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APEC 2025 개최지가 경주로 확정된 뒤, 이 도시는 조용한 신라의 고도에서 일약 국제적 관심지로 뛰어올랐다. 한국관광공사가 글로벌 소셜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APEC 관련 키워드와 함께 언급된 ‘경주 관광지’는 전년 동월 대비 2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APEC 효과다.
행사 일정이 본격화되던 시점부터 해외 22개국의 SNS·검색엔진·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경주의 주요 명소가 연이어 회자됐다. 흥미로운 점은 국가별 관심 패턴이 달랐다는 것이다. 어떤 국가는 전통 유산을 중심으로 반응했지만, 또 다른 국가는 K-콘텐츠 소비 흐름이 결합된 장소를 더 많이 언급했다. 데이터는 경주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APEC이라는 국제 이벤트를 통해 다층적인 이미지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APEC 기간 경주에서 어떤 여행지를 가장 많이 주목했을까. 소셜데이터에 드러난 ‘TOP3’는 다음과 같다.
1위. 불국사
경주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불국사는 APEC 기간 동안 해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관광지였다. 일본·싱가포르·프랑스 등 다수 국가에서 불국사 관련 게시물이 꾸준히 증가했고, 일본에서는 “APEC 개최지 탐색 중 찾은 경주의 가장 아름다운 장소”라는 식의 소개 글이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불국사는 전통문화와 사진 친화적 풍경이 결합되며 인스타그램·틱톡 등에서 특히 강한 파급력을 보였다. APEC 참석 정상들의 이동 동선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었지만, 행사로 인해 경주가 국제 뉴스에 등장한 순간부터 불국사 이미지 소비가 함께 늘어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데이터는 이를 “정치적 이슈가 관심의 출발점이었지만, 소비는 문화·유산 중심으로 확장된 경우”라고 설명한다.
2위. 동궁과 월지
동궁과 월지는 야간 관광 이미지가 강해 SNS에서 높은 확산 속도를 보였다. 특히 동남아 국가 방문객이 집중적으로 반응했다. 태국·말레이시아·베트남에서는 “APEC 때문에 새로 알게 된 한국의 야경 명소”라는 소개글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검색량이 급증했다.
해외 이용자들은 동궁과 월지의 조명된 풍경을 짧은 클립 형태로 제작해 공유했고, 이는 K-드라마 속 배경처럼 느껴진다는 반응까지 더해졌다. 전통미가 살아 있는 고대 유적이지만, SNS에서는 오히려 ‘지금 한국의 낭만적 감성’으로 재해석되며 젊은 여행자층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는 APEC 기간에 가장 많이 공유된 경주 콘텐츠가 동궁과 월지 풍경이었다. 소셜 데이터는 이를 “경주의 고전적 이미지가 APEC을 계기로 현대적 감성으로 확장된 사례”로 설명한다.
3위. 첨성대
첨성대는 해외에서 ‘고대 천문대’라는 상징성이 부각되며 꾸준한 언급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캐나다·영국 등 서구권 이용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았다. 이들은 첨성대가 단순한 사적지가 아니라 동아시아 천문학의 상징적 유산이라는 점을 주목했고, APEC 개최 발표 이후 경주에 대한 정보 검색 과정에서 첨성대를 재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첨성대가 K-뷰티, K-팝 등 전혀 다른 범주의 콘텐츠와 함께 언급된 비중이 높았다는 것이다. 이는 APEC을 통해 경주가 “전통 도시”라는 단일 이미지에서 벗어나, K-콘텐츠의 배경지 또는 새로운 한국의 여행 도시로 재인식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APEC 개최가 경주 전통 이미지에 화사함과 현대성을 덧붙이며, 도시의 매력 코드를 재구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정리했다.
APEC이 경주에 남긴 흔적은 생각보다 크다. 단순히 국제 회의를 개최한 도시를 넘어, 해외 이용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자연스럽게 소비하는 관광 이미지가 순식간에 확장됐다. 보고서에서도 “APEC은 경주를 지역 관광지에서 글로벌 관광지로 확장했다”는 평가가 담겨 있다.
행사가 끝난 지금도 경주 관련 검색량 일부는 유지되고 있다. 이는 APEC이 만들어낸 일시적 관심이 아니라, 이후 여행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불국사·동궁과 월지·첨성대라는 경주의 대표적인 세 장소는 APEC이라는 국제 행사를 통해 다시 주목받았고, 각기 다른 국가와 문화권에서 저마다의 언어와 감성으로 재해석됐다. 경주는 이제 고대의 시간 속에만 머물지 않는다. 세계 각지의 여행자가 SNS를 통해 이 도시의 매력을 다시 발견하는 순간, 경주는 또 한 번 세계 무대의 중심에 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