이면을 드러낸다. 교통 체증과 홍수, 환경 문제는 빠른 팽창의 그늘이지만, 동시에 변화를 이끌어온 에너지의 증거이기도 하다. 정부는 새로운 수도 ‘누산타라(Nusantara)’ 건설을 추진하며 도시의 부담을 분산하고, 국가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자카르타의 이름은 이제 ‘승리’에서 ‘변화’로 확장됐다. 바다와 섬, 시장과 고층 빌딩이 함께 있는 풍경 속에서 도시는 여전히 살아 움직인다. 식민의 중심지였던 이름이 이제는 미래의 중심으로 재정의되는 것이다.
◇ 이름은 성장의 기록, 도시는 끊임없이 확장된다
하노이와 자카르타는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지녔지만, 한 가지 공통된 언어를 가진다. 성장의 이름은 언제나 기억 위에 세워진다는 점이다. 두 도시는 상처를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품고 다음 시대로 나아간다.
여행자가 두 도시의 거리와 강변을 걷는 순간, 그 길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변화의 서사로 다가온다. 이름은 더 이상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언이다. 이름으로 읽는 도시, 그 여덟 번째 이야기는 그렇게 ‘확장’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여행자는 그 이름이 품은 미래의 가능성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