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중동이 이제 석유 대신 관광으로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중심으로 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이 탈석유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관광산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세계 관광의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분석한 ‘GCC 및 북부지역 2025년 10월 주요 관광시장 동향(1차)’에 따르면, GCC 지역 관광산업이 2024년에 창출한 국내총생산(GDP)은 약 2,471억 달러로, 2019년 대비 31.9% 증가했다. 팬데믹 이후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인 지역 중 하나로,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3천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며 GCC 내 최대 관광시장으로 부상했다.
사우디 정부는 ‘비전 2030’의 핵심 축으로 관광산업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석유 수익에 의존하던 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해 초대형 관광 복합도시 네옴시티와 알울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인프라를 확장하고, 글로벌 여행 플랫폼 아고다(Agoda)와 협력해 장기 디지털 캠페인 ‘스펙태큘러 사우디(Spectacular Saudi)’를 전개하고 있다. 양측은 2029년까지 한국·일본 등 아시아 주요 시장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UAE는 관광산업의 범위를 기술과 문화 분야로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AI) 전문가, 엔터테인먼트 종사자, 크루즈 승객, 이벤트 참가자를 위한 4종의 신규 방문 비자를 도입하며 산업·인재 유치형 관광 체계를 구축했다. 단기 방문보다 장기 체류형 관광을 확대해 외국인 체류 수익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카타르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관광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렌즈 속의 카타르(Lens on Qatar)’ 프로젝트를 통해 자국민이 사진과 영상을 활용해 관광 홍보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지 문화의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참여형 관광 홍보’ 모델을 정착시키고 있다.
튀르키예와 이집트의 관광 회복세도 눈에 띈다. 튀르키예는 올해 18개 항구에서 150만 명의 크루즈 관광객을 맞으며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집트는 2024/25 회계연도 4분기 기준 관광산업 성장률 19.3%로 아프리카 지역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 이후 침체됐던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관광시장이 본격적으로 반등하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산업 다변화를 넘어, 중동 국가들이 석유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적 전환이라고 분석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GCC 국가들은 관광산업을 통해 외화 수익을 넘어 국가 정체성과 경제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은 에너지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를 수 있다.
세계 관광의 지형도 역시 재편되고 있다. 과거 유럽과 동남아가 주도하던 글로벌 여행 시장에 사우디·UAE·카타르를 중심으로 한 중동권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럭셔리 체험형 관광과 디지털 기반 여행 서비스가 공존하는 ‘제3의 관광벨트’가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내 중동이 세계 관광산업의 핵심 축 중 하나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참고 : 한국관광공사. 「GCC 및 북부지역 관광시장 동향 (’25. 10월1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