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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기획] 여행 계획, 아직도 직접 짜세요? 2026년 여행은 AI가 대신 고른다

한국관광공사가 짚은 ‘AI 트립 버틀러’, 여행 준비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여는 것은 지도 앱이 아니라 검색창이다. 항공권, 숙소, 이동 동선과 맛집, 일정까지 끝없이 비교하다 보면 여행은 출발하기도 전에 지친다. 여행이 설렘이 아니라 노동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지금 이 순간, 여행 계획의 상당 부분은 사람에서 기술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데이터 활용 2026 관광트렌드 분석 및 이슈 발굴 연구’는 이 변화를 ‘AI 트립 버틀러’라는 키워드로 규정한다. 인공지능이 예약과 탐색을 대신하는 사이, 여행자는 감정과 경험에 집중하는 구조로 여행의 판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AI는 이제 정보를 찾는 도구가 아니라, 여행의 방식 자체를 설계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 여행을 떠나기 전, 왜 우리는 이미 지칠까

여행 준비가 피로해진 이유는 선택지가 많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문제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판단의 부담이다. 블로그 후기와 SNS 추천, 영상 콘텐츠가 넘쳐날수록 여행자는 더 오래 고민하고, 더 쉽게 지친다. 무엇이 좋은 선택인지 판단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노동이 된 셈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을 ‘선택 피로’로 설명한다. 여행의 부담은 이동 거리나 비용보다도, 끝없이 이어지는 비교와 결정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이 지점에서 AI는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여행 구조를 바꾸는 대안으로 등장한다.

 

◇ 관광공사가 짚은 2026년 여행의 결정적 변화

한국관광공사는 2026년을 향한 관광 환경의 변화를 기술 경쟁이 아니라 역할 재편으로 바라본다. 여행의 효율과 최적화는 기술이 맡고, 여행자는 감성적 경험과 인간적인 교류에 집중하는 구조다. 보고서는 이를 ‘더 빠른 여행’이 아니라 ‘더 의미 있는 여행’으로의 전환이라고 해석한다.

 

여행의 본질은 이동과 소비가 아니라 경험이라는 점에서, AI는 여행의 목적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조력자로 기능한다. 기술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행자의 몰입을 돕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AI 트립 버틀러’는 무엇을 대신하고 있나

AI 트립 버틀러의 역할은 이미 여행 전 과정으로 확장되고 있다. 항공권과 숙소 예약, 이동 경로 최적화는 기본이다. 여기에 일정 간 여유 시간 배분, 날씨와 혼잡도를 반영한 방문 순서 조정, 여행 중 실시간 문의 대응까지 포함된다.

 

최근에는 감정 분석 기술도 결합되고 있다. 호텔 투숙객 응대용 AI 챗봇은 단순한 시설 안내를 넘어, 이용자의 언어와 반응을 분석해 상황에 맞는 응대를 시도한다. 여행 중 불편이나 스트레스를 줄이고, 만족도가 높은 선택지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다만 여행의 선택권까지 AI에게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여행자는 여전히 목적과 취향, 기대하는 경험을 결정하는 주체다. AI 트립 버틀러는 그 선택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선택이 더 잘 작동하도록 돕는 조력자에 가깝다.

 

◇ 예약·동선·응대…이미 현장은 바뀌고 있다

이 변화는 이미 관광 현장에서 확인된다. 국내에서는 순천만국가정원이 인공지능 기반 관광 혁신 실증사업으로 ‘광집사’를 운영 중이다. 방문 목적과 유형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동선을 추천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편을 즉각적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국관광공사는 이 사례를 단순한 관광 안내 자동화가 아니라 ‘경험 설계의 개인화’로 평가한다. 관광객은 안내판을 해석하거나 동선을 고민하는 대신, 자신에게 맞는 경험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된다.

 

◇ 여행은 더 빨라지지 않았다, 더 달라졌을 뿐이다

AI의 도입이 여행을 획일화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개인화는 오히려 더 정교해지고 있다. 같은 장소를 방문하더라도 누구에게는 휴식 중심의 일정이, 누구에게는 체험 중심의 코스가 제안된다. 여행의 기준이 ‘얼마나 많이 보았는가’에서 ‘나에게 얼마나 맞았는가’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를 여행 가치 판단의 변화로 설명한다. 여행의 만족도는 방문 개수나 이동 거리보다, 개인의 기대와 경험이 얼마나 잘 맞아떨어졌는지가 좌우한다는 분석이다.

 

◇ 같은 장소, 다른 경험…개인화는 어디까지 가나

이 흐름 속에서 여행자의 역할도 달라진다. 더 이상 여행자는 모든 정보를 직접 수집하고 비교하는 존재가 아니다. 대신 자신의 취향과 기대를 명확히 정의하는 사람이 된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피하고 싶은지, 어떤 감정을 얻고 싶은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보고서는 앞으로의 여행에서 중요한 역량으로 ‘취향을 설명하는 능력’을 꼽는다. AI가 여행을 대신 설계하는 시대일수록, 여행자는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다.

 

◇ 앞으로 여행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2026년을 향한 여행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아는 사람이 더 만족스러운 여행을 하게 된다. 여행 계획의 일부 주도권은 AI에게 넘어가지만, 여행의 의미를 결정하는 권한은 여전히 여행자에게 남아 있다.

 

여행을 준비하며 검색창을 열기 전에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어디를 갈 것인가보다,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가. AI가 대신 고른 여행은 결국 그 질문에 대한 답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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