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누가 거미를 먹는다고?” 질문은 쉽다. 하지만 캄보디아의 시장에 가면 답은 눈앞에 있다. 뜨겁게 달군 기름 속에서 바삭하게 튀겨져 금빛으로 빛나는 타란툴라. 관광객들은 도전과 인증을 위해, 현지인들은 일상의 단백질을 위해 가볍게 집어 든다. 처음엔 다리부터, 그리고 망설임 끝에 몸통까지. 바삭함과 고소함이 뒤섞인 그 맛에는 생존의 역사와 전쟁의 상처가 깃들어 있다. 끔찍함과 호기심 사이, ‘한 입의 모험’이 되는 순간. 캄보디아 타란툴라 튀김은 두려움을 이긴 자만이 알 수 있는 풍미를 선사한다.
타란툴라를 먹는 문화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1970년대 캄보디아 내전과 크메르 루즈 정권 시기, 극심한 식량 부족 속에서 사람들이 숲과 들에서 단백질원을 찾아 헤맨 것이 시작이었다. 버려진 관념의 틈에서 발견된 건, 무시무시한 외형 뒤에 숨겨진 영양이었다.
타란툴라는 사실 매우 영양가가 높은 식재료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은 적으며, 필수 아미노산과 미량 영양소도 포함한다. 캄보디아 북서부 스콩(Skuon)은 이 음식의 본고장으로 불린다. 거리 노점마다 크고 털북숭이한 거미가 산처럼 쌓여 있고, 튀겨지는 순간 특유의 고소한 향이 거리를 가득 메운다.
요리법은 단순하다. 생타란툴라의 독을 제거하고 배 속을 비운 다음, 설탕과 소금, 마늘을 섞은 양념을 입혀 뜨거운 기름에 튀겨낸다. 바삭한 다리는 감자칩처럼 가볍고, 몸통은 진하고 촉촉한 풍미가 느껴진다. 혀끝에 닿는 식감은 닭고기와 게 사이 어딘가. 공포스러운 외형과 달리 의외로 친숙한 맛이 존재한다.
하지만 여전히 문턱이 높은 음식이기도 하다. 대다수 여행자에게는 ‘목표 달성형 미식’, SNS 인증을 위한 도전과제에 가깝다. 그러나 현지인들에게 타란툴라는 단순한 이색 요리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생존의 기억이며, 이제는 자부심을 담은 지역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함께 제공하거나, 매콤한 소스를 곁들여 세련된 요리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음식에 담긴 기억은 늘 입맛보다 강하다. 한때 생존을 위해 먹었던 음식이 오늘날 호기심과 모험의 상징이 되기까지, 타란툴라는 캄보디아의 아픈 역사와 함께 걸어왔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에게 용기와 도전 의식을 요구한다.
타란툴라 튀김은 묻는다. “너는 어디까지 먹어봤니?”
겁먹은 눈으로 그릇을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용기를 내어 한 입 베어 문다. 놀라움, 안도감, 그리고 이야기거리가 남는다. 이 음식은 그 자체로 스릴이고, 여행의 추억이며, 인간의 적응력에 대한 증거다. 생존을 향한 몸부림에서 시작된 이 바삭한 거미는 이제 새로운 미식의 세계로 초대장을 건넨다. 혐오가 호기심을 만나면 맛이 된다. 캄보디아 타란툴라 튀김은 바로 그 극적인 전환을 보여주는 음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