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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감성 로컬 기획⑨] 여수에서 만난 나폴리, 바다 위에 피어난 삶의 온기

서로 다른 바다, 같은 낭만이 흐르는 두 도시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남해의 끝, 여수의 바다는 늘 온화하다. 햇살은 느릿하게 물 위를 흐르고, 어선은 고요히 항구를 드나든다. 이곳의 풍경은 어느 순간 지중해의 해변 도시를 닮았다. 바다가 도시를 감싸고, 골목이 바다로 흘러드는 풍경. 여수를 걷다 보면 나폴리의 바람이 살짝 스쳐가는 듯한 착각이 든다.

 

나폴리 역시 바다를 품은 도시다. 도시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언덕과 항구, 그리고 붉게 물드는 노을은 여수와 묘하게 닮았다. 사람들은 바다를 향해 걷고, 시장에는 생선의 향이 가득하며, 골목마다 삶의 온기가 흐른다. 두 도시 모두 화려하진 않지만, 그 안에 살아 있는 낭만이 있다.

 

 

바다와 언덕이 그리는 풍경의 닮음

여수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돌산대교를 건너 바라보는 바다는 깊고 푸르며, 해 질 무렵 돌산공원에서 내려다보면 도시의 불빛이 바다 위로 퍼진다. 언덕길을 따라 이어지는 낮은 집들, 골목 끝의 포구, 그리고 바다 위를 천천히 미끄러지는 배의 실루엣까지, 모든 장면이 느리게 흘러간다.

 

나폴리도 그렇다. 카스텔 델로보 성을 지나 바라보는 항구의 풍경은 여수의 밤바다와 비슷한 리듬을 갖는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카페와 시장,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전경은 여행자에게 바다를 단순한 배경이 아닌 삶의 무대로 느끼게 한다. 여수의 바다와 나폴리의 해안은 모두 사람들의 일상이 녹아든 풍경이다.

 

미식이 완성하는 바다의 도시

바다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맛이 있다. 여수의 갓김치와 서대회, 장어탕은 남해의 짭조름한 바람을 닮았다. 여수 해변의 식당에서는 갓 잡은 회와 구이, 해물탕이 식탁을 가득 채운다. 그 맛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여수의 삶과 계절을 함께 담아낸 시간의 조각이다.

 

나폴리의 미식도 바다에서 시작된다. 해산물 스파게티, 마르게리타 피자, 그리고 짭조름한 안초비의 풍미는 지중해의 햇살과 바람이 녹아든 맛이다. 항구의 작은 트라토리아에 앉아 와인 한 잔을 들이키면, 여수의 포장마차 거리에서 마주한 따뜻한 정과 묘하게 겹쳐진다. 두 도시는 음식으로 바다를 기억하는 법을 알고 있다.

 

 

바다의 시간, 도시의 온기

여수의 바다는 늘 사람과 함께 있다. 밤이 내려도 포구에는 불빛이 꺼지지 않고, 낚시꾼의 실루엣과 여행자의 발자국이 뒤섞인다. 여수의 시간은 느리지만 따뜻하다. 바다를 향해 걷다 보면, 바람 속에 스며든 사람들의 이야기와 웃음이 들려온다.

 

나폴리의 바다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건물과 골목, 계단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도시의 공기를 채운다. 여수의 평온함과 나폴리의 열정은 서로 다르지만, 그 둘이 전하는 감정은 같다. 바다가 품은 도시의 온기, 그것이 바로 여수와 나폴리가 닮은 이유다.

 

바다는 언제나 도시를 닮게 만든다. 여수의 부드러운 파도와 나폴리의 푸른 물결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지만, 바다를 향한 사람들의 마음만큼은 같다. 두 도시는 바다를 일상의 배경이 아닌 삶의 중심으로 품고 있다. 바다가 삶을 지탱하고, 그 바다를 통해 사람과 문화가 이어진다.

 

여수의 저녁, 붉게 물든 하늘 아래로 어선의 불빛이 반짝일 때, 나폴리의 해변에서도 같은 시간의 색이 번진다. 거리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도, 바다를 향한 낭만과 감정은 닮아 있다. 그래서 여수를 걷다 보면 나폴리를, 나폴리의 언덕에서 여수를 떠올리게 된다. 두 도시의 바다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같은 파도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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