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세르비아는 한때 전쟁과 분열의 상징으로 기억되던 발칸의 중심국가다. 그러나 오늘의 세르비아는 내전의 흔적을 조심스럽게 정리하며, 일상과 여행이 공존하는 단계로 접어든 국가이기도 하다. 수도 베오그라드를 중심으로 문화와 음악, 젊은 에너지가 살아 있고, 국경을 넘는 이동도 비교적 자유롭다. 다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역사적 긴장과 느슨한 치안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이해한 상태에서 접근해야 한다.
내전의 기억 위에 쌓인 현재의 일상
세르비아는 구 유고슬라비아 해체 과정에서 유고를 승계한 국가로, 내전의 상흔을 아직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다만 구 유고슬라비아 국가 간의 관계는 현재 여행에 실질적인 제약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회복된 상태다. 2008년 코소보 독립 선언 당시 베오그라드에서는 대규모 시위와 일부 폭력 사태가 발생한 바 있으나, 이후 전반적인 치안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돼 왔다. 테러 발생 가능성은 낮은 편이지만, 과거 무슬림 집단 거주 지역인 노비 파자르에서 테러 관련 용의자가 검거된 사례가 있어 기본적인 경계는 필요하다.
관광은 가능하지만 ‘주의’가 전제된 치안 환경
세르비아는 현재 여행경보 1단계, 즉 ‘신변 안전 유의’ 단계가 적용돼 있다. 이는 한국인 여행자가 일상적인 관광을 하는 데 중대한 제약은 없으나, 개인 안전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의미다. 특히 야간 시간대에 현지 청소년들이 주로 모이는 지역에서는 소매치기 위험이 높아 가능하면 접근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현지인 사이에서는 아시아인, 특히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하는 만큼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대중교통보다 택시가 안전한 이동 수단
베오그라드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버스, 트램, 트롤리버스가 촘촘히 운행된다. 다만 현지인 다수가 월 이용권을 사용해 승차권을 펀칭하지 않는 관행이 있어, 이를 모르고 무임승차를 했다가 벌금을 부과받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여행자에게는 이러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 택시 이용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이다. 시내 어디든 약 600디나르 수준이면 이동이 가능하며, 합승은 하지 않는다. 다만 불법 택시가 적지 않으므로 공식 택시 이용이 중요하다.
도로 사정은 불균형, 운전은 신중해야
세르비아 전반의 도로 포장 상태는 고르지 못한 편이다. 곳곳에서 보수가 진행되고 있으나 고속 주행에는 부적합하며, 갓길이 없는 도로와 좁은 차폭이 많아 방어 운전이 필수적이다. 베오그라드 시내에는 로터리가 많고, 일부 운전자는 차선 변경 신호를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초행길 운전자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국제운전면허증은 통용되며, 6개월 이내 체류자는 한국에서 발급받은 국제면허로 운전이 가능하다.
의료 접근성은 사립병원 중심
세르비아의 의료체계는 국립병원과 사립병원으로 나뉜다. 현지 건강보험이 없는 여행자는 사립병원만 이용할 수 있으며, 진찰료는 1회 약 50유로 수준이다. 긴급 상황에서 구급차를 호출해야 할 경우에는 94번으로 연락하면 된다. 여행자 보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체류 규정과 문화적 관습의 이해
세르비아 법에 따르면 모든 외국인은 입국 후 24시간 이내에 관할 경찰서에 체류지 신고를 해야 한다. 호텔 투숙 시에는 호텔 측에서 자동으로 처리하지만, 지인이나 친척 집에 머무를 경우 이를 간과해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도 있다. 인사할 때는 뺨을 세 번 맞대는 문화가 있으며, 정교회 신자들은 성호를 긋는 방식도 서방 가톨릭권과 다르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무례가 아닌 맥락으로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준비된 이해가 여행의 질을 결정한다
세르비아는 더 이상 여행이 금지된 땅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정제된 관광국가라고 보기도 어렵다. 역사적 기억과 현재의 일상이 겹쳐 있는 이 나라를 제대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싸다’, ‘덜 알려졌다’는 이유보다, 상황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태도가 먼저여야 한다. 세르비아 여행은 풍경을 소비하는 여행이 아니라, 맥락을 읽는 여행에 가깝다. 그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이 나라는 비로소 여행자의 기억 속에 온전히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