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아프리카 동남부 말라위. 곡창지대가 펼쳐진 평원에 해가 질 무렵, 아이들은 들판으로 달려 나가 작은 생명체를 쫓는다. 포획 도구는 화려하지 않다. 플라스틱 병이나 간단한 덫이면 충분하다. 목표는? 흔한 스낵이자 귀한 단백질, 바로 생쥐다. 다 잡으면 꼬챙이에 꿰어 통째로 구운 뒤 시장에 내놓는다. 깔끔한 도시 여행자에게는 충격 그 자체. 그러나 말라위 사람들에겐 사바나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이자 어린 시절의 추억이다. 익숙함과 혐오감이 공존하는 음식, 생쥐 꼬치는 오늘도 누군가의 저녁 밥상을 지킨다.
생쥐 꼬치(Mouse Skewers)는 말라위를 비롯해 잠비아, 짐바브웨 등 남부 아프리카에서 흔히 발견되는 거리 음식이다. 주 재료는 ‘필드 마우스’라고 불리는 들쥐. 농경지 주변에서 곡물을 파먹으며 번식하기 때문에, 잡아먹는 일은 식량 보호이자 일종의 해충 방제 역할도 한다. 비유하자면, 농작물의 천적을 직접 식탁에 올리는 ‘순환식 미식’인 셈이다.
잡는 시기는 대체로 수확기와 맞물린다. 곡식 곳간을 노리는 들쥐가 가장 활발한 때, 아이들과 어른들은 함께 사냥을 나선다. 말라위의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불을 피워 들판을 태워가며 쥐를 몰아 잡기도 했지만, 산불 위험과 환경 훼손 문제로 최근에는 간단한 덫이나 손 포획 방식이 더 일반적이다.
조리 방식은 놀라울 만큼 간단하다. 잡은 쥐를 손질할 때 비늘처럼 생긴 털을 그을려 태우고, 내장을 제거한 뒤 소금과 향신료를 살짝 뿌려 석탄불 위에서 굽는다. 다리는 꼬투리처럼 오도독, 몸통은 기름기 적당한 야생 닭맛에 가깝다고 한다. 물론 심리적 장벽을 넘기 전까지는 그 모든 설명이 큰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이 음식은 말라위 북부 지역에서 특히 인기다. 수십 마리를 꼬치에 줄줄이 꿰어 묶은 묶음을 들고 장터에서 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보관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건조한 상태로 장기간 유지 가능해, 장거리 이동이나 여행에서도 요긴한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에게 생쥐 꼬치는 단지 영양 보충을 넘어 문화적 의미까지 지닌다. 어린 시절 들쥐 사냥에 참여하는 경험은 공동체의 유대감을 키워주는 일종의 통과 의례. 도시로 떠난 청년들이 고향에 돌아왔을 때, 가장 그립고 반가운 간식이 생쥐 꼬치라는 말도 많다. 타지인에게는 공포의 한입일지 모르지만, 현지인에겐 향수의 맛인 셈이다.
물론 보건상의 우려는 존재한다. 조류독감이나 기타 감염병 가능성을 이유로 일부 보건단체는 엄격한 위생 관리와 조리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말라위 가정에서 생쥐를 오래 다뤄온 경험은 그 자체가 조리 지식의 축적이기도 하다. 위험을 관리하며 축적한 생존 음식의 인류적 지혜가 여기에 있다.
생쥐를 먹는다는 사실만으로 놀랄 필요는 없다. 세계 곳곳을 여행해보면, 인간은 항상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자원을 가장 효율적이고 영리한 방식으로 먹거리로 바꾸어왔다. 말라위의 생쥐 꼬치는 사치가 아닌 생존, 혐오가 아닌 지혜에서 태어난 음식이다. 깔끔하고 규격화된 식문화에 익숙한 우리 눈에는 기괴해 보일 수 있지만, 한 나라의 일상과 자부심이 담긴 소중한 맛이다.
여행은 우리가 가진 편견을 넘어서는 경험의 연속.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 문다면, 오늘을 버티는 사람들의 삶과 힘이 고소하게 전해질지도 모른다. 혀가 아니라 마음으로 먹는 음식. 말라위 생쥐 꼬치는 세계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작은 용기를 요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