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편집국] 여행은 한때 자유의 다른 이름이었다. 국경을 넘는다는 행위는 휴식이자 배움이었고, 서로 다른 문화가 스치며 이해를 넓히는 통로였다. 그러나 세계 주요 관광지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규제들은 이 오래된 정의를 흔들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추진 중인 ‘외국인 관광객 은행 잔고 공개 요구’는 여행이 이제 자유가 아니라 ‘심사 대상’이 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발리 주정부의 고민은 현실적이다. 관광객 급증은 범죄, 무질서, 불법 체류와 노동, 지역 공동체와의 갈등을 동반해왔다. 실제로 발리에서는 매년 수백 명의 외국인이 각종 문제로 추방되고 있다. 주민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아무나 오는 관광’을 계속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그 해결책이 ‘돈’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이다. 발리 정부는 충분한 자금을 보유한 관광객만이 책임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행자의 태도, 법 준수 의식, 문화 존중 여부는 계좌 잔액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재정 능력은 체류 중 소비 규모를 가늠할 수 있을 뿐, 문제 행동을 사전에 걸러내는 기준으로는 허술하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관광을 관리해야 한다는 명분이 왜 가장 먼저 ‘경제력 심사’로 이어지는가. 베네치아의 입장료, 부탄의 고액 관광 정책, 일본과 유럽 일부 지역의 관광객 제한 논의 역시 같은 흐름 위에 놓여 있다. 관광을 통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쉬운 선택은 종종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되기도 한다.
여행이 자산 증명으로 시작되는 순간, 이동의 자유는 계층화된다. 여행은 경험의 축적이 아니라 소비 능력의 증명이 되고, 세계는 점점 더 닫힌 공간이 된다. 문화 교류는 위축되고, 관광지는 살아 있는 공동체가 아니라 ‘구매 가능한 공간’으로 고정된다.
관광 관리에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출입국 단계에서의 일관된 규정 집행, 체류 중 위반 행위에 대한 명확한 사후 처벌, 지역별 관광객 분산 정책, 불법 체류·노동에 대한 실효성 있는 단속은 모두 돈보다 정밀한 관리 수단이다. 불편하지만, 자유를 훼손하지 않는 방식이다.
관광을 관리하는 사회와 관광을 걸러내는 사회는 다르다. 관리란 질서를 세우는 것이고, 걸러냄은 문턱을 높이는 것이다. 돈이 여행의 자격이 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편리함과 효율을 얻는 대신, 여행이 지녔던 본질적 가치를 조용히 포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선택의 비용은 결국 관광지가 아니라, 여행하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