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콜롬비아의 길거리 노점 한켠, 종이 봉지 안에서 바삭한 무언가가 달그락대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가까이 다가서면, 생각보다 작지 않은 검붉은 벌레들이 튀겨져 반짝인다. 이름은 호르미가 쿨로나스(Hormiga Culona). 직역하면 ‘엉덩이가 큰 개미’. 수백 년 전부터 산탄데르 지역 사람들이 즐겨 먹어온 전통 스낵이다.
보기와 다르게 버터 팝콘 같은 향, 고소함의 여운이 퍼지는 맛. 처음엔 용기가 필요하지만, 한 번 먹어보면 은근히 손이 간다는 중독적 매력까지 갖췄다. 숲에서 나는 자연 단백질이자, 축제의 날에 빠질 수 없는 콜롬비아식 건배의 동반자. 미식의 경계는 언제나 우리가 세운 편견이었음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호르미가 쿨로나스의 주인공은 여왕개미다. 정확히 말하면 수컷 개미와 함께 번식을 담당하는 ‘날개 달린 여왕개미,’ 그중에서도 산란철에만 잡히는 귀한 존재다. 이 지역에서는 우기(4~6월)가 제철. 비가 오면 개미들이 땅속에서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이때 주민들은 기다렸다는 듯 전통방식으로 잡는다. 큰 바구니를 들고 땅을 두드리며 여왕개미 떼를 모아 채집한다. 자연이 내어주는 단백질을 활용하는 지혜가 담긴 풍경이다.
개미는 먼저 날개를 떼고 깨끗이 씻은 뒤, 소금과 라임, 마늘 등을 약하게 섞어 밑간한다. 이후 숯불 위에서 바삭하게 구워내거나 깊은 기름에 튀겨낸다. 조리된 개미는 껍질이 사각거리고, 엉덩이 부분에 응축된 지방이 고소함을 선사한다. “고소하고 짭짤하다”는 평가가 많고, “고소한 견과류와 비슷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콜롬비아 일부에서는 정력에 좋다는 민간신앙까지 이어진다.
호르미가 쿨로나스는 식민지 시대 이전부터 존재한 토착 음식이다. 산탄데르 지역의 원주민들이 부족한 육류를 대신해 얻을 수 있는 귀중한 단백질원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면역과 건강을 고려한 전통 지혜가 담겨 있어, 현대에 와서는 ‘친환경 단백질’의 새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관광객들에게는 대담한 도전 메뉴, 현지인들에게는 추억의 간식. 바는 물론 집들이나 결혼식 같은 행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작은 종이컵에 담긴 개미 한 줌을 집어들고 맥주와 함께 털어넣는 모습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여름밤의 추억과도 같다. 한 입 먹는 순간, 선입견은 사라지고 호기심은 더 크게 자란다. 결국 미식이란, 새로운 세계에 마음을 여는 과정이 아닐까.
바삭한 개미 한 마리에서 느껴지는 것은 단순한 모험심이 아니다.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오랜 지혜, 그리고 음식에 깃든 생존의 역사다. 우리가 익숙함 속에 가둬둔 ‘먹는 것의 정의’를 뒤흔드는 경험. 콜롬비아 호르미가 쿨로나스는 두려움을 넘는 작은 한 입이 삶의 다양함을 맛보는 큰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어쩌면 맛의 세계는 이미 개방돼 있었고, 도전이 필요한 건 우리의 마음뿐인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한 마리의 개미를 입에 넣어보자. 당신의 편견보다 훨씬 고소할 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