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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행정수도, 오타와의 질서와 균열 사이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는 언제나 안정과 질서를 상징해왔다. 도시의 분위기는 점잖고 조용하며, 행정 수도다운 정제된 공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최근의 오타와는 더 이상 “전형적인 안전 도시”라는 한 문장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곳이 됐다. 이민자 증가, 사회 구조 변화, 대도시권 범죄 양상 확대 같은 변수가 서서히 이 도시의 표면을 흔들고 있다. 그럼에도 오타와는 여전히 캐나다 특유의 절제된 안정감을 유지하며, 여행자의 시선을 단번에 압도하는 조용한 매력을 품고 있다. 여행자는 이 도시를 ‘안정과 균열 사이’에서 바라보게 된다.

 

 

치안과 안전상황…안정적이지만 방심은 금물

오타와는 캐나다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꼽힌다. 밤 시간대에도 중심부는 비교적 이동이 자유롭고, 심각한 폭력 범죄도 드물다. 그러나 이는 ‘위험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캐나다라는 나라 전체가 공유하는 치안 특성 안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의미에 가깝다.

 

최근 몇 년 동안 오타와의 범죄 양상은 조금씩 변했다. 이민·난민 유입이 늘며 도시의 사회 구조가 빠르게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소매치기·차량 침입·편의점 강도 같은 생활형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차량 안에 보이는 가방 하나 때문에 유리창이 깨지는 사건은 여전히 흔하게 보고되고, 도심 동쪽의 노숙인 밀집 지역이나 약물 중독 문제가 드러나는 구역은 야간 이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미국과 가까운 국가이지만 총기 사고 비율은 낮은 편이다. 다만 ‘캐나다에서 총기 사고는 없다’는 오해는 금물이다. 규모가 작든 크든 총기 관련 사건은 매년 꾸준히 발생한다.

 

정치·사회적 긴장…보이지 않는 긴장감의 지층들

정치적 불안이나 테러 위험은 오타와에서 크게 체감되지는 않는다. 캐나다는 오랜 기간 안정된 국가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오타와는 그 중심에 선 도시다. 하지만 미국을 주요 동맹국으로 둔 국가답게 테러 대비 태세는 늘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과거 소규모 극단주의 세력이 적발된 사례도 있다.

 

일상에서 더 가까이 다가오는 긴장은 사회 구조의 변화에서 나타난다. 청년층·중산층 사이에 스며든 생활비 부담, 약물·대마 합법화 이후의 부작용, 다문화 사회 내부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도시의 여러 층위에 자리하고 있다. 폭력적이거나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는 아니지만, 변화의 압력은 꾸준히 오타와에 축적되고 있다.

 

문화와 사회적 규범…‘정중함’이 규칙이 되는 도시

오타와의 시민 문화는 절제와 예의를 기본 규범으로 삼는다. 대중교통·관공서·상점 등 모든 공간에서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줄서는 질서나 사생활 존중은 철저하게 지켜진다. 실내 금연은 물론이고 건물 출입구 근처에서의 흡연도 금지돼 있으며, 적발 시 벌금이 부과된다.

 

일상 대화에서도 규범이 작동한다. 한국식 농담으로라도 위협성 표현을 사용하면 실제 경찰 신고로 이어질 수 있고, 경찰 업무를 방해하거나 강하게 항변하는 태도는 공무집행방해로 처리될 수 있다. 아동 관련 법령은 매우 엄격해 체벌·모욕적 언행 모두 법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여행자는 이 도시에서 ‘규범을 지키는 것’이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하나의 안전 수칙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여행자 행동 지침…안정된 도시라도 빈틈은 허용하지 않는다

오타와는 전체적으로 안전하지만, 여행자의 방심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절도 사건은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유형으로, 카페나 식당에서 잠시 자리를 비우는 사이 가방이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 렌터카 내부에 물건을 보이는 상태로 두는 순간 차량 털이의 표적이 되기 쉽다. 또한 인터뷰나 관찰 사례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것이 ‘계좌 빌려달라’는 사기다. 주로 유학생과 한국인을 상대로 벌어지며, 불량 수표를 이용해 피해자의 계좌를 이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낯선 사람에게 계좌 정보를 알려주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대중교통은 편리하고 비교적 안전하지만, 야간에는 택시나 차량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다. 오타와의 교통 규칙은 한국과 달라 초행자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All Way Stop에서는 모든 차량이 정지 후 순서대로 움직이며, 신호가 없다고 먼저 출발해서는 안 된다.

 

건강·의료…높은 수준과 긴 대기, 그리고 높은 비용

오타와의 의료 시스템은 북미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이 모든 혜택은 캐나다의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작동하는 구조이며, 단기 여행자는 예외다. 응급실 대기 시간은 매우 길고 비용은 높기 때문에, 여행자보험 가입은 사실상 필수 조건에 가깝다. 간단한 해열제·비염약·감기약은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항생제나 전문의약품은 반드시 의사 처방전이 필요하다. 구급차 이용도 유료며, 응급 의료의 우선순위는 생명 위급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기후 및 자연재해…혹독한 겨울, 긴 준비가 필요한 도시

오타와의 겨울은 길고 강하다. 영하 20℃ 아래로 내려가는 날도 잦고, 강한 바람이 동반되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진다. 이 시기에는 폭설로 인해 항공편 지연이나 도로 통제가 빈번하다. 자연재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지진·홍수·태풍 등 대규모 재난 위험은 낮으며, 오타와는 북미 도시 중 가장 자연 재해로부터 자유로운 도시 중 하나다.

 

균열 속 안정, 변화 속 질서가 공존하는 곳

오타와는 단단한 안정과 조용한 질서를 유지하는 도시지만, 그 아래에는 변화하는 캐나다 사회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균열이 서서히 자리하고 있다. 풍경만 보면 언제나 평화롭지만, 그 뒤편의 사회적 흐름과 도시의 리듬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 도시의 진짜 얼굴이 보인다.

 

오타와는 준비된 여행자에게 안정된 수도의 품격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 안정의 틀을 지키기 위해 어떤 질서가 작동하는지도 알려준다. 경계를 잃지 않는 여행자만이 오타와의 고요함 속에 숨어 있는 도시의 맥박을 정확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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