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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하루는 호안끼엠 호수에서 시작된다

전설과 일상, 여행자의 시간이 겹치는 곳
호안끼엠 호수가 하노이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하노이에 도착한 여행자는 곧 이 도시의 속도에 압도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오토바이 행렬과 쉼 없이 울리는 경적, 골목마다 퍼지는 음식 냄새까지 하노이는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도시 전체가 앞으로 밀려가는 듯한 이 리듬 속에서, 유독 시간이 느려지는 공간이 있다. 구시가지 한가운데 자리한 호안끼엠 호수다. 하노이 사람들은 이곳을 관광 명소라기보다 도시의 중심, 일상의 기준점처럼 여긴다. 그래서 약속은 “호수 근처에서” 정해지고, 하루의 시작과 끝도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모인다.

 

호안끼엠이라는 이름에는 베트남 사람들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이야기가 담겨 있다. 15세기, 외세의 지배에 맞서 나라를 되찾은 레 로이 왕이 신비한 검을 거북에게 돌려주었다는 전설이다. ‘되찾은 칼의 호수’라는 뜻은 지금도 이 도시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말로 쓰인다. 호수 한가운데 서 있는 거북 탑은 그 이야기를 조용히 전한다.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수면 위에 고요히 자리한 모습은 하노이라는 도시가 지닌 역사적 무게와 자부심을 상징한다.

 

 

하루가 시작되는 호안끼엠의 아침

 

이른 아침의 호안끼엠은 여행자보다 현지인이 먼저 깨어 있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기도 전, 호수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태극권으로 몸을 푸는 노인들, 가벼운 조깅으로 하루를 여는 젊은이들, 벤치에 앉아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이들까지. 이곳의 아침은 관광을 위해 연출된 장면이 아니다. 하노이라는 도시가 매일 반복해온 일상의 풍경이다. 여행자는 그 곁을 조용히 걷는다. 굳이 사진을 찍지 않아도 충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호수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붉은 다리가 시선을 끈다. 더 휵 브리지다. 다리를 건너면 작은 섬 위에 자리한 응옥썬 사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사원은 웅장함보다 단정함이 먼저 느껴진다. 기도를 올리는 현지인과 조용히 둘러보는 여행자가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장면은, 이곳이 여전히 살아 있는 신앙의 장소임을 보여준다. 붉은 다리 위에서 뒤돌아보는 호수의 풍경은 하노이 여행을 대표하는 장면으로 오래 남는다.

 

걸어서 완성되는 하노이의 얼굴

 

호안끼엠 호수는 하노이 여행을 ‘걷는 여행’으로 바꿔 놓는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동안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건물과 베트남식 골목, 노점과 카페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조금만 걸으면 성 요셉 성당이 나타나고, 다시 몇 분을 이동하면 구시가지 특유의 혼잡한 거리로 접어든다. 이동 수단에 의존하지 않고 발걸음에 도시를 맡길수록 하노이는 더 또렷해진다.

 

낮 동안 분주하던 호수는 해가 기울며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노을이 물 위로 내려앉고, 거북 탑의 실루엣이 도시의 그림자와 겹친다. 이 시간대의 호안끼엠은 사진보다 기억으로 남는다. 빠르게 이동하며 소비하던 여행에서, 잠시 멈춰 바라보는 여행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주말 저녁이면 호수 주변 도로는 차량 통행이 제한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공간으로 바뀐다. 차량 대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거리 공연이 채워지고, 여행자와 현지인의 구분은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머무를수록 기준이 되는 공간

 

호안끼엠 호수 주변에는 다양한 숙소가 자리한다. 고급 호텔부터 합리적인 가격대의 숙소까지 선택의 폭이 넓고, 대부분 도보로 주요 명소에 접근할 수 있다. 아침 산책을 위해 일부러 이 지역에 숙소를 잡는 여행자도 많다. 교통 역시 어렵지 않다. 하노이 어디서든 택시나 차량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면 쉽게 돌아올 수 있다. 하루 종일 도시를 돌아다니다가도 결국 이 호수로 돌아오게 되는 이유다.

 

하노이 여행에서 호안끼엠 호수는 목적지이자 출발점이다. 특별한 일정이 없어도 괜찮고, 오래 머물지 않아도 충분하다. 이곳을 한 번 걷고 나면 하노이라는 도시가 조금은 이해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노이의 하루는 늘 이 호수에서 시작되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마무리된다. 전설과 일상, 여행자의 시간이 겹치는 이 공간은 하노이를 가장 하노이답게 기억하게 만든다.


최고의 포토 스팟
– 거북 탑 반영 반사 사진: 해 질 무렵 수면에 비친 탑의 반영이 아름답다.
– 더 휵 브리지와 응옥썬 사원 전경: 붉은 다리와 사원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는 대표 풍경.
– 성 요셉 성당 거리 풍경: 호수 인근 골목의 고즈넉한 건축과 사람들.
– 워킹 스트리트 야간 풍경: 불빛 아래서 활기를 띠는 밤 풍경.

 

하루 여행 루트

– 아침 7시: 호수 산책 + 주민들의 태극권 구경
– 8시: 붉은 다리 → 응옥썬 사원 탐방
– 10시: 성 요셉 성당 & 구시가지 탐방
– 12시: 현지 길거리 음식 체험(포, 에그커피 등)
– 오후 2시: 탕롱 수상 인형극 감상
– 5시: 일몰 시간의 호수 반영 사진 촬영
– 저녁 7시: 워킹 스트리트 야간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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