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중동의 여행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여행의 전 과정을 돕고,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새로운 여행 문화가 중동 관광산업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사우디·UAE·카타르를 중심으로 한 GCC(걸프협력회의) 지역이 과거 석유 부국의 이미지를 벗고, ‘스마트 럭셔리 관광’의 본고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VisitKorea DataLab)이 공개한 ‘(GCC 및 북부 중동지역) 2025년 10월 관광시장 동향(1차)’에 따르면, 힐튼이 발표한 ‘2026 글로벌 여행 트렌드 보고서’에서 중동 여행객의 60%가 여행 계획 수립과 예약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79%가 브랜드 일관성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답해, 개인화 서비스와 신뢰를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두드러졌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기술 활용을 넘어, AI 컨시어지(여행비서)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가 일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바이와 리야드의 고급 호텔들은 고객 데이터와 취향을 실시간 분석해 객실 온도, 식사 메뉴, 이동 동선을 자동 조정하는 AI 시스템을 도입했다. AI 챗봇이 예약과 일정, 교통까지 관리하는 무인형 럭셔리 여행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트렌드는 맨케이션(Mancation)이다. 사우디 남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 문화는 ‘남성들만의 휴가’라는 의미로, 프리미엄 골프·스포츠·사파리 여행을 중심으로 한 고소득층 중심 레저 트렌드다. 사우디 관광청은 이를 공식 관광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단체 맞춤형 럭셔리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현지 언론 아랍뉴스(Arab News)는 “맨케이션은 사우디 남성의 자기표현과 여가 문화의 진화로, 기존 가족 중심 관광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Z세대의 여행 주도권도 뚜렷해지고 있다. UAE 관광청 조사에 따르면 25~34세 여행객의 해외 소비 비중이 전체의 42%를 차지하며, SNS 후기와 유튜브 브이로그가 여행지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Z세대는 명품 쇼핑보다 체험·콘텐츠 생산을 중시하며, ‘나만의 여행 기록’을 남기는 데 가치를 둔다. 이 흐름은 카타르의 ‘렌즈 속의 카타르’ 프로젝트와 같은 시민 참여형 홍보 캠페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 관광의 세대 교체를 ‘기술과 감성의 결합’으로 진단한다. 그 중심에는 AI 기반의 초개인화 서비스와 Z세대의 체험 중심 소비가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사우디, UAE, 카타르를 단순한 럭셔리 여행지에서 기술 중심의 ‘스마트 경험국’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중동의 새로운 여행 공식은 이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호텔 체인과 항공사는 중동 시장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AI 기반 예약, 맞춤 여행 패키지, 웰니스·스포츠 중심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5년 내 이러한 변화가 아시아와 유럽 관광시장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며, “중동은 더 이상 유가로 세계를 흔드는 지역이 아니라, 여행의 미래를 실험하는 무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