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글로벌 럭셔리 관광 시장의 큰손인 아시아 부유층(HNWI)이 여행의 '낭만' 대신 '안정성'과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 지도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 이들은 장거리 해외여행을 줄이는 대신, 자국 내 최고급 경험에 대한 투자와 인접 아시아·중동 지역 집중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럭셔리 여행은 이제 '떠남'이 아닌 '가장 확실한 안정을 사는 행위'가 됐다는 분석이다.

ILTM Asia Pacific이 2025년 발표한 설문조사(글로벌 부유층 및 고액 순자산가 450명 대상)와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그룹의 심층 조사를 분석한 결과(아시아 7개국 부유층 1750명 대상), 아시아 부호들의 실용주의적 여행 선택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고빈도(高頻度) 여행의 귀환 : 해외 대신 '안방'이 표준이 되다
아시아 럭셔리 관광 시장의 핵심인 중국과 일본 부유층은 팬데믹 이후 자국 내 관광 선호도를 압도적으로 높였다. 이들에게 국내여행은 이제 연중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중국 부유층의 경우, 약 78%가 연간 3회 이상 국내여행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최고급 숙박 시설과 서비스가 자국 내에서 충분히 확보되면서, 번거로운 해외 이동 대신 국내에서 고빈도(高頻度)의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여준다.
일본의 부유층 역시 국내 관광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82%가 연간 1회 이상 국내여행을 하며, 연간 3회 이상 국내여행을 하는 비중도 3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일본 부유층이 아시아 또는 중동지역을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연간 3회 이상 해외여행을 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국내여행 횟수가 해외여행 횟수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진 '역전 현상'이 포착된 것이다. 이는 해외여행이 여전히 연중 큰 이벤트로 간주되는 반면, 국내여행은 일상 속의 고급 스테이케이션으로 편입됐음을 시사한다.
인접 지역 집중화 : 아시아-중동 벨트가 새로운 럭셔리 축
국토가 좁아 해외여행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싱가포르와 홍콩 부유층 역시, 여행 반경을 '인접 아시아-중동 벨트'로 압축하는 실용적인 전략을 채택했다.
싱가포르 부유층 관광객은 해외여행 비율이 높지만, 약 48%가 자국 내에서 최소 1회 이상 스테이케이션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시에 아시아 및 중동지역을 방문하는 비율이 89%에 달하며, 이들 지역 내에서 3개국 이상을 방문하는 비율도 37%에 달해, 인접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정기적으로 순회하는 패턴을 보였다.
홍콩 부유층 역시 아시아 및 중동지역 방문 비중이 88%로 매우 높으며, 37%가 연간 3회 이상 이 지역을 방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수치들은 아시아 부유층의 여행 패턴이 '자국 내 고빈도 투자'와 '접근성 높은 아시아 및 중동 지역으로의 국제여행 집중화'라는 두 축으로 재편됐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들은 여행의 범위는 좁히는 대신, 정기적이고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안정적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실용적인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