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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월드 스케치|시즌 1] 한 나라, 한 장면⑥ 일본 이세 신궁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 지은 공간
과거를 고정하지 않는 국가의 선택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일본 미에현에 위치한 이세 신궁에서는 오래된 건축물을 찾기 어렵다. 대신 비슷한 형태의 신전이 반복해서 새로 지어져 왔다. 이 공간은 오래됐지만 낡지 않았고, 전통적이지만 과거에 묶여 있지 않다. 이세 신궁은 일본이라는 국가가 전통을 다루는 방식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일본은 근대화에 성공한 국가로 평가받지만, 그 과정에서 전통을 폐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변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세 신궁은 그 선택이 제도화된 공간이다. 일본의 시간 감각은 이곳에서 드러난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이세 신궁은 일본에서 가장 신성한 신토 공간이다. 천황가의 조상신으로 여겨지는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를 모신 장소다. 국가와 종교, 왕권이 이 공간에서 연결된다. 일본의 권위는 이 신전을 통해 상징화돼 왔다.

 

그러나 이 권위는 고정된 건축물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세 신궁은 20년마다 전면 재건된다. 동일한 형태를 유지하지만, 재료와 구조는 새로 바뀐다. 전통은 보존이 아니라 반복으로 이어진다.

 

이 방식은 일본 국가의 성격을 반영한다. 과거를 절대화하지 않고, 현재의 손으로 계승한다. 국가의 정통성은 낡은 유물보다 지속되는 행위에서 나온다. 이세 신궁은 그 논리를 공간으로 구현했다.

 

그래서 이곳은 관광 명소라기보다 기준점에 가깝다. 일본이 전통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보여준다. 국가의 정체성은 형태가 아니라 방식에 있다. 이세 신궁은 일본을 대표한다.

 

이 장소가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

 

이세 신궁의 기원은 고대 일본 국가 형성과 맞닿아 있다. 야마토 정권은 신토를 통해 통치 정당성을 확보했다. 신전은 정치 질서의 일부였다. 종교는 국가 운영의 기반이었다.

 

20년 주기의 재건 전통은 7세기 무렵 제도화됐다. 기술과 의식, 재료 전달을 위한 장치였다. 건물을 남기는 대신 기술을 남겼다. 전통은 사람을 통해 이어졌다.

 

재건은 단순한 수리가 아니다. 완전한 해체와 재건을 반복한다. 이전 건물은 사라지지만, 형식은 유지된다. 과거는 복제되지 않고 갱신된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시간의 개념을 다르게 다뤘다. 오래됨보다 정확함을 중시했다. 전통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 됐다. 이세 신궁은 그 사고의 산물이다.

 

이 장소가 겪은 변화와 그 결과

 

전쟁과 재난의 시기에도 이세 신궁의 원칙은 유지됐다. 재건은 중단되기도 했지만, 방식은 포기되지 않았다. 국가가 흔들려도 기준은 남았다. 공간의 규칙이 국가를 지탱했다.

 

근대 국가 수립 이후에도 이세 신궁은 역할을 잃지 않았다. 신토는 국가 이념으로 재편됐고, 신궁은 상징으로 활용됐다. 전후에는 종교와 국가가 분리됐지만 공간은 유지됐다.

 

해석은 달라졌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권위의 성격은 변화했으나 방식은 남았다. 일본은 의미를 조정하며 전통을 이어왔다. 변화는 단절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이세 신궁은 과거의 유물이 되지 않았다. 살아 있는 제도로 남았다. 일본 사회는 여전히 이 공간을 참조한다. 전통은 현재형으로 유지된다.

 

 

오늘, 이 장소가 갖는 의미

 

오늘날 이세 신궁은 조용한 성지다. 대규모 관광보다 참배가 중심이 된다. 공간은 소비보다 의식을 우선한다. 일본의 공공성은 절제된 방식으로 드러난다.

 

이곳은 일본인의 시간 감각을 보여준다. 빠른 변화 속에서도 반복과 유지가 공존한다. 새로움은 단절이 아니다. 전통은 선택이다.

 

현대 일본은 기술과 속도의 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신궁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느림과 반복, 절제가 국가 정체성의 한 축이다. 이 공간은 그 균형을 보여준다.

 

이세 신궁은 설명하지 않는다. 보여준다. 일본이 무엇을 지켜왔는지를 묵묵히 반복한다. 의미는 해석보다 지속에서 나온다.

 

이 공간이 남긴 국가의 얼굴

 

이세 신궁은 일본 국가의 얼굴이다. 오래된 건물이 아니라 오래된 방식이 남아 있다. 국가는 전통을 고정하지 않았다. 대신 계속 새로 만들었다.

 

이 장소를 이해하면 일본이 보인다. 과거를 보존하기 위해 변화하는 나라다. 전통은 대상이 아니라 과정이다. 이세 신궁은 그 과정을 가장 정확하게 담은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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