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6 (목)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NT 기획] 한입의 세계 ② 페루 쿠이, 조상의 맛을 굽다…제사에서 식탁으로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페루 안데스 고원, 얇은 공기 속에서 불길이 타오른다. 장작 위에는 통째로 구워진 작은 동물이 노릇하게 익어가고, 공기에는 고소한 향이 퍼진다. 그것이 바로 쿠이(Cuy, 기니피그 구이)다. 처음엔 놀라지만, 한입 베어 물면 생각이 달라진다.

 

바삭한 껍질, 촉촉한 속살, 그리고 입안에 퍼지는 은근한 고소함. 페루 사람들에게 쿠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조상과의 대화, 생존의 지혜, 그리고 공동체의 따뜻함을 상징한다. 여행자는 그 한입으로 안데스의 시간과 문화를 함께 삼킨다.

 

 

쿠이는 페루 사람들에게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니라, 축제와 제사의 중심이기도 하다. 수백 년 전부터 안데스 고원에서는 쿠이를 의례용으로 키우고, 중요한 행사 때 식탁에 올렸다. 오늘날에도 결혼식, 명절, 마을 축제에서는 쿠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지역 주민들은 “쿠이는 조상과 연결되는 맛”이라고 설명한다.

 

조리법은 지역과 가정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은 단순하다. 작은 기니피그를 깨끗이 손질한 뒤, 안데스 전통 방식으로 나무 장작 위에서 천천히 구워낸다. 바삭하게 구워진 껍질 속에는 담백하고 촉촉한 살이 숨겨져 있어, 처음 맛보는 여행자라도 곧 그 풍미에 매료된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지만, 한 입 베어 물면 놀라울 정도로 고소하다” 현지 가이드의 말처럼, 쿠이는 향과 질감, 그리고 미묘한 기름기가 입안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여행자의 체험을 조금 더 생생하게 기록하면 이렇다. 고원의 작은 마을 광장, 나무 테이블 위에 놓인 구운 쿠이. 코를 자극하는 향과 시끌벅적한 마을 사람들의 웃음 속에서,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는 순간, 단순한 음식이 아닌 문화적 경험이 된다. 주민들과 눈을 마주치며 나누는 미소, 장작에서 타는 향, 바람에 실린 고원의 신선한 공기까지 모두 합쳐져, 한입의 기억은 오래도록 남는다.

 

 

쿠이는 단순히 구워진 고기가 아니라, 안데스 사람들의 생존 전략과 역사, 그리고 공동체 정신을 담은 음식이다. 고원 지역에서 한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단백질과 지방이 필요했고, 쿠이는 이를 충족시키는 이상적인 음식이었다.

 

또한, 마을 공동체에서 한 마리씩 기르는 쿠이는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협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한 조각을 먹을 때마다, 단순한 맛 이상으로 사람과 역사, 문화가 입안에서 동시에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다.

 

페루의 쿠이는 단순한 ‘이색 음식’이 아니다. 조상의 지혜와 생존의 지혜, 그리고 공동체의 따뜻함이 한입 안에 녹아 있다. 장작 위에서 구워지던 그 소리, 바람에 실려오던 고원의 향, 그리고 함께 웃던 사람들의 얼굴이 여행자의 기억 속에 남는다.

 

음식은 결국, 한 나라의 이야기다. 낯설고 용감한 한입이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다음 여행지에서도 주저하지 말자. 그 한입이, 세계와 나를 잇는 첫 걸음이니까.

포토·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