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넓은 평야와 뜨거운 태양, 그리고 멕시코 만의 바람이 스며드는 도시 - 휴스턴은 미국 남부의 거대한 경제 중심지이자 문화의 용광로다. 석유와 에너지 산업, 국제 무역, 다양한 이민자 커뮤니티가 뒤섞이며 북미의 다문화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 활력의 뒤편에는 도시의 빠른 성장 속도에 따른 불균형, 그리고 여행자가 지나칠 수 없는 위험들이 공존한다. 휴스턴은 늘 여유와 긴장 사이에서 여행자에게 두 얼굴의 도시로 다가온다.
치안과 안전 상황…통계 속 변화, 그러나 살아 있는 경계감
최근 몇 년간 휴스턴은 전체적으로 범죄율 감소를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왔다. 일부 강력범죄 지표가 완화됐다는 보고도 있지만, 도시 전체의 치안이 균일하게 안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인구가 밀집한 남서부, 외곽 교외지, 일부 노숙자 밀집 지역 등에서는 여전히 총기 사건, 절도, 차량털이 등이 보고된다.
관광객을 노린 절도와 차량 털이 사건 역시 반복되고 있어, 렌터카나 주차 차량 내의 귀중품은 절대 남겨두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한편, 여행자 대상 납치나 대규모 폭력은 드물지만, 소매치기와 강도, 밤길의 강압적 접근은 현실적인 위험으로 여전하다. 휴스턴의 치안은 ‘안전’보다는 ‘주의’가 더 어울리는 단어다.
도시의 속도와 사회적 긴장…성장 뒤에 쌓이는 그림자
휴스턴은 에너지 산업의 중심지, 글로벌 항구, 그리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모인 이민자의 도시다. 이런 다양성은 도시의 힘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긴장과 불균형을 만들어냈다. 급격한 인구 증가에 비해 주택 공급과 도시 기반 시설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빈곤과 주거 불안, 노숙인 증가가 두드러진다. 이로 인해 주택가와 외곽 지역은 관광지처럼 보이는 도심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다. 낮과 밤, 중심과 외곽의 격차. 휴스턴은 이 격차를 감추지 않는다. 관광객이라도 ‘중심가 + 안전’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도시 전반을 ‘한 도시’로 보기보다 구역별로 나눠 이해해야 한다.
문화와 사회적 규범…느슨함 뒤의 질서
텍사스 특유의 개방성과 느긋함이 휴스턴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거리에서는 너그러움과 친절이 넘치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며, 관광객도 비교적 환영받는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는 기본적인 법과 규범이 존재한다. 음주 연령 제한, 공공장소 흡연 금지, 차량 절도 방지를 위한 주차 규정, 총기 소유자의 규정 준수 등은 매우 엄격하게 관리된다. 이 도시를 찾는 여행자는 이러한 규범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곧 안전의 시작이다.
여행자 행동 지침…현실을 직시한 발걸음이 필요하다
여행자가 휴스턴을 안전하게 마주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 원칙을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차량 관련 범죄가 잦은 도시인 만큼, 렌터카를 이용할 때는 짧은 시간이라도 귀중품을 차량 안에 두지 않는 습관이 필수다. 현지에서는 주차 후 몇 분 사이에 유리창이 깨지고 가방이 사라지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어, 여행자의 방심은 곧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도시의 규모와 구조 특성상, 대중교통이나 일반 택시보다 등록된 차량 호출 앱을 이용하는 편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밤이 늦은 시간에는 특히 외곽 지역으로의 이동을 피하는 것이 좋으며, 불가피한 경우라면 반드시 동행자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관광지와 쇼핑몰, 공항처럼 사람이 몰리는 공간에서도 소지품 관리가 중요하다. 가방은 몸 앞에 두고, 지갑·여권은 가능한 몸에 밀착해 휴대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걸며 도움이나 친절을 가장할 때도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휴스턴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사기나 강도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예기치 않은 사고나 분실, 범죄 피해에 대비하려면 여행자보험 가입은 필수이며, 현지 경찰과 대한민국 재외공관의 비상 연락처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비책이다. 작은 준비가 여행 전체의 안전을 결정짓는다. 휴스턴의 활력과 자유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현실을 직시한 발걸음이 필요하다.
건강, 기후 및 기타…여정의 속도와 자연의 조건
휴스턴은 남부 특유의 무더위와 습도가 높은 기후에 속한다. 여름철엔 기온이 높고 습도가 심해 체감 온도가 크게 올라가며, 여기에 도시 열섬 현상까지 더해져 체력이 쉽게 소진된다. 바깥 활동은 되도록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진 뒤로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또한 지역에 따라 뇌우가 자주 발생하며, 폭우 후 도시 일부 지역은 갑작스러운 침수나 교통 지연이 생길 수 있다. 여행 일정은 여유 있게 계획하고, 기상 예보를 수시로 체크하는 습관이 안전을 지킨다. 의료 체계는 미국 내 다른 대도시와 유사하게 잘 갖춰져 있지만, 의료비는 매우 높다. 응급실 방문, 처치, 입원, 약 처방 모두 큰 비용이 들 수 있으므로, 여행자보험은 사실상 필수다.
텍사스의 활력과 현실을 함께 마주할 용기
휴스턴은 미국 남부의 에너지와 문화, 다양성이 뒤섞인 복합도시다. 짙은 텍사스의 태양 아래에서 느껴지는 여유와 활력은 여행자에게 낭만을 약속한다. 하지만 그 여유가 항상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도시를 진짜 마주하려면, ‘멋진 풍경 + 경계하는 태도’를 동시에 지녀야 한다. 경계가 없는 자유는 사치이며, 자유를 누리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된 여행자만이 휴스턴에서 빛나는 일상과 도시의 그늘을 함께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