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성(城)처럼 고즈넉한 구(舊)도시의 돌길, 카페의 에스프레소 향, 프랑스어와 영어가 섞인 거리의 소음 - 몬트리올은 북미 속의 유럽으로 불린다. 그 여유로운 풍경은 여행자의 감각을 끌어당기지만, 동시에 ‘안전’이라는 오래된 전제를 다시 묻는다. 도심의 미적 풍광 뒤에는 소매치기와 차량 침입, 때로는 공개적 폭력과 증오범죄가 그림자를 드리운다. 몬트리올은 낭만으로만 여행할 수 있는 도시가 아니다. 준비된 여행자에게만 그 진짜 얼굴을 허락한다.
치안과 안전 상황
몬트리올은 전반적으로 비교적 안전한 도시로 평가되지만, 최근 경찰 통계와 보고서는 몇몇 범죄 유형의 증가를 경고하고 있다. 2024년 SPVM(몬트리올시경찰) 연례보고서는 성폭력·강간 신고 및 증오범죄가 늘어났음을 지적했고, 일부 강력범죄에서는 총기 관련 사건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 지역 언론과 경찰은 특히 소매치기와 차량 내 물품 도난(유리 파손 후 절취), 호텔 종업원 사칭 수법 사기 등에 대한 주의를 강조한다.
도심의 밤거리는 낮과 다른 얼굴을 한다. 인기 관광지(생트카트린 거리, 이튼센터, 구시가지 인근)에서는 소매치기 피해가 빈발하고, 주거지 침입(주택·아파트 털이) 사례도 꾸준히 보고된다. 한편 2024년 SPVM 보고서는 살인·중범죄에 대한 해결률은 높게 유지되고 있으나, 일부 공공장소에서의 폭력·증오범죄 증가는 지역사회의 우려 사항으로 남아 있다.
정치·사회적 긴장과 행정 체계
퀘벡주는 프랑스어권 자치성을 강하게 유지하는 지역으로, 언어·문화 이슈가 때때로 정치적 긴장으로 이어진다. 대체로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되지만, 집회가 대규모로 벌어질 때는 도심 교통이 마비되고 순간적으로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2024~2025년 몬트리올 일대에서는 범죄 조직 간 충돌이나 주변 교외(예: 라발 등)에서 발생한 공개적 폭력 사건이 경기장·카페 같은 공공장소에까지 파급되는 양상도 일부 목격됐다. 이런 지역별 위험 확산은 몬트리올을 방문하는 여행자도 염두에 둬야 할 변화다.
문화와 사회적 규범
퀘벡의 공식 언어는 불어지만 몬트리올 도심에서는 영어와 불어가 함께 사용된다. 거리의 카페 문화와 음식 축제, 예술행사는 친절하고 개방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다만 공공장소에서의 예의, 특히 종교 시설·공식 행사·원주민 관련 공간에서는 복장과 행동에 신경 써야 한다. 또한 ‘언어’는 민감한 주제일 수 있으니 친절하게 불어로 인사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관광지·식당 등에서는 일반적으로 10~15% 수준의 팁을 주는 것이 관례이며, 공공장소는 대체로 금연 구역이 많다(출입구 바로 옆 흡연도 불법). 여권·신분증 제시가 요구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항상 준비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현지 규정에 따라 주류·담배 구매 시 신분증 확인이 엄격히 이루어진다.)
여행자 행동 지침
몬트리올을 안전하게 여행하려면 몇 가지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 가장 먼저 소지품 관리다. 카페·식당·지하철·쇼핑몰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가방을 몸 앞에 메고, 휴대폰·지갑은 즉시 꺼내지 않는 습관을 들여라. 차량 이용 시에는 귀중품을 절대 차 안에 방치하지 말고, 무거운 짐은 트렁크에 넣어 둬야 한다. 호텔에서 출입을 요구하는 사원(종업원) 사칭형 절도 사례가 있으니, 요청이 있으면 반드시 프런트 확인을 요구하라.
대중교통은 편리하지만 환승·요금 규칙을 숙지하고(90분 환승권 등), 버스 탑승 시 거스름돈이 나오지 않으므로 정확한 요금을 준비하라. 택시는 시내 곳곳에서 쉽게 잡히지만, 야간 이동은 최소화하고 가능하면 호텔이나 앱으로 호출된 차량을 이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차량 운전자는 퀘벡주의 교통 규칙(예: 몬트리올 섬 내 빨간불 우회전 금지, 좌회전 신호·정지 표지 준수, 스쿨버스 정지 의무 등)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건강, 기후 및 기타 유의사항
몬트리올의 겨울은 길고 혹독하다. 11월부터 4월까지 추위와 폭설이 반복되며, 영하 20℃ 이하로 내려가는 날도 종종 있다. 겨울철 여행자는 방한복·방수부츠를 준비해야 하며, 폭설로 항공편 결항이나 도로 통제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여름은 비교적 쾌적하나 한낮 30℃를 넘기는 날도 있으니 일교차 대비 의복을 챙겨라.
의료 체계는 양호하나 응급실은 경증 환자에 대해서는 대기시간이 길 수 있고, 구급차 비용이 유료이므로 여행자보험 가입은 필수다. 간단한 상비약(해열제·소화제 등)은 현지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 가능하지만, 항생제 등은 의사 처방이 필요하다. 예방접종 특별 요구는 없으나, 개인 건강상태에 따라 출발 전 상담을 권한다.
몬트리올은 문화적 풍요와 도시적 여유가 공존하는 도시다. 카페의 창가에 앉아 도시를 바라보면 유럽의 소도시를 걷는 듯한 감성이 밀려오지만, 그 풍경은 결코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소매치기·차량 침입·증오범죄 등은 언제든 여행자의 계획을 망가뜨릴 수 있다.
여행자는 여유와 경계를 함께 가져야 한다. 지갑을 꽉 쥐듯 준비를 단단히 하고, 현지 상황을 수시로 확인할 때 몬트리올은 친절한 얼굴을 드러낼 것이다. 가방과 여권을 지키는 작은 습관이, 이 도시에서의 좋은 기억을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