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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기획] 밴쿠버 & 멜버른…이름 따라 도시 여행 ⑬

회복의 이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도시의 이름은 시대의 마음을 닮는다. 한때 도시가 성장과 경쟁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회복과 공존의 언어로 다시 불리고 있다. 자연을 밀어내던 도시가 자연을 품기 시작했고, 인간은 더 늦기 전에 도시의 의미를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밴쿠버와 멜버른, 두 도시는 그러한 변화를 상징한다. 북미와 남반구, 서로 다른 대륙 위에 있지만 두 이름은 하나의 방향을 향한다. ‘자연 속의 도시’,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 그 균형의 이름을 두 도시는 각자의 방식으로 증명하고 있다.

 

 

◆ 밴쿠버, 바다와 숲이 만난 회복의 도시

 

‘밴쿠버(Vancouver)’라는 이름은 18세기 영국 탐험가 조지 밴쿠버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오늘날의 밴쿠버는 단순한 탐험의 흔적을 넘어,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상징이 됐다. 태평양과 해안산맥이 맞닿은 도시, 유리 건물 뒤로 펼쳐진 숲과 바다의 풍경은 인간이 자연 안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밴쿠버는 북미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도시의 절반 가까이가 공원과 녹지로 이뤄져 있으며, 자전거 도로와 대중교통 중심의 시스템이 일상 속에 녹아 있다. ‘그린시티 액션 플랜’을 통해 탄소중립 도시를 목표로 하고, 도시 재생과 해양 생태 보호를 동시에 추진하는 모습은 회복의 도시철학을 잘 드러낸다.

 

도심 속 스탠리파크를 걷다 보면, 거대한 나무 사이로 보이는 스카이라인이 마치 자연과 인간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풍경처럼 다가온다. 여행자는 그 안에서 깨닫게 된다. 밴쿠버의 이름은 탐험가가 남긴 흔적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에게 건네는 ‘회복의 약속’이라는 것을.

 

 

◆ 멜버른,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느린 도시

‘멜버른(Melbourne)’의 이름은 영국의 정치가 윌리엄 램, 멜버른 자작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이 도시가 지닌 정체성은 권력보다는 ‘삶의 속도’에 있다. 19세기 금광의 도시로 급성장했던 멜버른은 산업화의 끝에서 ‘문화와 공공의 도시’로 방향을 바꾸었다. 지금의 멜버른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히며, 예술과 녹지, 시민의 휴식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자리했다.

 

트램이 도시를 천천히 가로지르고, 거리 곳곳에는 카페와 벽화, 공연장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공공의 일상’이 문화가 되는 도시, 그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속도를 늦추며 도시를 ‘살아간다’. 멜버른은 경제적 성장보다 ‘삶의 질’을 중심에 두고 도시를 설계했다. 공원과 보행자 중심의 거리, 시민이 주도하는 축제는 모두 ‘함께 사는 도시’를 위한 장치다.

 

도시 곳곳의 골목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예술과 일상이 만나는 교차점이다. 그 속에서 멜버른의 이름은 다시 읽힌다. ‘멜버른’은 권력자의 이름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공존의 시(詩)다.

 

◆ 이름은 회복의 약속, 도시의 또 다른 탄생

 

밴쿠버와 멜버른은 성장의 시대를 지나 회복의 도시로 거듭났다. 한 도시는 바다와 숲의 경계에서, 다른 도시는 문화와 사람의 속도 속에서 균형을 찾았다. 두 이름은 공통적으로 ‘다시 시작하는 법’을 알고 있다. 그것은 도시가 자연을 지배하던 시대에서, 자연과 손을 잡는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도시의 이름은 결국 인간이 자연에게 되돌려준 약속이다. 바다와 산, 거리와 예술이 어우러진 그 풍경 속에서 사람들은 다시 삶의 온기를 배운다. 밴쿠버의 바람과 멜버른의 햇살이 교차하는 그곳에서, 도시는 말없이 속삭인다. “회복이 곧 미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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