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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심층 기획⑥] 아르헨티나, 남미의 ‘한 달 살기’ 가능성을 품은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 환율·생활비·안전 지표로 본 장기 체류의 현실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남미 대륙의 관문인 아르헨티나는 유럽의 향취와 남미 특유의 활력이 공존하는 나라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고전적인 건축미와 예술, 탱고로 상징되며, 최근에는 ‘남미에서 가장 저렴한 한 달 살기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고물가와 경제 불안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게는 환율 덕분에 놀라운 체류 효율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Numbeo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생활비는 서울 대비 약 60% 수준이다. 특히 음식과 교통비는 절반 이하로, 중급 식당에서의 한 끼가 8달러 안팎이다. 현지 통화인 페소 가치가 약세를 이어가면서, 외국 통화(달러·유로)를 보유한 여행자나 원격 근무자에게는 체감 물가가 더욱 낮게 느껴진다. 장기 체류자 사이에서는 ‘남미의 가성비 수도’라는 별칭도 붙었다.

 

도시의 분위기는 유럽에 가깝다. 19세기 이민자들이 세운 건축물들이 곳곳에 남아 있어, 산책만으로도 클래식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레콜레타(Recoleta) 지역은 고급 아파트와 예술적인 카페가 즐비하고, 팔레르모(Palermo)는 젊은 디지털 노마드들이 몰려드는 트렌디한 동네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숙소는 에어비앤비나 중장기 렌털 형태로 운영되며, 한 달 기준 500~800달러 선에서 충분히 쾌적한 환경을 찾을 수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디지털 인프라도 남미 기준으로는 우수한 편이다. 주요 도심 지역에는 고속 와이파이 존이 널리 구축돼 있고, 평균 고정 브로드밴드 속도는 약 110Mbps 수준으로 보고된다. 원격근무자나 크리에이터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또 최근에는 외국인을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와 영어 가능한 커뮤니티가 늘어나면서, 체류 중 사회적 연결도 한결 쉬워졌다.

 

다만, 안전은 체류 전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Numbeo의 범죄 지수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보통 수준’으로 평가되며, 야간에는 소매치기나 절도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외교부 역시 ‘일반 주의’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체류자들은 “기본적인 주의만 기울이면 큰 위험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주거 밀집 지역이나 현지인들이 붐비는 구역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화적 경험의 폭은 매우 넓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중심지 ‘산텔모(San Telmo)’는 주말마다 열리는 앤티크 마켓과 탱고 공연으로 유명하다. 거리마다 예술이 녹아 있으며, 카페 문화와 와인, 축구는 일상 그 자체다. 언어 장벽은 다소 있지만, 관광 산업이 발달해 기본적인 영어 소통이 가능한 곳도 많다. 스페인어를 조금이라도 익히면 현지 적응 속도가 훨씬 빠르다.

 

 

교통비 또한 저렴하다.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은 한 번에 0.3달러 수준이며, ‘수베(SUBE)’ 교통카드 하나로 대부분의 노선을 이용할 수 있다. 도시 간 이동은 항공보다 장거리 버스가 일반적이지만, 최근 저가항공 노선도 확대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아직 비자 제도가 까다롭지 않다. 한국인은 90일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고, 현지 연장 절차도 비교적 간단하다. 외국인 체류자 커뮤니티가 활발해 장기 체류에 필요한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안정적인 경제 기반보다는 ‘체류 효율성’과 ‘문화적 몰입도’로 평가받는 나라다. 환율 변동성과 사회적 불안정이 있음에도, 낮은 물가와 풍부한 예술적 영감, 그리고 사람들의 온정이 그것을 상쇄한다. 유럽의 도시에서 한 달을 보내기엔 비용이 부담스럽고, 동남아가 다소 익숙하게 느껴진다면, 남미의 아르헨티나는 ‘새로운 리듬’으로 살아보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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